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아 버리면 편안하리

한 사람이 산길을 걷고 있었다. 이윽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고 점점 앞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조심조심 걸어서 산을 내려오려고 했지만 순간 발을 헛디뎌 미끄러지고 말았다. 가파른 낭떠러지라고 여겨지는 곳으로 한참 미끄러지다가 간신히 나뭇가지를 손으로 움켜잡을 수 있었다.

살려달라고 소리쳐보기도 하고 발버둥을 쳐봐도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밤이 새도록 무조건 나뭇가지를 놓칠세라 꽉 부여잡고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날이 밝아오자 주변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발 밑 낭떠러지를 보기가 무서웠지만 나뭇가지를 잡은 손에 힘이 없어서인지 무의식적으로 아래를 내려다보게 되었다. 그런데 󰡐아뿔싸󰡑, 낭떠러지라고 생각했었는데 나뭇가지를 놓으면 바로 평평한 땅에 발이 닿을수 있는 곳이 아닌가. 그래도 놓칠까 두려워하며 부여잡았던 나뭇가지만 놓았으면 밤새 그리도 고생하지 않았을 터였다.

좀 더 잘살기 위해서, 더욱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며 우리는 무언가를 부여잡고 살아간다. 놓치면 안될 것 같은 불안함으로 꼭 붙잡고 있다. 놓아버리면 편안할 수 있으련만 놓지를 못한다. 그런데 놓지 못하고 부여잡고 있는 것을 들여다보면 그는 다름 아닌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바로 사연사조(捨捐四條)인 불신(不信)․탐욕(貪慾)․나(懶)․우(愚)에 지나지 않는 마음들인 것이다. 불신은 믿지 않음이다. 진리와 법과 스승에 대해 저울질하며 정당한 믿음을 세우지 못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자신의 서원과 가능성조차 믿지 못하고 방황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불신은 모든 일을 이루려 할 때에 결정을 얻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탐욕은 지나친 욕심이다. 모든 일을 할 때에 분에 넘치게 더 빨리 이루려 하고 더 많이 가지고자 하는 마음이다. 이러한 과한 욕심이 때로 죄악을 낳기도 하고 고통 속에 헤매도록 하는 것이다.

나는 게으른 마음이다. 모든 일을 이루려 할 때에 하기 싫어함이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지만 늘 끌려 다니며 무엇 하나 능동적이며 적극적으로 이루어낼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우는 어리석음이다. 대소유무와 시비이해를 전연 알지 못하고 자행자지함이다. 알고 행해야 할 것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기 때문에 올바른 삶의 방향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붙잡고 있는 것을 들여다보자. 붙잡고 있는 것의 대부분이 오히려 공부와 삶의 기쁨을 방해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놓아버리면 편해질 것이다. 놓는 순간 마음의 진면목과 마주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늘을 긍정하며 기쁨의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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