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 강해

▲ 이성택 원로교무
何以故오 一切有爲法이 如夢幻泡影하며 如露亦如電하니 應作如是觀이니라

"어찌한 연고인가? 모든 함이 있는 법(有爲法)은 꿈과 같고 환(幻)과 같으며 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으며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개와 같나니, 마땅히 이와 같이 볼지니라."

인연이 생겨서 생멸 변화하는 것을 모두 유위라고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인간이 만든 법을 말한다. 무위법은 온갖 분별이 끊어진 상태에서 주관에 명료하게 드러나는 현상으로 분별과 망상이 일어나지 않는 주관에 드러나는, 대상의 있는 그대로의 참모습을 이른다. 말하자면 자연 법칙으로 누가 관여하지 않아도 자연 스스로 춘하추동 성주괴공으로 변하는 것을 말하고, 무위법은 가르침 없이 가르치는 것을 말한다. 일기법 중에서 감각감상이 있는데 무위법을 깨닫도록 하는 것이다. 무위법은 영원한 것으로 성자들은 이 무위법을 깨달은 사람들이며, 요약하면 불생불멸 인과보응이라 할 수 있다.

상근기는 무위법만 가지고도 살 수 있으나 인간은 사회 조직을 이뤄 공동체를 만들어 살기 때문에 유위법이 필요하다.

세계는 각 나라별 민족이 나뉘어 있다가 세계화를 통해 서로 넘나들고 있는데 생각과 관습이 달라 유위법이 아주 세분화 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분야별 전문가가 아니면 모를 정도로 수많은 유위법이 만들어져 있는데 부처님은 이러한 유위법을 모두 허망한 것으로 보았다.

대종사는 이러한 부처님 말씀의 근본 취지를 살리면서 시대에 맞게 다시 법을 만들었다.

〈정전〉 법률은 피은의 조목에서 "때를 따라 성자들이 출현하여 종교와 도덕으로써 우리에게 정로(正路)를 밟게 하여 주심이요, 사·농·공·상의 기관을 설치하고 지도 권면에 전력하여, 우리의 생활을 보전시키며, 지식을 함양하게 함이요, 시비 이해를 구분하여 불의를 징계하고 정의를 세워 안녕 질서를 유지하여 우리로 하여금 평안히 살게 함이니라"하고 유위법을 신앙의 대상으로까지 정해 놓았다.

이러한 이유를 사리연구의 목적에서 잘 밝혀주고 있다.

"이 세상은 대소 유무의 이치로써 건설되고 시비 이해의 일로써 운전해 간다"하고 "우리가 일의 시·비·이·해를 모르고 자행자지한다면 찰나 찰나로 육근을 동작하는 바가 모두 죄고로 화하여 전정 고해가 한이 없을 것이요, 이치의 대소 유무를 모르고 산다면 우연히 돌아오는 고락의 원인을 모를 것이며, 생각이 단촉하고 마음이 편협하여 생·로·병·사와 인과보응의 이치를 모를 것이며, 사실과 허위를 분간하지 못하여 항상 허망하고 요행한 데 떨어진다"고 했다.

대종사는 대소유무의 무위법과 시비이해의 유위법을 다 같이 중요하게 여겼다.

일기법의 감각감상을 통해 대소유무의 무위법을, 심신작용처리건을 통해 시비이해의 유위법을 날마다 읽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나의 법은 인도상요법(人道上要法)을 주체삼아 과거에 편벽된 법을 원만하게 하며 어려운 법을 쉽게 하여 누구나 바로 대도에 들게 하는 법이어늘, 이 뜻을 알지 못하고 묵은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은 공부를 하려면 고요한 산중에 들어가야 한다고 하며"라고 공부와 생활을 둘로 나누지 않았다.

즉, 대종사의 가르침은 세상 속에 있으면서 근본은 무위법으로 체를 삼게 하고, 유위법으로 그 용을 삼게 한 것이다.

복잡다단한 이 유위법을 등한시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수도인이 경계를 피하여 조용한 곳에서만 마음을 길들이려 하는 것은 마치 물고기를 잡으려는 사람이 물을 피함과 같나니 무슨 효과를 얻으리요"라 하고 "경계 없는 곳에서만 마음을 단련한 사람은 경계 중에 나오면 그 마음이 바로 흔들리나니 이는 마치 그늘에서 자란 버섯이 태양을 만나면 바로 시드는 것과 같나니라"라고 했다.

대종사는 이렇게 무위법과 유위법을 모두 살린 위대한 주세불인 것이다.

佛이 說是經已하시니 長老須菩提와 及諸比丘比丘尼와 優婆塞優婆夷와 一切世間天人阿修羅-聞佛所說하고 皆大歡喜하야 信受奉行하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설하여 마치시니 장로 수보리와 모든 비구(男僧) 비구니(女僧) 우바새(남자신도) 우바이(여자신도)와 일체 세간 천인 아수라가 부처님의 설하신 바를 듣고 다 크게 기뻐하여 믿고 받아 받들어 행하니라."

비구는 250계문을 받고 비구니는 348계문를 받는데 남녀신도는 다섯 계문만 받는다. 1. 살생하지 말라 2.도둑질 하지 말라 3.음행을 하지 말라 4.거짓말을 하지 말라 5.술을 마시지 말라를 말한다. 우리 원불교는 재가출가 구분 없이 단계별로 삼십 계문을 받고 교단도 재가출가가 서로 어울려 이루고 있는 점이 다른 점이다.

지금까지 일 년 간 지면을 통해 독자들에게 〈금강경〉을 해설해 왔으나 되돌아보면 아쉬운 부분이 있다. 원불교 교법과 연결시켜 새롭게 재해석하려고 노력했지만 미숙한 점이 많다.

앞으로 실력 있고 눈 밝은 후진들이 나와 더욱 발전시킬 것을 기대하며 마무리를 정산종사 법문으로 할까 한다.

"첫째 상 없는 공부 즉 사상 법상 비법상 까지도 다 공하여 허공 같은 심경을 가질 것이며, 둘째는 주함이 없는 공부를 하여 색성향미촉법에 끌리지 않는 원만한 심법을 가질 것이며, 세째는 묘유의 공부로써 희로애락 원근친소에 편착함이 없이 지공 무사한 마음을 써야 할 것이니, 능히 이러하면 곧 대도를 성취할 것이며 금강경을 완전히 신해수지한 것이니라."

※ 다음호부터는 라도현 교도가 〈휴휴암 좌선문〉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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