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위등급 2

청소년기에 권장도서로 추천받았던 책 가운데 하나가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이란 소설이었다. 그다지 흥미를 갖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가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라는 문구를 되새기며 감동에 젖었던 기억이 새롭다.

조나다 리빙스턴이 먹이를 구하기 위해 나는 다른 갈매기들과는 달리 진정한 자유와 자아실현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마침내 무한자유를 얻을 수 있는 초현실적인 공간까지 날아올라 꿈을 실현하며, 다른 동료들까지 이끌어 준다는 이야기는 자기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헤매는 우리의 현실을 들여다 보도록 해준다.

그저 높은 곳이 아니라 초현실적인 무한자유공간까지 비상하였던 조나단처럼 보통급, 특신급, 법마상전급까지 열심히 수행하였지만, 여기에 머물지 않고 불보살의 더 깊은 공부단계로 밝혀주신 것이 법강항마위, 출가위, 대각여래위이다.

법강항마위부터는 보통 사람의 지견으로 측량할 수 없는 단계로서 성인(聖人)의 공부길이다. 법강항마위는 심신작용을 하는 가운데 법마상전을 하되 법이 백전백승하며 진리에 대한 이해 뿐 아니라 실천도 어긋남이 없고, 생‧로‧병‧사에 해탈을 얻은 사람의 법위이다. 출가위는 진리를 바로 깨달아 인간의 시비이해를 건설할 뿐 아니라 공부하는데 결코 물러남이 없는 위이며, 일체 생령을 위하여 어떠한 고통을 당하여도 여한이 없는 법위이다.

대각여래위는 큰 깨달음은 물론 대자대비로 일체생령을 제도하되 만능 만덕으로 자유자재하는 최상의 경지이다. 원불교에서 지향하는 최고의 인격, 최고의 성인, 중생구원의 대활불을 가리킨다.
“법강항마위 부터는 계문이 없사오니 취사 공부는 다 된 것이오니까?”라고 묻는 제자에게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법강항마위 부터는 첫 성위(聖位)에 오르는지라, 법에 얽매이고 계문에 붙잡히는 공부는 아니하나, 안으로는 또한 심계(心계)가 있나니,…”라고 하셨다.

법강항마위부터는 자신의 수도와 안일만을 취한다거나, 본원을 잊는다든지, 혹 신통으로 정법에 방해가 됨을 경계해야 한다는 가르침과 더불어 수양‧연구‧취사의 삼학수행으로 부처의 지혜를 갖추고 자비를 길러 중생을 제도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함을 강조하셨다.

법위등급은 누구나 부처가 되고 여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법문이다. 빨리, 먼저가려는 마음조차 내려놓고 지금 이 공부를 하는 충만함으로 걸어가면 된다. 언젠가는 대각여래위에 오를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멈추지 않고 그저 뚜벅 뚜벅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영산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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