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무활동의 보람

▲ 장주형 원무
법무사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금전거래, 임대차, 파산, 상속채권, 이혼 등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담을 받게 된다. 그 가운데 최선의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해 주고,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 접촉을 하게 된다.

하루에도 수많은 고객들과 만나다 보면 대부분은 그냥 지나치게 되지만 극소수의 고객은 쇠가 지남철에 끌리듯이 나에게 호감을 표시한다. 나 또한 그들의 편안한 안색과 절도 있는 행동에서 많은 관심을 갖게 되어 나중에 종교를 살펴보면 대부분 불법에 관심 있는 분들이 상당수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럴 때면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이런 인연들과 가족 친지 등 200여 명에게 매일 아침 약 15분에 걸쳐 휴대전화로 법문편지를 보낸다. 처음에는 아무런 관심을 표현하지 않다가 점차 메시지로 감사의 인사를 표현하게 되고, 대화할 기회가 있을 때 원불교에 대한 관심이 대화 소재가 되어 자연스럽게 원불교를 알리게 된다. 그렇게 해서 현재 입교의사를 밝힌 사람은 2명이다. 현재 불연의 씨앗을 계속 뿌리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수확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어양교당 교도들은 각기 맡은 직분에 따라 교당 운영에 자율적으로 참여한다. 그중에서도 교당 단위 원무가 전국에서 제일 많은 어양교당은 원무만 7명이 배출된 곳이다. 원무들은 신입교도 훈련, 교화단 훈련, 어린이·학생법회 보조, 일요법회 사회 및 주례 등을 담당하고 있다. 나는 독경과 법회 주례를 맡고 있다. 교무의 지도를 받아 교도들 앞에서 경건하고 절도 있게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성이 모아진다.

나는 교당 독경단원들과 함께 중앙교구 의식실천대회에 나가 두 번이나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안았다. 그 뒤에는 교무의 철저한 지도가 있었다.

어양교당은 열반인들을 위한 천도재가 많이 진행되는 곳이다. 그래서 갑자기 독경에 참여하고자 오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교도는 내가 자영업자라서 시간을 잘 낼 수 있어 좋겠다고 칭찬 아닌 칭찬을 하기도 하고, 어떤 교무들은 직업도 없느냐고 우회적으로 칭찬하기도 한다. 사실 급여를 받는 직장인보다도 더욱 바쁜 하루 일과를 보내고 있는 나는 3~4분 간격으로 전화가 걸려오기도 하고, 이중으로 전화가 걸려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루 평균 30~40분 간격으로 고객의 상담을 받게 되는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하고, 때에 따라서는 2~3시간을 소비해 법원, 등기소 출장을 가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하지만 열반 독경과 겹치면 영업을 포기하고서 독경에 참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독경에 참여하면서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젖어 본다. '나는 살아서 천도법문을 듣고 있는데 저 영가는 이 천도법문을 들을 수 있을까? 나는 살아서 이 천도법문을 듣고도 아직 마음의 열반을 얻지 못하고 있는데 죽어서 듣는 영가가 얼마나 완전한 열반을 얻을 수 있을까?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완전한 열반을 얻어서 죽어서 천도법문을 듣지 않고도 자동적으로 열반을 얻을 수 있도록 하자'고 다짐한다. 결국은 나의 생전 천도를 위해 독경에 열심히 참여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다.

열반 독경을 모두 마치고 나면 그 유족들과는 남다른 친근감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유족들이 종교생활에 더욱 정진하게 이끌어주는 것이 원무의 보람이 아닌가 싶다.

어양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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