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대정진기도 체험

▲ 최성근 교도/부산울산교구 여성회장
원기91년 4월27일 100년성업 대정진기도 결제와 함께 10년 기도의 4가지 서원을 세웠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나도 처음엔 너무 길다, 이렇게 긴 시간을 기도 해야 하나 하는 의구심을 갖고 느긋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의 서원기도가 100일, 200일, 500일, 1000일 여유롭게 지나가고, 2000일, 2500일을 맞이하게 됐고, 2500일 회향을 하고나니 아차 싶었다. 그때 나를 보게 된 것이다.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나의 어린 아들은 성인이 되어 대학 졸업반이 됐는데 나는 아직도 느긋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10년의 긴 기도가 반을 훌쩍 넘어 가고 있을 때였다. 그동안 기도를 게을리 한 것도 아닌데 그럼 난 지금까지 무얼 어떻게 했단 말인가? 의두가 걸렸다. 기도 중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는 기도 결제시 서원한 4가지 서원을 이루지 못할까봐 형식적인 기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4가지 서원은 첫째 교당의 기도였다. 우리 교당 건축불사와 교화대불공이다. 당시 전세로 살고 있는 교당은 너무 열악하고 환경이 좋지않아 교화가 참으로 힘들었다. 타인을 이롭게하고 자신도 이로워질 수 있는 자리이타의 정신으로 여성회 활성화와 인연찾아 연원교화하기, 교당의 봉공활동 등을 서원했다. 그리하여 교당건축불사는 서원기도 시작 후 7년만에 이뤘다. 교무님과 교도님의 지극정성에 천일기도로 주위의 수많은 인연들의 도움을 받아 신축할 수 있었다.

둘째는 자녀의 기도였다. 나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10년간 학교공부와 각자의 전공을 살려 자신의 이익보다 사회의 빛이 되고 원불교 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이 되기를 염원했다. 당시 큰아들은 세상 최고의 연기자가 되기 위해 연극영화과를 지망해 그 분야에 정진하고 있고, 작은 아들은 세계적인 지휘자가 되겠다며 중 2학년 말부터 작곡을 배웠다. 이제 큰아들은 배우의 길로 정진하고 있고, 둘째 아들은 대학 4학년 때 '제6회 향신회 작곡 콩쿠르'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의 실력을 갖췄다.

셋째는 낙원세상의 일원가족이다. 남편은 불교 집안의 7남매 중 6째다. 결혼해 처음엔 시부모님따라 절에도 가봤다. 시댁의 종교를 알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었다. 시부모님과 따로 사는 우리들 생활은 어려서부터 내가 다닌 원불교 생활이 자연히 이어져 갔다. 그러나 남편은 좀처럼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다.

처음엔 원불교에 같이 가자고 부탁하고 조르기도 했지만 반응이 없어 포기하고 나만 부지런히 다니면서 23년을 기다렸다. 그러다가 친정 어머님의 열반으로 초상을 치르고 49재로 교당 출입이 잦아지면서 교무님과 교도님들의 정성으로 드디어 입교하게 됐다. 남편은 원기93년 7월6일 입교하는 그날로 배내훈련원에 입선했다. 남편의 변화된 모습은 영생토록 감사할 일이다.

넷째는 자신을 위한 공부(자신성업봉찬)와 자력세우기다. 자력이란 정신 육신 물질을 고루 잘 갖추어야 한다. 나는 염불과 기도로써 정신의 자주력을, 몸을 건강하게 관리해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힘미치는 대로 자력없는 사람을 위해 봉사해 왔다. 10년 기도의 서원을 세우고 생활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나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게 되고 배려하면서 주위 가족과 이웃을 챙기게 됐다. 항상 감사하며 물질적인 면에서도 아끼고 근검절약하고 있다.

2500일 회향 후 마음을 새롭게 다져 4정진기도와 교화대불공으로 자신성업봉찬의 길을 찾고자 수행정진에 힘썼다. 1년에 한번씩 갖는 30일간 100년성업 대정진 릴레이기도는 나에게 더없이 소중한 자신성업봉찬의 시간이었다. 매일 목탁과 죽비 일지를 챙기며 사은님의 은혜에 보은하는 불제자가 되길 염원했다. 이제는 시간이 갈수록 자신감이 생기며 힘이 난다. 정말 기도를 하면 힘이 생기고 가정생활과 일이 저절로 챙겨졌다. 날마다 참 행복했다. 나도 모르게 녹아 내리는 삼독심을 툭툭 털며 어두운 밤길을 혼자 걸으면서 사무치게 울었던 적도 있었고, 길을 걷다가 어려운 이들을 만나면 스스럼없이 기도할 수 있었던 용기도 기도의 힘이라 믿는다. 영생을 두고 보면 10년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 앞으로는 365일 계속 기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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