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5월이 저물어 가고 있다. 장미꽃이 유난히 아름다운 멋진 절기이다. 호시절을 시샘하는 듯 지구 온난화로 인한 때이른 낮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올 여름 삼복 더위를 어찌 보낼지 지금부터 걱정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날, 부부의날, 스승의날 등 많은 기념일이 지나갔다. 연이은 기념일을 행복하게 보낸 사람들도 있겠지만, 불우하게 넘긴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온전한 가족도 있지만, 불완전한 결손가정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 오늘날 세상의 풍경이다. 가족간에 화목하지 못하고 불화하는 가정이 부지기수다. 문제의 밑바닥에는 경제적 궁핍이 도사리고 있다. 세계경제 불황의 여파로 국내 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그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는 것이 어려운 서민들이다. 빈익빈 부익부의 자본주의 경제의 악순환적 고리가 깊어만 가는 세상이다.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청년들이 헬조선에서 살아가기가 막막하기만 한 것이다. 이러한 세상의 구조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온전히 숨쉬고 살아가기 힘든 한국사회다.

어린이날도, 어버이날도 경제적 빈곤에 허덕이는 가정은 가족간의 정도 제대로 나누기 어렵다. 외식 한끼도, 선물 하나도 마음 편하게 서로 나눌 형편이 못된다. 스승의날도 빈손으로는 스승에 대한 감사의 뜻을 온전히 전하기 어렵다. 모두가 물질에 지배받는 가치관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은 5월이 달갑지 않다. 무슨 날이든 기념일이 돌아오는 것 자체가 겁이 나고 싫다. 물질이 정신적 가치를 넘어서고 지배하는 황금 만능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원불교는 가정을 중시하는 종교이다. 교조 원각성존 소태산 대종사는 대각 후 최초로 설한 법어에서 수신의 요법과 더불어 제가(齊家)의 요법을 강조했다. 물론 강자약자의 진화상 요법과 지도인으로서 준비할 요법을 아울러 밝혔다.

제가의 요법으로는 실업과 의식주를 완전히 하고 매일 수입 지출을 대조하여 근검 저축하기를 주장하고, 호주는 견문과 학업을 잊어버리지 아니하며, 자녀의 교육과 상봉 하솔의 책임을 잊어버리지 말 것을 주장한다. 또한 가족이 서로 화목하며, 의견 교환하기를 주장하고, 내면으로 심리 밝혀 주는 도덕의 사우(師友)를 두고, 외면으로 규칙 밝혀 주는 정치에 복종할 것을 주장한다.

위로 종법사로부터 아래로 현장 교당 교무에 이르기까지 설법을 하고 법을 교화할 때에 원불교는 가정의 가치를 존중하고 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전무출신이나 재가교도 가운데 경제적으로 곤궁함에 처해 있는 가정을 세심히 살피고, 여력이 있는 교도들의 도움을 받아 어려운 사람을 감싸줄 수 있는 가교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종교가 할 수 있는 역할 가운데 큰 영역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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