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서 저술로 읽는 교사〉

▲ 불법연구회 창건사와 정산종사.
역사는 단 한 차례에 한정된 사건의 연속이다. 시간과 공간이 교차하는 역사세계는 만약이라는 가정은 통하지 않는다. 다만 비슷한 상황이 다시 찾아왔을 때 이를 처리하는 지혜가 요청될 뿐이다. 그 때문에 역사를 '세상을 보는 거울'이라 한다.

교단 창업의 역사가 전개되는 가운데 기록물은 많아지게 마련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귀중한 경험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묻히게 되는 바도 염려됐을 것이다. 정산종사가 찬술한 '불법연구회 창건사(佛法硏究會 創建史)'가 그러한 상황에서 이루어진다. 일찍이 학문을 갖춘 정산종사는 소태산 대종사의 대각 초기에 입참하여 창업의 역사를 함께 이룬다. 스스로 역사 정리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는 말이다.

'창건사'는 원기22년(1937) 12월부터 이듬해 23년 11월에 걸쳐 〈회보〉(37-49호)에 연재됐다. 원불교 제1대 제1회 12년간, 즉 대종사 탄생(1891)부터 원기12년(1927)까지의 역사기록이다. 구성은 머리말과 함께 전체를 28장으로 나누고, 역사와 함께 일화(逸話)를 소개하고 있다.

목차는 1장 대종사의 탄생, 2장 대종사의 유시와 발원동기, 3장 대종사의 구도정성과 고행, 4장 입정(入定)상황, 5장 출정과 대각, 6장 대종사 불법(佛法)에 대한 내정, 7장 대종사 현 사회를 본 첫 감상, 8장 공부인의 첫 집회, 9장 단원의 첫 조직, 10장 대종사의 교화방법과 본회 기성조합, 11장 방언역사(防堰役事)와 회실(會室)건축, 12장 단원의 기도, 13장 대종사 불법에 대한 선언, 14장 대종사의 봉래산 수양과 본회의 준비공작, 15장 본회의 창립, 16장 창립 당년의 회세(會勢), 17장 훈련법의 실시, 18장 학력고시와 학위등급법의 제정, 19장 사업고시법의 제정, 20장 각항 처리, 21장 본회 의례의 발표, 22장 사기념(四紀念)의 발표, 23장 본년도 공부 급 사업의 개관, 24장 유공인 대우법의 발표, 25장 신분검사법의 발표, 26장 본년도 공부 급 사업의 개관, 27장 제1회 기념총회, 28장 제1회 기념의 당년 회세이다.

본문에는 특별한 사항에 대해서는 축문(祝文) 등의 항목을 내세우고, 별항으로 일화 13건을 수록하고 있다. 이러한 '창건사'는 〈원불교교사〉(1975)의 바탕이 된다. 대종사의 구도와 대각개교를 비롯한 교단 창립과정의 자세한 사항의 생생한 기록은 교단의 뿌리가 되어, 역사발전과 함께 거듭 부각될 것이다.

<원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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