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서 저술로 읽는 교사〉

▲ 원기22년(1936) 2월에 발간한 안내서 〈불법연구회 약보〉
교단이 사회언론에 소개된 것은 원기13년(1928) '동아일보'기사가 처음이다. 삼학수행하는 400여 교도와 시설을 소개한 것이다. 이후 원기21년(1936) 일제가 보천교(普天敎)와 무극도(無極道)를 해체하는 시기에 종교에 관한 언론이 호도되고, 때마침 원기22년(1937) 이른바 백백교(白白敎)의 살인사건이 터져 사회의 이목을 끌었다. <조광>에 교단비방 기사가 실린 것도 같은 해이다. 이 기사는 교단 관계자의 항의를 받고 실상을 파악하여 정정기사를 게재함으로써 홍보로 이어졌지만, 교단에 대한 체계적인 안내책자의 발행이 요청됐다.

원기22년 2월의 <불법연구회 약보(佛法硏究會 略報)>는 이런 상황을 전후해서 발행됐다. 교단 연호인 '시창(始創)'이 처음으로 드러나고, '쇼와(昭和)'(12년)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접책 6쪽이다. 교단 안내책자의 효시로, <회원수지>(1936)가 교도들을 위한 것이라면, 이는 대내·외를 겸한 용도이다. 요즈음의 <원불교요람>인 셈이다.

<약보>는 내제에 '불법연구회 교리와 제도 약보'라 하고, '재래불교의 교리와 제도를 시대화하여 대중의 불교로 하자는 것이다'라 밝히고 있다. 구성은 교리(삼학, 공부의 요도)·제도(<조선불교혁신론>개혁조항)·기관(교정원·서정원)·임원(종법사·회장·원장 등)·회의(정기총회·임시총회·월예회)·임원의 권리의무·입회수속과 의무금 납부·훈련방식이다.

훈련방식에 '매년 음력 2월26일로 4월16일까지와 8월26일로 10월16일까지는 소년학원에게 한하여 문학(文學)을 교수하고, 5월6일 8월6일까지와 11월26일로 익년 2월6일까지는 남녀노소를 망라하여 세간생활에 필요한 범절학(凡節學)과 출세간생활에 필요한 진리학(眞理學)을 본회 교서로 교수함'이라 밝히고 있다.

교단에 각종 교과서와 관·혼·상·제에 관한 <예전>이 있어 순서를 따라 교수한다며, 이렇게 적고 있다. '공부기한으로 말하면 일생을 한다 하여도 부족할지나 실사회에 나아가 배운 효과를 나투기로 할진대 전문공부이면 2~3년이면 족할 것이요, 또는 2~3년도 전문으로 못할 사람은 매월 일요일마다 예회에만 와서 배운다 하여도 2~3년이면 대강 상식을 얻을 것이다.'

6쪽의 짧은 내용 속에 특히 수행을 중심으로 한 일상생활의 공부방향을 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교리와 제도, 그리고 교단의 운영이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이 확인되며, 정기훈련과 일요예회의 안내를 겸하고 있어 홍보물로서 손색이 없다.

<원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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