何以故오 須菩提야 如我昔爲歌利王의 割截身體로대 我於爾時에 無我相하며 無人相하며 無衆生相하며 無壽者相호라 何以故오 我於往昔節節支解時에 若有我相人相衆生相壽者相이면 應生瞋恨일러니라 須菩提야 又念過去於五百世에 作忍辱仙人하야 於爾所世에 無我相하며 無人相하며 無衆生相하며 無壽者相호라.

어찌한 연고인고 수보리야! 내가 옛적에 가리왕(歌利王)에게 신체를 베이고 끊어냄이 되었으되, 내가 그 때에 아상도 없고 인상도 없으며 중생상도 없고 수자상도 없었노라. 어찌한 연고인고, 내가 옛날에 마디마디 끊어냄이 될 때에 만일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있었으면 응당 진심과 원한심을 내었으리라. 수보리야! 또 생각컨대 과거 오백세 전에 인욕 선인이 되어 그 세상에서도 아상도 없고 인상도 없으며 중생상도 없고 수자상도 없었노라.

인욕(忍辱)은 육바라밀 중의 하나로 어떠한 비난, 중상, 모략, 굴욕 등을 참아내어 분노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것을 말한다. 참된 인욕은 참는 대상도 참는 주체도 없는 경지가 인욕바라밀이다.

가리왕(나쁜 왕이란 뜻)시대 붓다의 이름은 찬디바리(인욕 수행자의 뜻)였다. 그는 인욕을 실천하기 위해 홀로 산중에서 수행하고 있을 때 가리왕에게 사지를 절단 당하고도 분노를 일으키지 않았다고 한다. 몸이 제자리로 돌아온 후 선인(仙人)들이 가리왕을 헤치려 하자 말리기까지 하였다.

만약 인욕선인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상이 있었다면 한을 품었을 것인데 한 점의 상도 없었다.

是故로 須菩提야 菩薩이 應離一切相하고 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이니 不應住色生心하며 不應住聲香味觸法生心이요 應生無所住心이니라.
이런 고로 수보리야! 보살이 일체 상을 떠나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할지니, 마땅히 색에 주하여 마음을 내지 말며 마땅히 소리와 냄새와 맛과 부딪침과 법에 머물러 마음을 내지 말고 마땅히 주한 바 없는 마음을 낼지니라.

우리나라에도 춘향전·심청전·흥부전의 판소리 설화 속에 절개·효성·우애 등을 표현했고, 그 마음에 다른 상 없음이 맥락을 같이 한다.

若心有住면 卽爲非住니 是故로 佛說菩薩이 心을 不應住色布施라하나니라 須菩提야 菩薩이 爲利益一切衆生하야 應如是布施니.
만일 마음이 머무는 바 있으면 곧 참으로 머뭄이 아닐지니 이런 고로 불타가 말하되 "보살이 마음을 마땅히 색에 주하여 보시하지 아니한다" 하였나니라. 수보리야! 보살은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마땅히 이와 같이 보시하나니라.

마음이 어딘가에 머물러 있으면 바른 판단과 바른 행동이 나오지 않는다.

如來說一切諸相이 卽是非相이며 又說一切衆生이 卽非衆生이니라
여래가 말한 일체 상이 곧 이 상이 아니며, 또 말한 일체 중생이 곧 중생이 아니니라.

부처는 부처만 보이고 중생의 눈에는 중생만 보인다. 그래서 견성이 중요한 것이며 대산 종사는 "견성은 꿔서라도 해라!"고 했다.

須菩提야 如來는 是眞語者며 實語者며 如語者며 不誑語者며 不異語者니라 須菩提야 如來所得法은 此法이 無實無虛하니라.
수보리야! 여래는 참 말을 하는 자며, 실다운 말을 하는 자며, 변함없는 말을 하는 자며, 속이지 않는 말을 하는 자며, 다르지 않은 말을 하는 자니라. 수보리야! 여래의 얻은 바 법은 그 법이 실(實)하지도 허(虛)하지도 아니하니라.

여래의 다섯 가지 말을 설명했다. 여어(如語)는 상황 따라 말을 바꾸지 않고 외부의 조건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을 말한다.
〈정산종사법어〉 법훈편 39장에서는 '구시화복문(口是禍福門)'이라고 하셨다.
어느 말을 하느냐에 재앙과 복록이 나뉠 수 있기 때문에 말이란 참으로 중요하다. '무실무허'는 일원상 자리로 공적영지 진공묘유가 다 담겨져 있다. 이를 삼학에 연결하면 진공의 수행은 정신수양, 영지의 수행은 사리연구, 묘유의 수행은 작업취사이다.

須菩提야 若菩薩이 心住於法하야 而行布施하면 如人이 入暗에 卽無所見이요 若菩薩이 心不住法하야 而行布施하면 如人이 有目하야 日光明照에 見種種色이니라.
수보리야! 만일 보살의 마음이 법에 머물러 보시를 행하면, 사람이 어두운 곳에 들어가매 곧 보이는 바가 없음과 같고, 만일 보살의 마음이 법에 머물지 아니하고 보시를 행하면, 사람이 눈이 있어 햇빛이 밝게 비치매 가지 가지의 색을 보는 것과 같나니라.


須菩提야 當來之世에 若有善男子善女人이 能於此經에 受持讀誦하면 卽爲如來以佛智慧로 悉知是人하며 悉見是人하나니 皆得成就無量無邊功德하리라.
수보리야! 돌아오는 세상에 만일 선남자 선녀인이 있어, 능히 이 경을 받아 가지고 읽어 외우면, 곧 여래는 깨달은 자의 지혜로다. 이 사람을 알고, 이 사람을 다 보나니, 모두가 한량없고 가없는 공덕을 성취할 수 있으리라.

여기까지 금강경 상권이 끝난다. 부처님의 간절한 말씀처럼 상(相)에 머물지 않는 보시를 하고 금강경을 수지 독송하여 무량무변의 공덕을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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