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말씀하시되 “애욕은 색에 더 심함이 없나니 색으로부터 나는 욕심이라”하셨다.
색욕의 병이 몸과 뜻을 망치는 가장 큰 병이므로 성인은 때로 색욕의 화가 독사보다 심하다고 깨우쳐 주기도 하고 색욕에 빠져 허덕이는 삶은 불나비가 제 죽을 줄 모르고 불에 뛰어드는 것 같다고 깨우쳐 주기도 한다.

음욕을 끊지 않고 수도 한다는 것은 모래를 쪄서 밥을 지으려는 것과 같다.

모래를 가지고서는 백 천겁 동안을 찐다 할지라도 모래가 밥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음행하는 몸으로 불과를 얻으려하면 아무리 미묘하게 깨닫는다 하여도 그것은 모두 음욕의 근본에 지나지 않는다. 근본이 음욕이므로 삼악도에 떨어져 헤어날 수 없을 것인데 열반의 길을 어떻게 닦아 얻을 것인가. 음란한 뿌리를 몸과 마음에서 말끔히 뽑아 버리고 뽑아 버렸다는 생각조차 없어야 비로소 성불의 길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한때 원효스님이 소요산 속 토굴에서 선정을 닦고 있었다.

어느 날 비바람 몰아치는 깊은 밤에 토굴 문을 두드리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스님, 죄송합니다. 하룻밤만 자고가게 해주셔요󰡓하며 안으로 들어왔다. 여인은 추위에 떨며 몸을 다숩게 해 달라고 자리에 누웠다. 정성껏 추위에 언 몸을 녹여주고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폭풍우 지난 후 아침 스님은 훨훨 옷을 벗어 던지고 옥류천 맑은 물에 몸을 담그었다. 얼마 후 여인이 토굴에서 나와 옷을 벗어던지고 물속으로 들어와 스님 곁으로 다가왔다. 󰡒여인이여! 나를 유혹해서 어쩌자는 것인가󰡓󰡒호호호, 스님도 어디 제가 스님을 유혹 합니까, 스님이 저를 색안으로 보시니까 그러죠󰡓

그때 스님은 처음으로 빛을 발견 한 듯 모든 것이 명료해 졌다. 󰡒모든 것이 그것으로 인하여 생기는 그 마음까지도 버려야 하는 그 도리!󰡓스님은 물을 차고 일어섰다. 여인은 어느새 금빛 찬란한 보살이 되어 옥류 폭포를 거슬러 사라졌다. 스님은 그 곳에 암자를 세워 자재암이라 했다.

<용암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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