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판사판 공사판

원기100년 12월. 육군사관학교에 교당이 완공된다. 원불교 개교 100년, 육사 개교 70년, 요진건설산업(주) 창립 40년, 군종승인 10년만의 일이다. 공교롭게도 30년의 간격을 두고 각각의 사건들이 일어난 것을 보면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절묘한 타이밍이지 않은가. 완공을 앞둔 요즘은 벅차고 설레는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려 잠을 설칠 때가 많다.

지난해 이맘 때를 생각하면 건축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수십만 평의 캠퍼스를 자랑하는 이곳에 교당이 들어설 단 300평의 땅이 없었고, 전 지역이 개발제한구역이라 건축에 따른 환경훼손부담금을 내야 했다. 심지어 상급부대에 기부채납 승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자 담당자로부터 신자가 몇인데 교당을 그렇게 크게 짓느냐, 입교자 명부를 보내라는 등의 회신을 받은 적도 있었다. 터무니없는 요구에 있는 그대로를 순서와 이치에 맞게 보고하고 우여곡절 끝에 기공봉고식을 올리고 첫 삽을 떴다.

하지만 양적인 성장이 계속되자 터무니없는 유언비어와 압력에 시달리기도 했고, 공사 관련 부대의 하급자로부터 삿대질을 당하는 등의 수모를 겪기도 했다. 밤을 꼬박 새고 아침 6시가 넘어 공사장 빗장을 걸고 나올 때는 교당을 건축하는 교무로서의 보람보다는 공사장 인부인가 하는 착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대로 가다가는 막다른 곳에 이르러 어찌할 수 없게 된 지경인 이른바 이판사판 공사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자세를 바루고 마음을 들여다보니 이판에 가까운 내가 사판에 가까운 군종장교가 돼서 공사판을 벌이니 내안의 이판과 사판이 치열한 전투를 하고 있음을 알았다. 전투는 한쪽이 승리해야 끝이 나지만 군교화를 담당하면서 단련된 사판의 기질이 쉽게 항복할리 없다.

포수에게 쫓기는 사슴의 목숨을 지켜주는 것은 화려한 뿔이 아니라 못생긴 다리인 것처럼 교당 완공을 앞둔 허울뿐인 군종장교보다는 신앙과 수행에 기초한 교무일 때 진정한 교당 완공을 맞이하는 교화자로서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육군사관학교 군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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