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정신문명을 진작시켜서 세상을 평화롭게 해야 할 종교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병든 세상을 누가 치료할 수 있을까? 원각성존 소태산 대종사는 한 사회가 병들어가는 증거로 각자가 서로 자기 잘못은 알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잘못하는 것만 많이 드러내는 것, 부정당한 의뢰 생활을 하는 것, 지도 받을 자리에서 정당한 지도를 잘 받지 아니하는 것, 지도할 자리에서 정당한 지도로써 교화할 줄을 모르는 것, 착한 사람은 찬성하고 악한 사람은 불쌍히 여기며, 이로운 것은 저 사람에게 주고 해로운 것은 내가 가지며, 편안한 것은 저 사람을 주고 괴로운 것은 내가 가지는 등의 공익심이 없는 것을 진단하고, "이 병을 치료하기로 하면 자기의 잘못을 항상 조사할 것이며, 부정당한 의뢰 생활을 하지 말 것이며, 지도 받을 자리에서 정당한 지도를 잘 받을 것이며, 지도할 자리에서 정당한 지도로써 교화를 잘 할 것이며, 자리주의를 버리고 이타주의로 나아가면 그 치료가 잘 될 것이다"고 했다.
과연 우리는 개벽의 일꾼으로서 역할을 다 하고 있는가? 밖으로 크게 외치는 데에 급급한 모습보다는 묵묵히 실천하는 모습이 더욱 절실해진다. 내면의 성장이 바르게 되어야 진정한 성장이 보장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문득 청타원 박길선 선진의 일기 중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공부한다는 사람이 우리 공부 않는 사람보다 나은 것이 무엇이냐? 하면 나의 마음 가운데 실로 답할 말이 없으며,…공부하지 않은 사람보다는 우월하고 또는 내가 공부하기 전보단 나을 때에는 여러 사람이 우리 법을 찬성할 것이며, 찬성할 때에는 하고 싶은 발원이 날 것이다." 청타원은 철없이 놀기만 하는 줄 알았던 어린 동생이 뱀을 죽이려 하는 또래 아이에게 살생은 죄를 짓는 일이라며 죽이지 못하게 말리는 것을 보시고 정법회상에서 공부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느끼시며 이렇게 일기에 적으셨던 것이다. 공부와 사업이 다 같이 중요하다. 공부가 사업이 되고 사업이 공부가 돼야 한다. 사업이 목표가 되어 사업 목표 달성에 공부가 뒤로 밀려서는 안 된다. 우리가 원불교 교도로서, 공부인으로서 각자의 할 일을 묵묵히 잘 함으로써 주위의 인연을 감동시키는 일이 많이 쌓이면 원불교가 드러날 것이다.
필자는 작은 실천 운동으로 '찾아온 인연 잘 맞이하기'를 제안하고 싶다. 새로운 인연을 찾는 일도 좋지만 이미 가까이 온 인연을 잘 보살피는 일이 중요하다. 찾아온 인연을 잘 맞이할 줄 모르면서 교화 침체를 탓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교당마다 상생의 기운이 솟아나고, 소통과 화합이 이루어지며 나눔의 터가 되게 하고, 교당이 누구든지 언제나 찾아와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가 되게 하면 바로 솔성요론 15조를 지키는 일이 되며, 교화가 절로 되지 않을까?
교정원은 '행복한 정신개벽 공동체 구현'을 원기 101~103년 교정목표의 하나로 정하고 '은혜심기운동을 확산시키고 종교·시민사회 활동을 강화시키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깨달아서 소통하고 화합하고 나누면서 상생의 기쁨을 얻을 때 비로소 낙원세계가 이 땅 위에 건설되리라.
우리는 최근 세상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뜻으로 대한민국 근·현대사에서 여러 가지 일로 인하여 희생된 영령들을 위로하며 해원·상생·치유·화합의 특별천도재를 공개적으로 지냈다. 대동 화합의 장을 열어나갈 준비를 한 것이다. 이제 공부에 정성을 들여 법신불을 확실히 보는 혜안을 갖추고 이웃을 살펴서 나눔을 제대로 실천하는 데에 마음 써야 할 때다. 성현의 가르치심을 지식으로만 이용함으로써 도리어 생활 속에서 교리를 실천하는 데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스스로 여래위, 출가위, 법강항마위를 자처하는 일도, 많은 도인을 탄생시켰다고 자부하는 일도 정작 우리가 할 일은 아니다.
우리가 할 일은 원각성존 소태산 대종사가 정전에 담아 준 가르침을 '말로 배우고, 몸으로 실행하고, 마음으로 증득하여', 이 만고의 진리가 세세생생 바르게 전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의 정신이 물질에 끌리지 아니하고 물질을 사용하는 사람"이 되게 하는 것이다.
박시현 교도
wonnews06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