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 홍일심 교도/원불교여성회장
인재(人才)의 뜻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학식이나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원불교에서는 초창기부터 지금의 100주년기념성업까지 '인재양성'이란 말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실제로 인재를 키우기 위하여 교단에서는 많은 재력과 공력을 투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인재양성을 하며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이 있다. 세상이 아무리 발전하고 다양해져도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원불교의 일은 원불교 사람들이 책임져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대종경> 실시품 40장에 "대종사 사람을 쓰실 때에는 매양 그 신성과 공심과 실행을 물으신 다음 아는 것과 재주를 물으시나니라" 한 것처럼 신심과 공심 갖춘 인재라야 어렵고 복잡다단한 교단사 속에서 그 일 그 일 적재적소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회에서는 '우리가 희망이고, 우리가 인재'라고 말해왔다. 우리가 희망이고 인재인 이유는 일심합력으로 원불교의 교리를 실현해 내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함께 일하는 평범한 아줌마 조직에서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희망을 만들어 이끌고 가는 우리들이 인재임을 알기는 쉽지가 않다.

지금의 세상은 한사람의 슈퍼인재보다 집단적 힘을 가진 집단 리더십 인재들이 더욱 필요한 시대이다.

특별한 능력을 갖춘 사람도 있지만, 주변의 도움 없이 혼자서 큰일을 해내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지식이 있는 사람은 지식을 대고, 돈이 있는 사람은 돈을 대고, 시간이 있는 사람은 시간을 내어서 무엇이든지 나누고 함께 이루는 마음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직 살 만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을 수 있으며, 함께 만드는 희망세상으로 나아 갈 수 있는 것이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에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지는 못해도,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헤쳐 나가 길을 만들고 일의 추진이 좀 늦어도 성실하게 살면서 쌓아 올린 잠재능력을 갖춘 아줌마들이 협력으로 이루어 낸 성과들을 보면 원불교가 바라는, 그리고 해야 하는 희망을 볼 수 있다.

혼자서 못하는 일을 각자의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하면서 한사람의 인재가 이루어내지 못하는 질적으로 우수한 많은 공동의 업적을 이루어 낼 수 있다.

함께 하는 일에도 개인의 능력이 필요하지만 좋아하고 의미를 담은 일에 능력을 더하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쉬운 일인데도 어렵게 푸는 사람이 있고, 어려운 일인데도 쉽게 풀어내는 사람이 있다. 비슷한 재능을 갖고 있는 인재라 할지라도 본인에 맞는 재능을 밝혀내어 적재적소에 맞게 쓸 수 있다면 그 일에 효율성도 올라가고 가치도 올라간다.

인재들이 스스로 알아서 능력을 발휘해 주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은 단체나 조직에서 이끌어 내야 한다. 재가단체인 여성회, 봉공회, 청운회, 청년회 조직 속에서 뜻을 갖고 있는 인재들을 발굴해 키워나가고 이끌어 내야 한다. 그리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북돋아 주어서 능력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지해 줄 때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인재들이 나올 수 있다.

이렇게 집단적으로 역량을 키워 나가는 조직에 교단에서도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여성회에서는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통해 교단의 다양한 발전방안을 토론하면서 '집단적 인재론'을 강조하며 우수한 인재집단으로 성장하자고 뜻을 모았다.

이제 원불교 2세기의 시작이다. 초기 교단의 인재들이 능력 이상의 힘으로 교단의 발판을 만들어 놓았고, 여성 선진들이 진보적인 활동에 앞장서서 사회적 운동을 집단적으로 했듯이 앞으로 우리 교단이 해야 할 일은 능력있는 출가자를 키우는 일과 함께 단체별 활동을 통해 일반교도를 인재로 키우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불합리한 차별제도에 끌릴 것이 아니라 오직 구하는 사람을 목적만 달하자'는 '지자본위(智者本位)' 정신에 바탕해 평등하게 인재를 골라 써야 할 뿐만 아니라 여성회가 강조하는 것처럼 '이사병행(理事竝行)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함께하는 교리실천의 집단적 인재를 길러야 할 것이다.

교단의 실질적 교도수가 매우 적은 우리로서는 질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우수한 인재집단이 돼야 한다는 걸 명심해야 규모는 작아도 우월성을 갖춘 종단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