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 교수의 현대건축이야기

▲ 조한 교수/홍익대학교 건축학부
▲ 수평과 수직을 약간 틀어 상호작용을 유도했다.
▲ 남양주 동화고등학교의 삼각형 건물.
3월은 입학과 개강의 시즌이다. 학교는 다시 문을 열고 새로운 학생들을 맞는다. 새로운 공간에,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것만큼 설레면서도 긴장되는 것은 없다.

하지만 정작 공간은 별로 새롭지 않다. 색깔이 밝아지고 공간이 넓어졌다지만, 교실도, 복도도, 수십년 전과 별로 다르지 않다. 솔직히 일제강점기 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다. '21세기 학생을 20세기 교사가 19세기 교실에서 가르친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양주 동화고등학교에 새로 지어진 건물은 충격적이다. 학교 건물이 삼각형이기 때문이다.

삼각형 공간이 가진 제일 중요한 장점 중 하나는 세변의 공간이 끊임없이 상호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네임리스 건축의 부부건축가 나은중·유소래는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서 가운데 중정을 두고 유리 커튼월로 둘러 건너편 공간이 모두 보이게 했다. 학생들은 복도 어느 곳에 서더라도, 자기 친구들이 건너편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삼각형 공간은 선생님이 학생들을 감시하기 용이한 공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중정은 교무실과 도서관이 있는 1층이 아니라, 아이들 교실이 있는 2층부터 시작된다. 이 공간이 감시가 아니라 소통을 목적에 두고 있음을 잘 알려주는 대목이다. 특히 고3 학생들이 사용하는 공간으로서, 중정은 휴식의 공간이자 수다의 공간이며, 동시에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주는 공간이다.

흥미로운 것은 삼각형 중정이 교실과 평행하지 않고 약간 틀어놓았다는 점이다. 가는 방향에 따라 복도 폭이 점점 줄어들거나 늘어나게 되는데, 단순히 교실과 교실 사이를 오가는 복도가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공간의 쓰임새를 만들어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특히 위쪽 3층 복도 역시 빗각으로 열어놓아서, 바로 아래 위 학생들도 서로 말을 걸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렇게 수평과 수직으로, 학생과 학생 사이에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수업에서 배우기 힘든, 스스로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이런 건물을 세우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제일 큰 어려움은 역시 일자형 공간에 익숙한 교육 관계자를 설득하는 것이었다. 건축가는 오히려 삼각형이 제일 기능적인 형태이자 합리적인 공간이라고 설득했다. 옛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건물을 지은 이 자리는 여러모로 제약이 많은 자리였다. 대지 북쪽에는 운동장이 있고, 오른편의 야산이, 왼편 아래쪽에는 기존 중학교 건물이 서 있어서, 묘한 사다리꼴 형태의 땅이 남는다. 또한 거기에 학교에서는 새로 짓는 건물이 중학교 건물을 가리지 않았으면 했기에, 학교 정문 쪽에서 중학교 건물을 바라보고 선을 그리면 남는 것은 삼각형 형태이다. 결국 주어진 공간에서 최대한 효율적인 공간이자 기능적인 공간이 삼각형인 것이다.

삼각형 공간이 모든 학교의 답일 수는 없다. 그러나 동화고 '삼각학교'의 교훈은, 학교가 일자형이어야 한다는 선입견만 벗어던진다면 얼마나 학생들 위한 새로운 공간이 가능한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솔직히 우리의 학교는 아직도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교육시설 표준설계도를 답습하고 있다. 이제는 동화고 '삼각학교'를 시작으로 '21세기 학생에 맞는 21세기 교실'을 같이 고민해봤으면 한다. 학생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그런 공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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