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자의 삶

▲ 길혜선 정무/통영교당
따뜻한 봄볕이 창문으로 들어온다. 이럴 때는 반짝이는 햇살을 맞으며 몸을 움직여보고 싶어진다.
며칠 전에 통영교당 탁구동아리가 발족됐다. 작년에 경남교구장배 친선탁구대회와 통영지구 친선탁구대회를 하면서 이웃교당과도 친근한 관계가 됐다.

스포츠는 마음의 문을 열게 해주는 것 같다. 통영교당에서 동아리를 만든다고 하니 이웃에 있는 북통영교당에서도 동참하기를 원해서 통영지구 탁구동아리가 됐다.

이번에 총무를 맡게 된 김정원 교도는 몇 십 년 잠자던 교도였다. 작년 가을에 통영지구 친선탁구대회 때에 '탁구 한판 합시다'하는 권유로 왔다가 교당에 다시 나오게 됐다. 오랫동안 잠자던 시기를 벗어나 교당에 오게 되니 모든 것이 감격의 연속이라고 한다. 특히 성가를 부를 때에 눈물이 나오더니 설교시간에는 심장이 마구 뛰더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 교도의 마음에 등불이 환하게 켜졌다는 것을 느낀다.

또 하나 교당에 감동을 주는 요소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원로님의 교당왕래다. '수많은 세월 책가방만 들고 왔다갔다 하기만 해' 하지만 그냥 왔다갔다만 한 것이 아닌가보다. 일요일만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교당에 들어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들리지도 않고 잘 보이지도 않아 교전과 예회보는 그냥 손에 쥐어지는 것일 뿐인데, 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교당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교당에 와서 눕더라도 일요일이 되면 가방을 들고 교당에 온다. 허리가 90도 구부러진 할머니 교도가 버스를 타고 교당으로 오는데 버스가 급정거를 하면 다칠까 봐 몹시 걱정이라고, 함께 오는 교도가 귀띔을 해준다.

아침 공사시간에 교당 봉고로 할머니 교도를 모셔 오겠다고 제안을 했다. 교무는 좋은 의견이라고 흔쾌히 허락을 해서 일요일 아침이 되면 봉고로 씽씽 달려 할머니에게 가는 길은 오히려 내가 더 행복하다.

한 차로 모시고 오니 교당 안이 금세 북적거린다. 갑자기 교도들의 함성소리가 들린다. 왜 그런가 하고 들여다보니 불단꽃꽂이가 너무 예뻐서 기분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날은 많은 시간을 들여서 꽂은 불단꽃꽂이를 자랑하고 싶은데, 아무런 반응이 없을 때도 있다. 그럴 때에는 억지응원을 구한다. 그러면서 한바탕 웃는다. 열반기념제가 있거나 4축2재가 있으면 불단을 꽃으로 한가득 채운다. 때론 너무 힘들다고 투정부리다가도 교도들의 탄성소리에 기운을 얻는다.

법회 시간이 임박해지면 나는 분주하다. 교도의 강연과 교무의 설교를 동영상으로 촬영한다. 법회 후가 되면 동영상을 편집해서 통영교당 다음카페에 올린다.

요즈음은 손 안에 온 세상 소식이 다 들어있으니 인터넷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인터넷 교도도 생겼다. 온라인으로 유지헌공금을 보내주고 설교와 교당 소식을 카페를 통해서 본다. 교도 정기훈련 때에는 꼭 참석하는 확실한 교도다.

서광덕 교무는 할 수만 있다면 교당이 다양하게 활용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매주 월요일에는 금강경 강좌를 열어 교도는 물론 동네사람들과 함께 공부를 하고 있다. 화요일에는 정전공부로 교리를 익혀나가고 있으며 목요일에는 마음공부반에서 일기를 쓰고 감정을 받는 시간을 갖는다.

조대권 부교무가 지도하는 선과 요가강좌에도 회원이 늘어나고 있다. 요가가 끝나면 수소찜질방에서 긴장된 근육을 풀면서 차와 함께 담소를 나눈다.

각자의 재주나 지식을 나누며 서로서로 선을 권장하고 악을 경계하며 정진을 권면하는 그런 동아리 매체가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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