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자의 삶

▲ 김덕찬 교무 / 청해진다원
청해진다원의 차밭은 원기81년에 만들어졌다. 그 후 지금까지 농약과 화학비료를 주지 않고 유기농법으로 가꾸어온 곳이다. 실은 유기농이 아니라 자연농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유기농 인증 현장 감사관이 "방치는 유기농이 아닙니다"라고 한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실제로 그랬다. 그리하여 지속적으로 다듬고 관리할 것을 약속했다. 예쁘게 잘 다듬어진 보성의 어느 차밭 주인에게 제초에 대해 자문을 구하자, 하루에 10명씩 1달 내내 풀을 매야 한다고 한다. 이 곳 3만여 평의 차밭 풀매는 일은 놓아 둔 지 오래 됐고, 보다 효과적인 제초와 차밭 관리에 대해 연마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에서 오히려 꿈과 희망을 보았고 두 가지의 꿈을 구체적으로 꾸게 됐다. 그 첫째가 자연과 더불어 하나 될 수 있는 방법, 즉 자연회귀의 라이프 스타일링이다. 이것이 바로 명상 즉 선이며, 또한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시대사상의 근간이며 나아가 영적 진화와 함께 현대인들이 시달리고 있는 스트레스 등 모든 질환의 근본적인 치유임을 보았고 느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밭이 단순한 차밭이 아니라 치유의 대 도량이고, 찻 일이 일이 아니라 선(禪)이며, 차 맛이 차의 맛이 아니라 바로 선미(禪味)임을 알기 때문에 이곳을 차와 명상이 숨 쉬는 사상선 도량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갖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이곳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상선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 중에 있고, 마무리되어 간다. 이러한 꿈을 꾸는 이곳이야말로 우리 회상 초기 창립정신의 가장 근간이 되었던 영육쌍전의 생생한 터전이 될 것이다. 이미 기간제전무출신 제2기의 하선을 사상선 훈련으로 났고, 영산과 익산의 인연 있는 예비교무들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일기 회화하며 서원과 신성을 다지고 세워내면서 교리공부의 체계를 점검하고 확립하는 영육쌍전을 바탕으로 한 살아있는 사상선 훈련 실습을 짧게는 일주일에서 한 달여 이상 하고 간다.

그리고 두 번째 꿈은 바로 약용 힐링 타운이다. 섬이라는 특성과 천혜의 자연적 환경을 이용하여 약용단지를 만들려고 한다. 많은 공부인들이 공사에 전념하면서 심신이 깊은 병마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았다. 이들이 보다 자유롭고 여유있게 쉬며 영적인 대안정과 심신을 맑혀주는 치유의 공간을 만들려는 것이다. 또한 세상사에 지쳐있는 영혼들의 맑은 쉼터로 고요의 깊이를 느끼며 맑은 자연의 에너지를 맘껏 호흡하고, 치유의 차 한 잔 나누며 잠들어 있는 본연의 영성을 깨워내고, 삶의 근원적인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러한 꿈을 성취하기 위한 첫 단계로 기관 내 교당 승인을 받았고, 인연있는 공부인들이 하나둘씩 찾아와 차 한잔 나누며 차와 정신문화에 대해 자연스레 나누는 법담들이 바로 마음공부와 우리 교법, 회상, 주세불에 대한 화제이다. 새롭게 입교 인연들도 생기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차명상문화 법회를 보고 있다. 또한 감나무 40주, 구지뽕나무 200주를 심어 올해 이른 봄 새싹을 이용하여 약용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렇게 이소성대로 장차 신앙과 수행 공동체 마을을 이루고, 나아가 일자리 창출과 함께 지역사회에 정신문화의 싹을 피워내고 싶은 소박한 꿈을 갖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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