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문 교도/원남교당

<대종경〉 서품 3장에서 대종사는 "불법은 천하의 큰 도라 참된 성품의 원리를 밝히고 생사의 큰 일을 해결하며 인과의 이치를 드러내고 수행의 길을 갖추어서 능히 모든 교법에 뛰어난 바 있나니라" 하고 불법의 시대적 필요성을 설파했다.

그러나 생로병사란 인생의 사고(四苦)에서 출발한 깨달음의 소식은 천조의 대소유무의 이치에 의심을 건 화두를 대명제로 한 깨달음으로 그 외연을 넓히고 있다. 또한 세상의 인지는 등상불을 신앙의 대상으로 여긴 시대에서 청정법신불 당처 진리를 대상으로 한 진공·묘유·인과의 진리를 당연시하게 받아들이는 데 좀 더 세월이 필요할 것 같다.

이러한 시점에 모든 사람들의 생의 가치와 희망과 니즈가 함께하는 일상의 하모니 속으로 쉽게 흘러들어 갈 문화교화에 대한 당위성과 시대적 필요성을 느끼곤 한다. 문화의 큰 물결 속에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의 하루하루의 일상생활을 실감하면서, 문화 갈증을 하나로 담아내어 문화와 교화가 함께 할 수 있는 기반을 열어 가야 한다. 그것이 교정원 서울시대의 개막에 대한 실제적인 이유로써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에 대한 하나의 기연이요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대종경> 교의품 2장에 한 제자 여쭙기를 "어떠한 것을 큰 도라 이르나이까."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천하 사람이 다 행할 수 있는 것은 천하의 큰 도요, 적은 수만 행할 수 있는 것은 작은 도라 이르나니, 그러므로 우리의 일원 종지와 사은사요 삼학팔조는 온 천하 사람이 다 알아야 하고 다 실행할 수 있으므로 천하의 큰 도가 되나니라"고 했다.

대종사가 법문한 소경이 문고리 잡은 격인 구세교법을 두 손에 굳게 붙잡고,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행할 수 있는 도를 열어가기 위해서 서로 교류하면서 만들어내는 일상의 하모니, 대중의 치열한 삶, 문화의 갈증, 문화의 물결 속으로 성큼성큼 다가가는 발걸음이 필요하다.

400~500년 결복을 앞당기기 위한 문화교화를 위해 독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문화사회부의 신설 내지 문화부서의 역할 보강과 함께 다양한 문화교화 콘텐츠에 대한 연구와 실증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하여 일상수행의 요법을 일상수행의 문화로, 원불교 천도재를 원불교 천도문화로, 원불교 불공법을 원불교 불공문화로, 후천개벽시대의 원불교 영육쌍전법을 서구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원리와 자본주의 정신에 대비되는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이 병진하는 정신개벽과 물질개벽의 영육쌍전주의로 보다 더 큰 스케일의 접근법이 필요하다.

기독교 문명의 정체성, 불교의 예술문화의 정형, 원불교의 문화의 정체성과 정형을 찾아서 실험정신에 기초한 다양한 접근이 향후 100년 동안 치열히 전개돼야 한다.

문화교화의 기틀을 닦고 이를 일선교화에서 가능하게 하기 위한 이른바 규모의 경제에 의한 교당의 합리적인 통합과 조정, 사회의 니즈에 부합되는 도심과 농촌 교화모델 수립, 원불교 사상을 세계주류의 종교 철학화하는 교립 대학의 전향적 역할과 학문적 및 인적 교류 프로그램의 구축, 사업과 교화의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지자본위의 원칙에 의한 전문성 강화와 시장경제의 원리에 의한 투명성 및 운영 효율성 제고 방안, 재가 교역자의 다양한 역할 정립, 기후변화 시대를 선도하는 원불교 건축문화 등 다양한 시대적 아젠다들이 101년 이후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세계주세교단으로서의 큰 기틀을 바로 세우고 일원대도의 전개와 원불교 문화예술의 정형화를 위한 새롭고 유연한 사고와 접근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화의 시대, 문화와 교화, 교화와 문화 함께 걸어가는 길을 모색하고 실천해 볼 시점이다.

일원상 문명도화 일천강 심월명조(一圓相 文明道花 一天江 心月明照). 내 마음에 일원의 진리가 문명되어 꽃을 피우면, 온 세상에 마음달이 크게 떠올라 세상을 밝게 비치리라.

이것이 바로 원불교 개교의 동기인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써 정신의 세력을 확장하고, 물질의 세력을 항복 받아, 파란 고해의 일체 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는 하나의 큰 시대적인 방편이 될 것이다.

<가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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