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의 네팔 학교재건 현장을 찾아

원불교재해재난구조대와 재)세계봉공재단이 5월27일부터 5일 동안 네팔 대지진 피해지역인 카트만두와 벅터풀 지역을 방문했다.

지난해 4월25일 일어난 '81년만의 최악'이라 일컫는 지진참사에 원불교재해재난구조대는 4월29일 1차 구호활동과 5월24일 2차 구호활동을 펼쳤다. 이어 3차 구호활동으로 무너진 학교로 인해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장학사업과 학교짓기 사업을 재)세계봉공재단 후원으로 진행하면서 이번에 완공된 현장을 찾은 것이다.

빈민 학생들을 위한 장학사업

지진으로 최소 8천여 명이 사망하고 1만6천여 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집과 재산은 물론, 가족과 부모를 잃은 어린 학생들도 상당하다.

원불교재해재난구조대와 재)세계봉공재단은 삼동인터내셔널과 함께 지진피해로 고아가 된 아동 등을 대상으로 2015년 6월15일부터 2016년 5월15일까지 '지진 피해로 인한 취약계층 가정지원 및 아동 장학지원' 사업을 펼쳤다.

학비지원은 Gramin Adarsha Campus, Nepal Rastriya Higher Secondary 학교, Dharmasthali 학교, Jeetpur Phadi 학교,Kalidevi 학교, Kavresthali 학교, Nagarjun 학교, Nagarjun Thulogaon 학교, Kunchepwakel 학교 등 9개 학교의 268명 학생들의 1년간 학비 500여 만원이 지원됐다. 또한 학용품이 없어 학업이 어려운 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공책, 연필 등 1년간 사용할 학용품세트와 가방을 지원했다.

네팔 원광새삶센터 이법안 교무는 "장학지원이 가정형편이 극도로 어려운 아이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20여개 학교를 대상으로 심혈을 기울여 조사했고, 학용품세트와 가방도 학년별마다 들어가는 양이 달라 학생별로 개수를 일일이 맞추어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한 "별도로 신림교당 서영희 교도 등 국내 4~5명 후원인이 원광새삶센터를 통해서 어려운 네팔 학생들에게 4월부터 학비와 쌀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장학사업 근황을 전했다.
▲ 카트만두 지역의 카브레스탈리 학교는 현재 마을 공터에 양철과 비닐의 움막 교실(위)과 마을에서 버려진 창문과 한쪽 벽이 없는 가건물(아래 왼쪽)에서 학생들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래 오른쪽 사진은 현재 완공을 앞두고 있는 4칸 1동 교실로 6월초 준공될 예정이다. 학생들을 위한 우물 공사도 진행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카브레스탈리 마비 학교(KAVRESTHALI)

카트만투에 위치한 이 학교는 지진 당시 건물 전체에 금이 가 무너질 위기에 처해 더 이상 학생들이 공부할 수 없게 됐다.

350명 학생들이 공부하는 유치원을 비롯해 1학년부터 10학년까지 운영하고 있다. 자체를 사용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아랫마을 공터에 비닐 천막동을 설치해 수업을 진행해 왔는데, 재)세계봉공재단에서 진행한 '네팔 지진 최고 피해지역 교육환경개선을 위한 학교 재건축 지원'에 선정돼 3월부터 교실 4칸과 우물공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학교 재건축 지원은 생각처럼 순탄치 않았다. 공사를 진행하는 중 정부측에서 건축에 대한 새로운 건축법을 갑작스레 공포해 진행 중인 모든 건축에 대해 일시중단 조치가 발생해 예상했던 기한에서 약2주간 차질이 발생했다. 또 부유한 중산층이 살고 있는 아랫마을 공터에 가난한 학생들이 다니는 국공립 학교가 들어올 수 없다는 주민들의 반대 때문에 시청에서 중재에 나서고 난 다음에 건축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카브레스탈리 마비 학교 프라트 뽀크렐(Prahlad Pokharal) 교장은 "우리 학교는 윗동네 산속에 위치해 있어 지진으로 건물자체에 균열이 생겨 붕괴위험에 노출돼 있었다"며 "건물이 없는 허허벌판인 이 공터에서 학교를 열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다행하게도 원불교에서 새로운 교실을 짓고, 학생들이 마실 수 있는 우물공사를 해줘 매우 기쁘고 감사드린다"며 "나머지 부족한 교실 및 시설에 대해서는 정부와 다른 구호단체에 도움을 청하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4천여 만원의 예상건축비로 애초 4칸 교실 1동만 짓기로 계획했던 이번 사업에서 우물식수사업까지 착공하게 된 것은 허허벌판에서 교실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식수문제가 무엇보다도 급했기 때문이었다.

