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권 교도 / 여의도교당
며칠 전 점심을 먹다가 아내가 느닷없이 나를 보고 '내생에도 제 아내로 다시 오겠다'는 것이다.
"갑자기 왜 그러지. 겁나는데"

왜냐하면 내 얼굴에 주름살 하나 없이 신선(神仙)처럼 품위 있게 늙어가기 때문이란다.
'아니 세상에 그렇게 오래 살고도 지겹지도 않은가'

그래도 자기 아내에게 인정받고 산다는 것이 여간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우리가 품위 있게 늙으려면 내면적인 아름다움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늙어도 우아하고 품위 있게 늙어 가야 한다.

품위가 깃든 주름살 앞에는 고개가 숙여진다. <탈무드>를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늙는 것을 재촉하는 네 가지가 있다. 그것은 두려움, 노여움, 아이, 그리고 악처이다."
좀 더 품위 있게 살려면 이런 부정적인 것들을 마음속에서 몰아내야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순수를 읽어버리고 고정관념에 휩싸여 남을 무시하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자신도 모르게 왠지 뻔뻔스러워지고, 우연한 행운이나 바라고 누군가에게 기대려 한다. 도움을 받으려는 생각, 남을 섬기기보다는 부리려고만 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그만큼 경륜이 쌓였기 때문에 우리는 남보다 더 많이 이해하고 배려하며 베풀고 살아야 한다. 또한 더 너그러워져야 하는데, 오히려 아집(我執)만 늘어나고 속이 좁아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우아하게 늙는 사람은 자기 삶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감사하며 살아간다. 그런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넓고 큰마음을 갖는다.

빅토르 위고는 "주름살과 함께 품위가 갖추어지면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고 말했다.

나이가 든 만큼, 살아온 날들이 더 많은 사람일수록 남들보다 더 오랜 경륜을 쌓아왔다. 그러므로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배려하며, 넉넉한 마음으로 이웃과 아랫사람들을 포용해야 한다. 그러면 나이 듦이 얼마나 멋진지를 보여주며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면적인 수행을 아우르지 않으면 주름살의 품위는 갖출 수 없다. 그럼 그 수행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삼학(三學)이라 부르는 정신수양, 사리연구, 작업취사 세 가지 공부를 해야 한다. 이 삼학을 닦은 힘을 삼대력(三大力)이라 말한다. 그러니까 이 세 가지를 닦아가는 것이 바로 수행인 것이다.

이 길은 스스로 닦아야 하는 길이다. 열심히 수행 해 감으로써 얻어지게 되는 주름살의 품위는 그 누구도 흔들 수 없는 자신만의 재산이다.

주름살의 품위를 갖춘 사람은 항상 겸손하고 남을 받들며 용서하고 정신 육신 물질로 베푸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땅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생령(生靈)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조지 베일런트는 〈품위 있게 나이 드는 법〉에서 자리이타, 품위 있게 사려는 노력, 주체적인 삶, 즐기는 인생, 끊임없이 배우는 노력, 사랑의 씨앗을 이야기 했다.

여기에다가 이 내면적인 삼학을 더하면 아마도 우리가 노년의 주름살의 품위를 으스대는 길이 아닐까.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