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빛내는 정전

▲ 김준영 교무/벤쿠버교당
우리의 수행이 차를 운전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운전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을 이해하고 일정 정도의 실습과 시험을 통해 운전자로서의 자격을 갖추면, 그 때부터는 책에도 나와 있지 않은 다양한 상황과 변수들을 마주하며 실제적인 운전을 하게 되죠. 기본만 충실히 익히면 어떠한 길도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문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주의력을 잃지 않고 교통 흐름을 따르면서 각종 돌발상황에 순발력 있고 안전하게 대처하는 것이죠. 결국 '이 정도면 됐다'며 '방심할 순간'은 없습니다. 늘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감지하며, 졸음이 오면 졸음을 쫓고, 처음 가는 길은 지도나 네비게이션을 보고, 새로운 나라에 가면 그 나라 교통법규를 익히는 등 끊임없는 관심과 주의력과 노력이 필요하죠.

우리의 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믿어야 할 신앙의 대상이나 수행의 표준과 방법 등의 이론을 익혀야 하지만, 실제 삶에 적용할 때에는 무궁무진한 응용이 필요하죠. 원불교의 경우, 일원상의 진리와 삼학팔조와 사은사요의 교리를 기본 이론으로 하여 지지고 볶는 일상에서 마음의 힘을 기르고 은혜받은 내역을 알아서 감사하고 보은하며 원만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응용의 전 과정이 실질적인 수행이죠.

능숙한 운전자가 주의력을 잃지 않고 주변상황에 따라 적절한 조처를 취하며 안전하게 운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수행자 또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와 책임을 이행하면서 삶이라는 여정을 주위 인연들과 함께 조화롭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합니다. 마음을 챙기면서 놓아지면 다시 챙기고, 넘어지면 일어서고, 잘못되면 고치면서 끊임없는 노력의 길을 걷는 거죠. 그래서 적공이라고 합니다. 끊임없는 일상의 노력을 쉼없이 더해가는 거죠.

평소에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 부처의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시야가 트인 도로를 달리는 운전자처럼 대체로 우리는 흔들림없고 지혜롭고 바르게 살아갑니다.

문제는 돌발상황이죠. 경계를 당하면 흔들리고 가립니다. 욕심나는 경계나 편견, 선입견, 주견 등에 집착하게 되면 마음이 요란하고 어리석어지죠. 한 번 욕심이나 자기 생각에 가리게 되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도 모른채 자기 욕심만을 채우거나 자기 뜻만 관철시키려 합니다. 뜻대로 안되면 스스로도 괴롭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고통을 주죠.

이때가 진정한 수행의 힘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일단 멈추어서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고요히 하고 지혜의 빛을 밝혀 옳은 것을 지켜야 합니다.

사실 욕심이 화를 부릅니다. 어떠한 경계를 당하더라도 '내 욕심'임을 알아차리면 쉽죠. 돌발상황이 닥치면, 그래서 화가 나거나 억울하거나 노력없이 구하려는 안일한 마음이 나면 정신을 차려야죠.

내 욕심임을 알아차리기만 해도 우리의 본래 마음, 흔들림없고 지혜롭고 바른 마음으로 쉽게 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그것이 수행입니다.주의력을 놓지 않고 안전운전을 하듯, 포기하지 않고 챙기고 돌리는 그 과정 자체가 일상의 수행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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