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서 저술로 읽는 교사〉

▲ 〈불법연구회 근행법〉과 전음광 대봉도
근행법(勤行法)이란 일상수행의 작법(作法)을 말한다. 총부나 지방 교당에서 특히 아침·저녁 수행 중에 독송할 경구(經句)이다. 참여하는 모임에 대중이 많아지면 진행과정이 자세하게 갖추어져야 하고, 이와 함께 독송할 예문도 갖춰져야 한다. <불법연구회 근행법>이 발간된 원기24년(1939)은 소태산 대종사의 만년에 해당한다. 이미 총부에 수행자들이 불어나고 교화현장도 많아져 일정한 작법의 귀감(龜鑑)이 필요해진 것이다. 그 용도가 지금의 <독경집(讀經集)>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일제말기에 이른 당국은 한국을 병영화하면서 집회·결사 등의 자유를 크게 억압하고 있었다. 교단이 일정한 교세를 갖춘 것으로 파악된 원기21년(1936)에는 총부 경내에 북일주재소를 설치하여 형사를 파견하고 있었다. 지금의 익산시 북일파출소의 시작이다. 그들은 사찰(査察)과 단속(取締)을 위해 존재했고, 주목한 것은 사상 곧 독립운동, 경제 곧 재산탈취, 풍기 곧 남녀문제 등 여러 가지였다. 백백교처럼 당시 종교계에서 이들과 관련된 문제를 야기시킨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오늘날 교단의 법회석상에서 남녀별로 출입문과 좌석을 분명하게 구분해서 앉는 것도 당시부터 이어온 전통이며, 교화현장에서도 같은 흐름을 보게 된다.

그러므로 교단에서는 책자 하나를 출판하더라도 대외적인 홍보를 겸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 <근행법>도 그러하다. 이는 접는 양식의 첩본으로 26쪽에 이른다. 편집자는 전음광(全飮光, 世權)대봉도이며, 익산 활문당에서 출판했다. 이듬해부터 이를 책자본으로 발간했고, 교도수가 늘어남에 따라 비용을 절감하여 재판했다. 교도수가 증가하고 하선·동선으로 불린 정기훈련의 입선인이 늘어나는 교단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구성은 제자(題字) 양 옆에 '일상삼매 일행삼매(一相三昧 一行三昧)'를 쓰고, 일원상서원문(心佛一圓相內譯及誓願文), 공부의 요도 삼학팔조(三綱領八條目), 인생의 요도 사은사요, 양대은(兩大恩; 皇恩·佛恩), 열반시 준비하는 법설, 열반전후에 후생길 인도하는 법설(薦度法門)을 수록했다. 공부의 요도와 인생의 요도를 합하면 오늘의 '일상수행의 요법'이 된다. 일원상서원문과 일상수행의 요법, 열반전후에 후생길 인도하는 법설은 오늘날 <독경집>에도 중심 경구인데, <반야심경>이 들어 있지 않은 것은 또한 흥미롭다.

<원광대 명예교수>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