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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밥상, "영산성지 유기농 밥상은 생명이고 나눔이다"
새해 밥상, "영산성지 유기농 밥상은 생명이고 나눔이다"
  • 강법진 기자
  • 승인 2016.01.01
  • 호수 17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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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쌀·야채, 천연조미료 요리
각종 장아찌와 동치미, 장맛 일품
▲ 영산성지 유기농 밥상은 '정관평'에서 우렁이 농법으로 키운 쌀로 밥을 짓고 유기농으로 재배한 야채들로 건강 밥상을 차려 순례객들을 맞이한다.

"좋은 것은 나눠 먹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365일 유기농 밥상을 고집해온 사람들.

우렁이 농법으로 수확한 쌀 '연꽃미'로 밥을 짓고, 비닐하우스 속 유기농 작물로 반찬을 만들어 상에 놓으면, 직접 담근 된장과 함께 푹 삶아진 시래기국이 모락모락 김을 내뿜으며 뒤따라온다. 이렇듯 사시사철 파릇파릇한 생기를 한 상 가득 차려내는 유기농 밥상은 이제 영산성지의 자랑이 됐다. 순례객들에게 밥맛 좋기로 소문난 영산성지의 밥상. 그 비결이 있다면 아마도 이들이 지켜내고자 한 건강한 먹거리가 손님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탓일 게다.

유기농법으로 전환한 '정관평'

원기101년 새해를 맞아 한 상 가득 '정 담은' 새해 밥상을 차리기로 했다. 원불교 100년을 함께 걸어온 재가출가 교도들과 그동안 관심과 사랑으로 본지를 애독해준 독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내기 위해서다.

그래서 '좋은 사람에게는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마음'으로 밥상을 차리는 영산성지를 찾았다. 한 달에 수천, 수백 명의 순례객들이 몰려와도 결코 변하지 않는 영산성지의 밥맛은 유기농으로 길러진 연꽃미 쌀과 야채, 된장, 파, 고추, 양파, 그리고 손맛과 장맛이 잘 어우러진 각종 장아찌, 동치미 등이 그 비결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 소태산 대종사가 제자들과 함께 직접 언답을 막아 간척해 낸 '정관평'을 지난 7년간 유기농법으로 전환해 '유기농 명인' 타이틀까지 얻게 된 중앙총부 영산사무소 김형진 교무의 노력도 가미됐다.

김 교무는 "음식은 생명이다. 생명을 키우는 땅에 온갖 제초제와 살충제를 뿌려 토양오염과 수질오염을 시키면 결국 우리가 그 병을 얻게 된다. 균형이 깨진 생태계를 바로잡는 일이 유기농법이고 사은에 보은하는 길이다"고 말했다. 지금은 그의 유기농법을 배우기 위해 연 3500여 명 정도가 영산성지를 다녀가고, 정관평의 9할 정도가 이미 유기농법으로 전환됐다. 영산성지는 이제 관광지뿐 아니라 유기농 체험학습장으로까지 발돋움하게 된 것이다.

▲ '연꽃미'쌀로 지은 밥을 담는 최시은 덕무.

밥 짓는 마음

겨울 추위가 한창인 지난해 12월18일. 영산사무소 식당은 무척 분주했다. 반갑고 귀한 손님이 온다는 소식에 주방장 최시은 덕무는 초무침할 맛조개와 야채를 다듬고, 굴비를 손질했다. 겨울철이라 비닐하우스에서 자라는 야채가 많지 않아 시내 영광시장에 나가 노지에서 직접 기른 것들로만 장을 보고, 영광의 명물로 불리는 굴비는 전날 법성에 가서 두툼한 걸로 골라왔다. 서해바다와 맞닿아 있는 영산성지는 논밭에서 자라는 작물과 함께 생선류가 밥상에 자주 오른다. 이날은 해물전도 함께 올랐다. 프라이팬 위에서 노릇노릇 구워지는 해물전은 금세 주방 가득 고소함을 가득 채웠다.

