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실천으로 삶 거듭날 때
인생의 고통 가볍게 이겨내

▲ 채연화 교도 / 영산교당
원불교에 입교한 지 벌써 6년째다. 원불교와 인연을 맺게 되었을 당시 나의 삶은 힘겨움을 버텨내야 했던 삶의 연속이었다. 딸, 엄마, 아내, 며느리로서의 역할 그리고 지역의 여성운동가로서의 역할에 많이 지쳐 있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부딪히는 가족 간의 갈등, 주변 사람들과의 삶 또한 어려움이 많았다. 여성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견뎌야 했던 삶이 참으로 고단했다.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지 못한 나는 일상이 고통이었고 아이들의 아우성이었다. 나에게는 그 원인을 생각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매일 반복되는 삶에서 겪는 고통을 모면하고자 무속적 토속신앙을 찾게 되었다. 하지만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여성이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이 지키고 살아가야 할 중요한 지표는 잃어버린 채 엄마, 아내, 며느리로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지내왔다.

하지만 나의 슬픔을 아이들에게 대물림하고 싶지는 않았다. 모든 인간은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삶을 온전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바쁘게 사는 일상 속에서 나를 챙기지 못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로 인해 가족과 주변 인연들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그것을 알고는 큰 슬픔에 빠졌다. 나의 원망심이 자신은 물론 가족 모두에게 보이지 않게 상처를 주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마음을 보기 시작했다.

그때 만난 원불교는 나에게 아주 특별한 인연이었다. 가장 힘겨운 삶의 끝자락에 매달려 있을 때 나에게 희망을 주고 우리 가족에게 신앙적 의지처를 맺게 해준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게 해주었다. 가장 절박한 순간에 실오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새벽이면 심신수양을 통해 나를 달랬다. 그리고 법회와 교리를 통해 갈등에서 일어나는 이유와 원인이 찾게 됐다.

여러 가지의 방안을 찾아 실생활에 접목하여 해보고, 그것이 연결고리가 되어 또 새로운 방법을 찾아가고 하는 과정들이 내 삶을 전환하는 가장 큰 계기가 됐다.

다행인 것은 그 방법을 찾아가는데 나는 걱정과 두려움이 적었다. 그 장점이 원불교 교리를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되었을 거라 믿는다.

그러면서 여성으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을 재정립할 수 있었다. 나는 참 많은 삶 속에서 풍부한 경험을 했고 그것은 지금의 내 어머니를 통해 가족 안에서도 차별적 대우를 받아야 하는 아픔과 슬픔을 알게 됐다. 사회적 성별 속에서 여성의 역할을 우리가 꼭 규정지어야 하는지 의문이었던 날들. 함께 일하는 동일한 삶인데도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병행해야 하는 산적한 집안 일들이 여성만이 해야 하는가에 대해 우리는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의 역할 속에 과거 어머니들의 힘겨운 농사일은 내가 노동현장에서 경험하고 느꼈던 헌신적인 삶으로 대변될 수 있는 일인가 생각해 본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과거와는 달리 좀 더 다양한 지혜를 겸한 생활인으로서 여성만이 가지고 있는 모성애적 결속력으로 이끌어 낼 수는 없는지,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여성도 하나의 존재 자체로 즐거워하고 귀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노년의 끝자락에 선 어머니의 노후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나는 지금 일상에서 일어나는 순간순간의 일들을 소홀히 하지 않고, 문제의 원인을 나 자신으로부터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성들의 삶의 지혜를 통해 가족의 안락함을 찾을 수 있다는 원불교 교리를 통해 나는 희망을 본다. '정신수양, 사리연구, 작업취사' 삼학병진법을 통해 역할을 찾고, 모든 일어나는 경계 속에서 불편함보다는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면 누군가의 도움을 요청하기 보다는 내가 먼저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을 하게 된다.

여성의 역할과 삶은 교리적 삶을 실천해 보이는 길이며, 늘 깨어 있는 일상을 살아가는 삶의 주인공이게 한다. 그 이치를 알기에 이제는 삶의 고통도 하나의 도구이고 돌파구일 뿐이라 여기며 교법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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