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종교문제연구소 학술대회
한국 신종교 종교현상학적 조명
한국근대사, 신종교 차별의 역사

▲ 10일 숭산기념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국신종교의 종교현상학적 조명'에서는 2년간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신종교 역사와 현황들에 대한 발표가 이뤄졌다.
원광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가 10일 숭산기념관 세미나실에서 한국 신종교의 종교현상학적 조명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자들은 한국 신종교의 변천과정을 시대사적 배경을 통해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종교의 역할을 제고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원불교사상연구원 박윤철 부원장은 개회사에서 "한국 신종교에 대해 3년간 함께 공동연구해 준 발표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오랜 전통을 다져온 원광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가 젊은 후학들과 함께 세계로 뻗어나가는 연구소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김홍철 명예교수는 축사에서 "한국학계에서 신종교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된 것은 역사가 깊지 않다. 종교문제연구소는 1967년에 설립돼 한국종교사라는 학술지를 40호가 넘게 발간했다. 앞으로도 꾸준한 발전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박도광 교수는 '해방전후 사회변동과 신종교운동의 종교현상학적 조명'을 주제로 발표했다. 종교현상학이란 다양한 종교현상에 대한 연구를 통해 종교의 본질적 구조와 그 역동적 성향을 규명하는 학문적 방법이다.

그는 "한국 신종교가 해방 후 남북분단시기를 맞아 어떠한 사상적 특징을 가졌으며, 어떻게 시대에 대응하고자 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며 "근·현대 한국사회의 변화는 신종교의 종교적 지형과 성향의 변화를 가속화했고, 탈종교적 성향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는 말로 발표를 이어갔다.

그는 한국 자생종교의 운동을 3기로 나눴다. 1기는 구한말 시기(1860~1910)로 새로운 자생종교의 성립기, 2기는 일제강점 시기로 민족종교 운동의 탄압과 잠복기(1910~1945), 3기는 해방 이후 남북분단시기(1945~2016)로 다양한 종교운동의 확산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방 이후 남북분단시기에 나타난 종교의 유형과 종교의 흐름에 대해 그는 집중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과 더불어 시작된 동서냉전체제는 북위 38선을 기점으로 한 남북한의 분단과 함께 북의 소련진주와 남의 미국의 군정정치가 이뤄졌다. 미군정은 개신교와 천주교를 선호하는 종교정책을 폈다"고 문제를 짚었다. 때문에 개신교와 천주교는 물적 토대를 닦은 반면, 유교, 불교 등 전통종교 그리고 독립운동과 민족자립운동을 전개했던 대종교, 천도교 등 자생 민족종교는 철저히 그 영향력을 통제받았다고 밝혔다.

이승만 정권에서는 제헌 헌법 12조에 '모든 국민은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존재하지 아니하며 종교는 정치로부터 분리된다'고 명시했지만, 당시 한국사회에 성숙하지 않은 정교분리의 정책을 토대로 기독교를 키우기 위한 정책을 편협하게 적용시켰다고 말했다. 이후 박정희 정권에서는 정권에 위협되는 민간사회 및 종교단체 등을 철저히 통제했다. 외형적으로 불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지만, 불교재산관리법과 향교재산법을 제정하여 종교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했다. 이어 전두환 군사정권에서는 신군부가 사회정화를 명목으로 불교조계종의 내부갈등에 직접 개입해 전국 3천여 사찰에 대한 일제 수색을 펼쳤으며, 스님을 포함한 불교계 인사 150여명을 연행하는 이른바 10.27법난 사태를 일으켰다. 유교에는 향교재산법 설립을 방해했다. 그는 "이처럼 한국사회의 종교관계는 종교분리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상황논리에 따라 좌우되어 왔기 때문에 불안정한 관계가 지속됐다. 해방이후 반세기의 정치와 종교는 극명하게 나뉘었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정권에 들어서는 햇볕정책을 펼치자, 종교계가 1997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가 출범시키면서 사회단체와 연합해 이를 지원하는 형태로 본격화됐다고 밝혔다. 종교계가 남남 또는 남북 간의 최악의 혼란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그는 "결론적으로 한국사회의 특이한 종교현상은 신종교 교단들의 생애주기가 매우 짧다는 것이다. 생성과 발전 분파 또는 변모와 소멸 등의 주기가 짧은 만큼 한국사회가 역동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종교가 한국사회의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변화에 적응하고 대다수 민중의 요구를 수용할 때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는 반면, 역으로 사회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종교는 사라지는 사례를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고 연구결과를 밝혔다. 이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과제로 남게 됐다.

이어 대구가톨릭대학교 박승길 교수의 '해방이후 시장적 종교지형의 형성과 신종교운동', 이화여자대학교 차옥숭 교수의 '대종교의 사회참여운동과 역사적 조명', 대진대학교 백경언·이경원 교수의 '증산계 신종교의 의례와 상징에 관한 연구', 명지대 정용서 교수의 '천도교의 교정일치론과 현실참여', 대구가톨릭대학교 남춘모 교수의 '한국신종교 신자들의 신앙적 특징과 종교적 지향성 비교분석'을 주제로 발표가 이어졌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