다음은 나물을 무칠 차례다. 영산성지에서 직접 재배한 브로콜리와 도라지로 나물을 무치고, 시장에서 구입해온 고사리를 다듬어 천연조미료로 맛을 내 한손으로 쓱쓱 버무려 주니 밥상 한가득 정이 흐른다. 영광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가 젓갈이다. 아쉽게도 오늘은 새우젓 대신 명란젓이 통깨를 얹고 밥상에 오른다. 큼직한 김장김치 한 포기를 새로 꺼내어 한입에 먹기 좋게 썰어 담고, 겨울철 찬바람 맞으며 단내 가득 품은 배추를 삶지 않고 그대로 밥상에 올렸다. 된장은 아무것도 섞지 않은 재래식 생된장 그대로를 놓고, 오랜만에 반갑고 귀한 손님이 온다기에 영광 모싯잎 송편도 예쁘게 담아 밥상을 차렸다.

손님이 들어올 시간이다. 올해 수확한 '연꽃미'로 지은 현미밥과 하얀 쌀밥을 지어 취향에 맞게 골라먹도록 준비했다. 마지막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을 올리니 한 상 가득 '정 담은' 밥상이 완성된다. 이쯤하면 시골 유기농 밥상치고 진수성찬이다. 오늘은 예고 없이 5명의 밥 식구가 늘었다. 당황할 법도 한데 이 정도 숫자는 최 덕무에게는 예삿일이다. 평소 넉넉하게 밥을 지어 누가 오더라도 밥 한 끼 따뜻하게 먹이는 것이 영산성지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땅의 향기, 풀의 향기, 바다 향기 가득한 산해진미 밥상에 사람들은 즐겁고 행복한 식사를 한다. 최 덕무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동치미나 장아찌들을 많이 담궈 놓는다. 언제든 쉬고 싶을 때 성지순례 삼아 훌쩍 떠나오면 좋다. 건강한 먹거리로 만든 따뜻한 밥 한 끼가 몸도 마음도 치유해 줄 것이다"고 전했다. 그 역시 잠시 쉬러 왔던 이곳에 7년 넘게 살면서 이제는 영산성지의 식단을 책임지는 덕무로서 한식조리사, 출장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지금은 영양사 자격증까지 준비 중이다.

▲ 영산원 뒤편 양지바른 곳에 자리잡은 장독대.

장맛은 장독대에서

영산성지는 생된장이 밥상에 오를 만큼 장맛이 좋다. 거기에는 아주 우연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원기95년 11월부터 1년간 영산원(원불교 성보 제3호) 정비작업이 이뤄졌을 때다. 당시 영산원에 습기가 많아 건물 뒤편에 우거진 풀을 제거하기로 했는데 그곳에서 장독대가 발견됐다. 70년 전 영산에서 나고 자란 이경옥 전 영산사무소장은 이곳이 사타원 이원화 선진이 썼던 장독대임을 밝혔다. 그리고 바로 이곳으로 장독대를 옮겼다.

이경옥 전 소장은 "장독대는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위치해야 한다. 영산원 건물 뒤편이 최적의 장소다. 그곳으로 장독을 옮긴 후로는 장맛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쌀이든 된장이든 기초식품이 좋아야 밥맛이 좋다는 그는 장독대를 지날 때면 감사의 마음이 절로 난다고 한다.

어느 덧 일흔의 나이가 된 그는 교단 초창기 정관평에서 곡출을 내지 못해 선후진들이 쑥죽과 매조밥으로 끼니를 해결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지금의 영산성지를 '천지개벽'된 세상이라 말했다. 하지만 그 가치를 소중히 지켜야 한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는 "영산성지 '정관평'을 지키는 일은 환경을 살리고 몸을 살리는 길이다"며 "근원성지가 먼저 낙원공동체로써 모범단지가 돼야 살림운동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득 영산성지 식당 창문 너머로 수확을 마친 '정관평'이 한가롭게 노니는 모습이 떠올랐다. 추운 겨울을 잘 견뎌야 봄이 오듯 우리도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며 생태계를 살리고 건강을 살려 몸과 마음이 행복한 새해를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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