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현송 교무 / 송천교당
평소 나는 '원불교의 핵심교리인 은혜를 널리 알려 어떻게 보은할 것인가?' 하는 화두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원기100년 맞이 은혜나눔 씨앗 뿌리기'를 해야겠다는 열망으로 석존성탄절 관등비 전액을 장학금으로 활용하자는 합의를 교도들과 하게 됐다.

석존성탄절은 교단의 4대 경축일 중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익히 공감하고 호응하고 있던 터라, 관등행사를 적극 활용하면 좋겠다는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그래서 각자의 소망과 염원을 담아 불 밝히는 관등불사를 적극 권장했다.

석가탄신일을 축하하고 그 관등비로 들어온 수입금을 다시 사회의 어렵고 힘든 약자들을 위해 쓴다면, 마음에 희망의 등불을 켤 수 있는 '은혜나눔 장학금'으로 대각개교절 봉축기간을 뜻 깊게 경축하며 나눔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태산 대종사의 연원불인 석가모니 부처의 후광으로 다시 대각개교절을 빛내는 이중효과를 염두에 두었던 것이다. 관등을 권선할 때에도 관등비를 장학금으로 활용한다고 하니 호응이 좋았다. 그 결과 원기100년 모아진 관등비는 다른 해에 비해 2배 정도 큰 금액이 모아져 '은혜나눔 장학회'의 기초자금이 됐다.

물론 해마다 관등비 전액을 장학금으로만 쓰기엔 교당 경제상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래서 은혜나눔장학회 회칙에는 매년 50%이상과 특지가의 지정희사금으로 자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이 담긴 관등비는 다시 더불어 사는 세상, 나눔이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밝히는 밝은 등불로 환원되어 은혜나눔 운동의 씨앗이 됐다. 그런데 교당 인근의 3개 초·중등학교와 관할 장위1동 주민센터를 통해 추천받은 학생 15명에게 3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동안 통념상으로 장학금은 어려운 사람에게 주는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장학금 수여자인 학생들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많이 꺼렸다. 심지어 장학금을 그냥 통장으로 입금해 주면 안 되겠냐는 요청도 들어왔다. 우리의 처음 의도와는 많이 달랐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대신 우리의 대안도 제시했다. 장학증서에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타의 모범이 되는 학생'이라는 문구를 넣겠다고 했다.

의도는 '은혜나눔 장학생'으로 선정되는 것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임을 알게 하고자 함이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자'라는 낙인보다는 그 어려움 속에서도 은혜나눔을 실천하는 것에 대한 칭찬과 격려의 의미로 '은혜나눔 장학금'의 정체성을 확보해 가는 노력도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우리가 장학금을 지급하는 행위 자체도 은혜나눔이지만 그 수여자가 은혜나눔을 실천하는 태도에 대한 격려와 지지로 '은혜나눔'을 점점 확산해 가고자 한 것이다.

이처럼 장학금 전달을 위해 주민센터를 방문하고, 학교 방학식이나 졸업식이 있는 날 교장실에서 전달하기도 하면서 원불교를 알리고 좋은 이미지를 형성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이 녹록한 것만은 아니다. 학교에서는 행여 종교적 거부감으로 민원이 발생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비록 4대종단이라고는 하지만 원불교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와 호감도가 낮은 상태에서 교단이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기에 1회성인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실천으로 신뢰를 쌓아가고 나눔을 실천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은혜나눔 장학금'은 외부 지역사회에만 향해 있지 않다. 그동안 교도들의 자녀들에 대한 장학금은 봉공회에서 지원하는 1백만원 정도였던 것을 좀 더 확대하기로 했다. 교도들의 자녀가 행복해야 교도들이 행복하고 그 힘으로 밖으로 사회로 은혜가 뻗어나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장학회 운영위원회에서는 각 단에서 추천된 학생 모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21일 열린 일원가족초청법회에서 교도 자녀들 중 대상자를 추천받아 8명에게 330만원의 은혜나눔 장학금을 전달했다.

비록 적은 장학금이지만 어려운 누군가의 꿈과 희망과 행복의 열매가 된다면 점점 튼실한 씨앗으로 번져 갈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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