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의 힘

▲ 김대준 교도/구포교당
부산을 자랑할 것이 있다면 문학관이 세 곳이나 있다는 것이다. 아동문학의 향파 이주홍 문학관을 비롯해 리얼리즘의 요산 김정한 문학관, 추리문학으로 대표하는 김성종 추리문학관이 그것이다.

보수동 헌책방 골목도 자랑거리다. 이러한 헌책방 골목은 서울 청계천과 계명대학교가 있는 대구의 대명동, 인천 금곡동을 일컫는 배다리 등이 부산의 보수동과 함께 헌책방 골목으로 그 명맥을 이어왔으나 기실 부산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모두 소멸됐다. 또한 50여 년의 역사를 지닌 향토서점 영광도서가 건재하다는 사실이다. 이런 점으로 볼 때 부산시민에 대한 무한한 감사와 자긍심이 느껴진다.

이처럼 부산자랑을 서두에 장황하게 하는 이유는 요즈음 웬일인지, 아니면 뭐 하나라도 있으면 알리고 싶어 하는 지방자치 행정 탓인지, 여기저기에 생겨나는 곳이 시비(詩碑)요. 문학관이다. 백화점이나 호텔, 영화관, 골프장, 쇼핑센터, 찜질방, 노래방, 커피숍, PC방, 미용실, 주점 등 이와 유사한 시설로 흥겹거나 즐겁게 놀고, 소비하고, 꾸미는 등 돈만 있으면 개념은 없어도 이용할 수 있는 시설에 비해 돈과는 상관없이 개념 있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문학관이나 서점, 도서관은 턱없이 작거나 미미할 정도로 부족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부산은 시민들의 독서활동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노력으로 '원 북 원 부산(ONE BOOK ONE BUSAN)'으로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 운동은 이미 2003년 도입되어 시범적으로 충남 서산시에서 먼저 추진된 이후 순천과 부산, 서울, 익산 등으로 확산됐다. 즉 혼자만의 책 읽기가 아닌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독서운동의 일환으로 누구에게나 권장할 만한 책을 교양도서로 선정해 배포하고 있다. 독서활동을 통해 다양한 생각들을 이야기하는 토론의 장을 펼쳐 독서 저변 확대는 물론 책 읽는 시민, 생각하는 사회 구축에 도움이 되고자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운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행복한 책 나눔' 행사를 벌인다. 이는 책장 속에서 휴면하고 있는 책을 깨우는 것으로 다 읽고 난 책을 누군가가 다시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정된 서점에 읽은 책을 가져다주면 책값의 50%를 도서상품권으로 교환해 주거나,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서점이 아닌 커피전문점에서 음료 교환권으로 받을 수 있다. 조건이 있다면, 부산시에서 배포한 도서 나눔 리스트에 있는 책으로 낙서나 헤진 부분이 있으면 곤란하다. 이유는 반입된 책은 영리 목적이 없이 부산 시내에 있는 작은 도서관이나 마을 도서관, 또는 소외계층을 위해 기증되어 다시 읽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중국에서 온종일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만 보는 사람을 일러 저두족(低頭族)이라고 한다는데 이 말의 속내는 좀 저급한 사람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하나 같이 고개를 숙이고 있어도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보면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상대에 대한 믿음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나에 집중하는 모습은 우선 적대감이 없다는 것이다. 자연은 가장 자연스러울 때가 자연스럽듯 독서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면 달리 말하지 않아도 하나의 자연과 같은 풍경이 되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LA 타임스에서 30개 국가별 독서시간 통계를 낸 적이 있는데 1위의 인도는 10시간 42분에 반해 우리나라는 3시간 6분으로 꼴찌였다. 결코, 갈채를 보내줄 수 없는 등수였다.

우리나라 자체 통계에 의하면 성인 30%는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하는데, 지금 부산에서 지하철을 타보면 독서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확연하게 눈에 띈다. 책으로 하나 되는 부산 독서문화의 힘이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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