이 교무는 "교실 재건축 지원에 대해서 학교측은 큰 환영의 뜻을 전하기도 했지만, 당장 학생들이 먹어야 하는 식수에 관해서도 간절히 요청하는 상황이었다"며 "다행히 센터와 가까워 건축공사 진행을 꼼꼼히 체크할 수 있었고, 여기에 절약된 금액으로 우물식수 공사까지 착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카브레스탈리 마비 학교가 이동한 공터는 정부가 소를 키우는 마을 주민들을 위해 제공한 땅이었고, 현재는 소를 키우는 주민이 없어 정부에서는 이곳으로 학교를 옮기게 했다.
▲ 벅터풀 지역의 짱구 나라얀 학교에 교실 4칸 1동이 3월에 완공돼 학생들의 수업 교실로 활용되고 있다.
짱구 나라얀 학교(CHANGU NARAYAN)

벅터풀 지역에 위치한 이 학교 역시 정부가 운영하는 곳으로 초·중학교격인 1~10학년과 고등학교인 11~12학년 등 450명 학생이 다니고 있다. 네팔 지진 때 건물들이 크게 부셔져서 전체동 가운데 2동만 사용할 수 있었다. 3월에 완공한 현재 4칸 1동은 초등학생 교실과 교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람프르사드 네우빠네(Ramprasad nevpaine) 교사는 "학교 교실이 안전하게 지어져 학생들이 안심하고 공부하고 있다"며 "한 건물은 전체가 무너져 방치한 상태이며, 학생들이 공부할 장소가 부족해 그동안 텐트를 치며 공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학교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학교이기에 정부 또는 외부단체의 도움 없이는 수리보수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래서 여전히 부서진 건물에 대해 어떻게 활용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숙제는 계속 남아있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네팔 대지진 그 이후

현재 네팔은 복잡한 문제에 봉착해 있다. 그 가운데 네팔 지진 이후 개정된 헌법으로 생긴 소수민족간의 갈등이 있다. 이 헌법에 의하면 인도에 국경을 접한 마데시 지역구 주민은 인도를 정부 허가없이 마음대로 이동하지 못한다고 제정했다.

이에 인도계 소수 민족 마데시족은 네팔 헌법 개정을 반대하며 자치권이 보장된 독립된 주를 요구했고,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타이어를 불태우며 인도와 네팔 사이 국경을 틀어막았다. 여기에 인도정부가 개입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전체 무역의 70%를 인도에 의존하는 네팔은 이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석유, 의약품 등 수입이 막히며 네팔 공장들은 상당수 가동을 중지했고, 전기 공급이 끊긴 지역이 속출했다.

또한 외국에서 원조자금이 들어왔는데 네팔 정부는 약 8조원이나 되는 이 자금의 1/30도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네팔재건기구의 로고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현지에는 붕괴된 집들은 대개 치워지고 있지만 재건하지는 않고 있다. 문화유적들도 여전히 공사를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인해 왕정복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헌법개정과 후진국형 부패가 네팔의 내전을 일으킬 수 있는 불씨가 되고 있는 것이다. 네팔정부가 이 문제를 앞으로 원만하게 해결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 재)세계봉공재단은 장학사업으로 어려운 학생 300명에게 1년치 학용품을 가방에 담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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