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경원 교무/육군사관학교 화랑대교당
군인은 이등병부터 장군에 이르기까지 뜀걸음을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거나 마무리한다. 군복을 입은 군종장교도 예외는 없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일반 간부와 달리 성직자로서의 양심과 자율성을 존중해 준다.

존중과 신뢰만큼이나 빠지지 않고 참여한 뜀걸음으로 인해 지휘관에게 '군종장교도 뛴다'는 인상을 갖게 하여 열심히 운동하는 군종장교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건축을 한다는 이유로 뜀걸음에 소홀하기 시작했다. 체력 단련과 중요한 공정이 겹칠 때면 우선순위는 늘 건축이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자 나태와 핑계 가득한 자격 미달의 군종교무가 됐다. 지난해 체력 검정의 날이었다. 그동안 3km 달리기에서 늘 선두였지만 그날은 중위권에 그쳤다. 기질수양에 대한 나름의 표준이 있었던 나에게 기질수양의 기초인 체력 관리의 실패는 나 자신에게 있어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체력 검정을 통해 심기일전하고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뜀걸음만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체력을 키우기 위해 무언가 다른 운동이 필요했다.

그래서 동기부여와 성취감을 얻기 위해 시작한 것이 자전거 국토종주였다. 올해 틈틈이 시간을 내 인천 서해갑문으로부터 한강, 남한강, 북한강 등 532.99km, 5개의 자전거길을 완주했다. 그리고 내년 전반기까지 1800km, 12개의 자전거길 완주를 목표하고 있다. 아울러 km당 1천원의 적립을 통해 강원교구청 불사에 마음을 모으는 중이다.

요즘 체력 단련 시간은 국토종주 워밍업으로 육사 영내도로를 돌고 있다. 지난 수요일 오후,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가운데 2시간동안 영내도로 20바퀴를 돌았다. 더위를 피해 실내 체육관을 찾는 간부들에게 '오늘도 군종교무는 운동하는구나'라는 인상을 갖게 한다면 이것 또한 교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원불교 군종교무는 늘 하기로 한 일에 규칙적이고 정성을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말이다.

어느 날 자전거 타는 이유에 대해 묻는 생도에게 짧은 답을 했다. "우리는 자신 불공이 기본인 군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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