'도 얻었다'는 생각은 곧 사상에 집착한 것이니

須菩提야 於意云何오 阿羅漢이 能作是念호대 我得阿羅漢道不아
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냐. 아라한(阿羅漢)이 능히 이러한 생각을 하되 "내가 아라한 도(道)를 얻었다" 하겠느냐

아라한은 초기불교 수행단계 사향사과(四向四果)에서 가장 높은 단계로 원불교의 대각여래위와 비교 할 수 있다.
어원적으로는 '마땅히 대접을 받아야 할 자' 또는 '존경 받을 만한 사람'의 의미이다.

須菩提- 言하사대 不也니이다 世尊이시여 何以故오 實無有法일새 名阿羅漢이니이다. 世尊이시여 若阿羅漢이 作是念호대 我得阿羅漢道라하면 卽爲着我人衆生壽者니이다
수보리 말하되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어찌한 연고인가 하오면 실로 법 있음이 없을새 아라한이라 이름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아라한이 이러한 생각을 하되 '내가 아라한 도를 얻었다'고 하면 곧 아·인·중생·수자에 집착된 것이옵니다"

모든 재색명리는 뜬구름과 같다. 그러나 사람들은 천년만년 있을 것 같이 생각하고 있다. 그러한 모든 것이 상(相)에 집착한 것이다.
내가 대학을 두개나 졸업하고 첫 발령지가 원예원 주무였다. 삽 들고 땅 파는 것이 당시 마음에 늘 걸렸는데 그 마음이나 '교정원장을 했다', '이사장을 했다' 하는 것이 남아 있으면 그것이 상에 걸린 것이다.

世尊이시여 佛說我得無諍三昧하야 人中에 最爲第一이라 是第一離慾阿羅漢이라하시나 我不作是念호대 我是離慾阿羅漢이라하나이다 世尊이시여 我若作是念호대 我得阿羅漢道라하면 世尊이 卽不說須菩提- 是樂阿蘭那行者라 하시련마는 以須菩提- 實無所行일새 而名須菩提- 是樂阿蘭那行이라 하시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제가 무쟁삼매(無諍三昧)의 사람 중에서 가장 으뜸 됨을 얻었다고 말씀하시니, 이는 욕심을 떠난 아라한이라는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욕심을 떠난 아라한이라는 이 같은 생각을 짓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만일 이러한 생각을 하되 '내가 아라한 도를 얻었노라'하면 세존께서 곧 '수보리가 이 아란나 행(阿蘭那行=無諍行)을 즐기는 자'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을 것이고, 수보리가 실로 행하는 바가 없을새 '수보리가 아란나 행을 즐기는 자'라고 이름하신 것이옵니다."

무쟁(無諍)이란 다툼이 없다는 것으로 밖으로 어떠한 비난을 들어도 더불어 싸우지 않고, 안으로 모든 감정이 흔들리지 않고 한가로움을 말한다.
대종사께서 쓰신 글 중에 일상삼매(一相三昧)는 정시(定時)을 말하고 일행삼매(一行三昧)는 동시(動時)에 하는 것으로 육근 작용을 하면서 삼매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삼매란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 정신력을 말하는 것으로 정전에서는 염불을 하면 염불 삼매를 얻고, 무시선을 하면 백천 삼매를 얻고, 참회를 하면 무비(無非) 삼매를 얻는다고 하였다.

모든 일에는 긍정성과 부정성의 양면성이 있다. 수행을 근간으로 하고 긍정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무시선법과, 신앙을 근간으로 하고 부정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참회문은 서로 방법이 다르지만 결과는 삼매(三昧)를 얻는 것으로 똑같이 나타난다.

전반적으로 9장에서는 부처님께서 사향사과(四向四果)를 설명하면서 대승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소승사과를 비판하고 계신 것이다.

장엄정토분(莊嚴淨土分) 서설

10장은 장엄정토분(莊嚴淨土分)이라 한다. 10장 원문을 해석하기 전에 정토에 대해서 먼저 설명하고자 한다.
정토란 '깨끗한 땅'으로 부처님이 사는 세계인 불토(佛土)를 말하는 것이며, 이와 상대적인 개념으로 중생들이 사는 세계를 예토(穢土, 더러운 땅)라 한다.
이 정토에는 3가지 종류가 있다.

①내세정토(來世淨土, 앞으로 갈 정토)로 죽어서 갈 정토로 기독교의 천당과 에덴동산에 비유할 수 있다.

②정불국토(淨佛國土, 지금 이룩하는 정토)로 깨끗한 부처가 되어 정토를 만드는 것으로 우리가 사는 세계를 정토화 시키는 것이다. 천국의 현실구현으로 우리 원불교 사상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대종사는 개교의 동기에서 이 세상을 광대무량한 낙원세계로 만들려고 하였다. 이 세상 자체를 낙원세계를 만드는 것이 대종사님의 이상이고 원불교가 지금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이다. 삶의 현장이 낙원이 되어야 하고 이것은 영원한 진행형으로 완성이 될 수가 없다.

③상적광토(常寂光土, 이미 있는 정토)로 항상 빛이 나는 정토 이것은 마음의 정토를 말한다. 이곳은 현실적으로 이미 있는, 이미 도래되어 있는 정토인 것이다. 마음으로 가는 정토의 세계는 우리가 심신작용처리건을 잘 써서 바른 마음으로 정리를 했을 때 이것이 상적광토이다. 이 자리는 법신의 정토 성품의 정토라 말 할 수 있다. 이 절대 정토야 말로 금강경이 가지고 있는 핵심인 대승사상의 출발점이요 대승의 궁긍적 의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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