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대정진기도 체험

▲ 최혜남 교도/대구경북교구 여성회 부회장
10년의 시간이 길다고 느끼면 엄청 긴 시간이지만 지내고 보니 언제 10년이 지났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지난 것 같다. 10년 기도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열심히 기도했던 시간은 나에게 소중한 추억이자 행복했던 순간들로 기억된다.

원불교100년성업대정진기도(일명 10년 대정진기도)를 시작할 때에는 대구경북교구 여성회 총무로 참여했는데 어느덧 내 나이 50대에 이 기도를 해제하게 됐다. 남편과 결혼 후, 종교가 다른 내가 두 분의 대호법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야 했다. 시부모님은 새벽기도와 좌선을 너무도 열심히 하셨다. 원불교라는 종교도, 좌선이라는 수행도 몰랐던 나는 한 집에 살면서 신앙생활을 따라해야 했다. 새댁으로 시부모님께 예쁨을 받기 위해 어머니의 뒷자리에 앉아 졸기도 하면서 새벽기도에 참석했고, 많은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하면서 차츰 원불교 신앙에 물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기도에 재미를 붙이면서 나름 충만한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원불교100년성업대정진기도가 시작되자, 10년 기도를 정성껏 해 보리라 서원했고, 이 서원을 지키기 위해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을 극복해야 했다. 몇 해 전에는 서울에서 손자를 키우느라 기도에 참석치 못한 시간들이 있었다. 편치 않는 마음에 나는 대구로 다시 내려가기로 했다. 그런데 딸은 엄마의 도움이 없이는 안된다며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나를 따라 대구로 이사를 하기도 했다. 지금은 자기 사업을 열중하고 있는 딸을 지켜보며 손자와 손녀를 돌보며 교당에 다니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10년 대정진기도는 봉공회, 청운회, 여성회, 청년회 재가단체장들이 주례를 했는데, 7년 전부터는 부회장인 내가 기도 분과장을 맡아 기도를 진행했다. 기도를 주례하는 동안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한결 같은 마음으로 기도적공에 마음에 합했다. 무아봉공의 마음으로 기도에 합력할 수 있게 하신 법신불 사은께 가장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나는 요란함과 어리석은 마음이 일어날 때도 법신불 사은께 기도로 호소한다. 그러면 법신불 사은께서는 나지막이 기도에 응답해 주며 삶의 지혜를 주시는 것 같았다. 기도 덕분으로 어려운 고비 고비를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어서 이 또한 고마울 따름이다.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교당 형님이 "너는 힘든 시간들을 잘 이겨내며 무탈하게 지낸 것은 적공했던 10년 대정진기도 덕분인기라. 그 덕분에 공부도 사업도 술술 잘 풀린다 아니가"라고 몇 번이고 칭찬을 해 준다. 돌이켜 보면 그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 것 같다.

정성으로 기도해서 안되는 일은 없다고 믿고 실천한 덕분에 내 주변이 감사로 가득찼다. 10년 대정진기도를 주례할 때 등 뒤에서 들리는 독경소리를 통해 그날의 기도객 참여도를 알 수 있다. 기도 인원이 적은 것을 걱정하는 교무님처럼, 내 마음도 어느새 릴레이기도를 걱정하면서 정진하고 있었다.

아쉬운 것은 10년 대정진기도에 대구경북교구 교도들이 생각보다 많이 동참하지 못한 점이다. 우리 교구의 기도인원은 적었지만 나는 일당백이라는 마음으로 기도시간에 일심을 드렸다. 초창기 구인제자들은 일백골절이 힘이 쓰이고, 일천정성이 사무치는 기도로 회상을 열었다.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 기도하는 마음으로 생활했다.

교구별 릴레이기도 때에는 다녀보지 못한 다른 교당들을 순례하면서 여러 교도들과 인연을 맺었고, 방문한 교당 소식 등을 들으며 같은 교구로서 세정을 살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기도 기간에 친정 아버지가 열반하셨다. 천주교 교인이었던 아버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49재를 원불교 식으로 모시는 것 뿐이었다. 아버지를 위해 천도재를 모신 것은 개인적으로 너무 잘한 일이었고, 어쩌면 큰 효도를 한 것 같아 내 스스로에게 칭찬을 하기도 했다. 천도재를 허락해 준 형제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기도 기간에 두 딸은 좋은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모든 것이 원만하게 진행돼 기쁘고 감사한 마음뿐이다. 앞으로 쉼 없이 수행 정진해 진급하는 삶을 살겠다. 지혜와 복을 장만해 현생은 물론 내생도 준비하는 공부인으로 적공할 것은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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