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교화 이야기

▲ 한화중 교무/하노이교당
오만년 대운을 열어가는 회상의 초기교단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역사적 사명은 무엇일까? 교단 창립의 역사 속에서 면면히 이어진 선진들의 공도정신을 새긴다.
베트남에 교화의 첫발을 내딛는 교역자로서 역사적 안목이 더 필요함을 느껴서 교사를 정독하고 연마했다.
정산종사는 서설에서 "우리 회상은 과연 어떠한 사명을 가졌으며, 시대는 과연 어떠한 시대이며, 대종사는 과연 어떠한 성인이시며, 법은 과연 어떠한 법이며, 실행 경로는 과연 어떻게 됐으며, 미래에는 과연 어떻게 결실될 것인가를 잘 연구하여야 할 것이니라"고 했다.

대종사는 원기3년 창립한도 발표를 통해서 "앞으로 회상의 대수는 기원 년수로 구분하되, 매 대를 36년으로 하고, 창립 제일대 36년은 이를 다시 3회로 나누어 제1회 12년은 교단 창립의 정신적 경제적 기초를 세우고 창립의 인연을 만나는 기간으로, 제2회 12년은 교법을 제정하고 교재를 편성하는 기간으로, 제3회 12년은 법을 펼 인재를 양성 훈련하여 포교에 주력하는 기간으로 하며…"라고 했다.

나는 먼저 12년을 3년 단위로 4기로 나누어 대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1기( 98~100년) 적응기, 준비기-언어 문화적 적응 및 준비, 한국어교사 자격증.
2기(101~103년) 경제적 기초를 세우고 인연을 만나는 기간, 교재정비(교서정역).
3기(104~106년) 경제적 기초를 세우고 인연을 만나는 기간, 교재정비(교서정역).
4기(107~110년) 인재양성 및 교화.

원기98년에 사령장을 받고 바로 한국어교사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 원디대 한국어문화학과에 편입하여 공부를 시작했다. 이것은 한국어교육을 통한 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졌고, 하노이 한인회의 문화강좌에서 한국·베트남 다문화가정(이하 한베가족)의 주부를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한국어교육은 한베가족협회와 협력을 가능하게 했고, 원광대학교에서 베트남으로 의료봉사를 왔을 때에 3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통역 및 봉사활동을 하게 된 기연이 되기도 했다.

사령장을 받고 6월에야 하노이에 입성했다. 이때 부평교당 정법은 교도가 같이 동행하여 지인들을 소개해 주었다. Tue 박사(김일성대학에서 수학)와 그의 아내 민항(배우)을 만났고, 그들과 인연이 있는 방송국 관계자와 대학 관계자를 함께 만나 식사를 했다. 또한 민항의 소개로 하노이 인문사회과학대학의 어학원에 바로 등록하고, 대학 근처의 현지인 집에 숙소를 정하여 체류하게 됐다.

나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낯선 외국에서 더군다나 주거공간이 낯선 외국인의 집이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긴장했다. 나는 사람이나 장소, 상황 등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그렇게 적응이 쉽지 않은 공간 속에서 긴장하며 소심해져갔다. 더군다나 현지인을 교화의 인연 만나는 일에는 더 조심스럽고 신중해야한다는 강박은 활동을 소극적이게 했고, 그러한 환경은 나를 내면으로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어학원에서 베트남어 공부를 시작했는데 다행히도 처음에는 강의가 영어로 진행됐다. 베트남어에는 6개의 성조가 있다. 베트남어는 단음절이 단어를 이루는 고립어이기 때문에 같은 발음이라도 성조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 예를 들어 'ma'라는 단어는 6가지의 성조에 따라 '혼령, 그러나, 어머니, 무덤, 모양, 모(벼의 어린싹)'의 6가지로 뜻이 다르다.

문자는 12세기부터 20세기까지 중국한자와 월남한자를 병용해서 표기하는 문자체계인 '쯔놈'이 널리 이용되다가 20세기 초 프랑스 식민지시절 프랑스 신부가 로마자를 이용하여 문자를 만들어 지금 사용하는 문자가 되었다. 베트남의 풍토에 적응하는 과정에 이유도 모르고 몸이 아프고 앓기도 한다. 어느 날 새벽에 호흡곤란 등의 위급상황이 왔었는데 함께 베트남어를 배우는 청년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이른 아침에 청심환 등을 어찌 어찌 구해 와서 가까스로 위급한 상황을 넘긴 적이 있다.

겨울과 봄 3~4개월은 습도 90%에 햇살을 보지 못하는 나날들이었다. 나에게 중용을 배우는 청년들과 북쪽의 소수민족이 사는 산간지역인 '사파'를 갔다. 겨울이었는데도 마침 날씨가 좋아서 하루 종일 햇살을 받으며 트레킹을 했고, 덕분에 그동안 원인 모를 병증이 사라지고 건강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원기99년 10월에 아파트를 매입하여 거실에 법당을 만들고 한국인법회를 보고 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