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선 교무/안양교당
배내청소년훈련원으로 교도정기훈련을 다녀왔다. 가는 길에 점심과 올라오는 길에 저녁식사에 찰밥을 준비해서 먹었다. 여름철 별미 묵은지의 맛이 새삼스럽다. 깊은 맛이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어느 교당에서 먹어본 5년 되었다던 묵은지 생각이 솔솔 났다. 그러고 보니 묵어서 좋은 것 몇 가지를 빼놓고는 어서 끝내야 할 묵은 것들이 더 많다.

묵은 것을 떠올려 본다. 묵은 습관, 묵은 옷, 묵은 제도, 묵은 원수, 묵은 원한, 묵은 빚, 묵은 밭, 묵은 경전, 묵은 세상, 묵은 일대겁 , 묵은 업력, 묵은 때 등, 한참을 더 써내려갈 수 있겠다. 내게도 제법 있는 것들이고, 이미 끝낸 것들도 많다. 가끔씩은 익숙했던 묵은 것으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정의도 도덕도 희미해져 가는 그 속에서 다시 일어서기를 여러 차례다. 그러나 끝을 낸 그 자리에 밀물되어 밀려들어오는 것이 있다. 가슴 뛰게 하고 있다.

재미를 본다. 행복하다. 희망이 보인다. 그렇다. 새 세상, 새 세상의 처음에서! 교당 앞마당에 율마와 나란히 크고 있는 화이트 벨 꽃이 있다. 내가 붙여준 이름이다. 들녘에서 캐다가 텃밭에 가식해 두었다가 이른 봄 분으로 이사를 시켰다. 몇 차례의 새 세상으로 옮겨가며 자리를 잡았다. 새 날로 맞는 아침마다 새로움을 안겨주고 있다.

백색의 종 모양으로 꽃을 피워낸 그 자리에 어김없이 새 봉우리로 찾아와 인사한다. 묵은 꽃잎을 따낸 자리에 새 꽃 봉우리가 그렇게 예쁜 꽃을 피워내고 있다.

소태산 대종사가 제시한 새 세상 살림공부가 '영육쌍전법'에 담겨있다.'(전략)묵은 세상을 새 세상으로 건설하게 되므로 새 세상의 종교는 수도와 생활이 둘이 아닌 산 종교라야 할 것이니라. (중략)영육을 쌍전하여 개인·가정·사회·국가에 도움이 되게 하자는 것이니라.'

정산종사 유촉의 말씀도 새긴다.'묵은 세상과 새 세상이 바꾸이고 있나니, 낡은 것은 가고 새 것이 서는 것이 상도니라. 우리가 모두 새 사람이 되어야 하나니, 그대들이 지금 새 세상의 기운으로 몇 살이나 되었는지 살피어 보라.'

대산 종사는 대종사의 대자대비가 교리와 제도에 두루 잘 나타나 있으나 그 가운데서도 우리는 영육쌍전법을 잘 받들어야 한다고 부촉하셨다. '이 법을 잘 받들면 묵은 세상을 새 세상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해 주신 자비를 알게 될 것이요, 수도와 생활이 둘 아닌 공부로 제불 제성의 본의를 제대로 알게 해 주신 자비를 알게 될 것이요, 제불 제성의 정전 심인(正傳心印)을 정통 법맥으로 잇게 하신 자비를 알게 될 것이요, 일상생활 속에서 일원상 진리를 신앙 수행하고 영생을 통해 몸과 마음을 잘 보호하고 쓰게 하여 온 세상에 오직 은혜만 있게 하신 자비를 알게 될 것이니라.'

새 세상의 주인은 우리다! 이기욕이나 미신 등 과거 시대의 묵은 정신은 새 시대에는 어긋나는 정신으로 새 세상에서는 발붙일 곳이 없게 된다 했던가? 광대무량한 낙원, 새 세상을 우리가 아니 내가 처한 이곳에서부터 건설해가자.

새 세상이 열리고 새로운 것이 기다리고 있음에 내 눈을 뜨고 내가 보자. 새로움으로 펼쳐지는 새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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