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일심 교도/원불교여성회장
지난 2월 서울회관 철거봉고식이 있었다. 서울회관은 서울교화의 상징이자, 재가출가 전 교도들의 염원과 애환이 깃든 정신도량이다.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를 마치고, 영산성지 대각지 일원탑 준공을 앞둔 우리는 이제 원불교100년기념관(가칭) 기공식을 앞두고 있다.

가슴 설레지만 걱정이 더 앞선다. 교단의 의사결정과정이 대중들의 합력과 의지를 모아내는 일련의 과정들이 여전히 답답하고 지혜롭지 못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7월18일, 100년기념관에 들어설 서울교구청에 대한 설계공청회 소식을 원불교신문 지면을 통해서 접했다. 이 자리에는 서울교구 상임위원들과 설계회사, 그리고 재가출가 30여 명의 교도가 참석했다.

논의된 내용은 서울교구청 제반시설의 규모와 용도, 건축 시 고려될 사항들로 신축 교구청은 600인석 규모의 대각전인 소태산홀(가칭)과 교당의 주 법당으로 사용될 300인석 규모의 대산홀(가칭), 100여 명 수용이 가능한 선실과 청소년 전용법당, 영모실, 의식집전실, 사무공간, 북 카페와 생활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교당 공간의 다각화를 지향함에 따라 대중회의장과 공연장, 결혼식장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고 한다.

이러한 대규모 합력불사를 좀 더 획기적인 방법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대중들의 희망을 담아낼 수는 없을까? 아쉬움이 든다. 소수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결정되고 정리된 사안을 전달하는 방식보다는, 다양한 카테고리를 만들어 온·오프라인으로 창조적 생각들을 얼마든지 찾아내고, 집중할 수 있는 집단지성이 우리에겐 있다.

우리가 100년기념관을 짓는 것도 원불교의 위상을 드러내고 세계적 종교로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기에 아름다운 건물을 넘어서 창의적 실용성에 더욱 관심이 가는 것이 당연하다.

서울교구청이 들어서는 종교동의 효용성도 중요하다. 하지만 업무동은 사회의 공익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사회 통합적 기능을 담보하겠다는 100년기념성업회의 설명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건물 유지관리에 대한 임대는 필연적이라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교도들을 위한 사용 공간이 부족해서는 절대로 안 될 일이다. 교단 건물을 지어놓고 원불교 2세기를 열어갈 교도들의 활동 공간이 부족하다면 많은 재원을 투자하는 신축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원불교 활동과 유지에 절대적인 위치에 있는 재가단체의 활동 공간은 분명 확보돼야 하며 또한 주차 공간 등 부족한 설계는 개선해야 한다.

서울 시내가 대부분 그렇지만 특히 흑석동 주변을 보면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 없으며, 대형 버스가 승하차 할 수 있는 공간이 절대로 부족하기 때문에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우리는 이를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서울회관이 철거되기 직전, 원불교여성회 문화 기행을 가느라 버스 승하차 공간이 필요해 부탁한 적이 있었다.

담당하는 교무에게 100년기념관이 완성되면 대형버스가 편리하게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더니 대형 버스들을 수용하려면 주차장 층고가 높아야 하는데 현재의 예산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교화 시대가 열리는 이때, 교단 행사에 참여하는 대형버스 주차시설은 필수적이다.

단언컨대 빠르게 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몇 백 년 걸려서 짓는 성당도 있고 교회도 있다. 한 푼 두 푼 아껴서 100년기념관의 성금을 내고 있는 교도들의 정성과 기도가 있다.

서두르지 말고 전문가와 교도들의 많은 의견을 청취하고,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확인함과 동시에 비효율적인 공간이 없도록 설계와 시공을 해야 후회가 없다. 한번 지어지면 고칠 수 없는 것이 무엇인 생각해야 한다.

다시 한번 요청한다. 100년기념관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교도들의 희망이며 기대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예측이 가능하지 못한 상황들이 많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교단과 교구에서 교도들이 최상의 활동을 담보할 수 있는 공간과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작고 열악한 개별 교당에서 할 수 없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고, 교화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일이 새로 지어지는 원불교 100년기념관 조성의 목적이 아닌가 생각 한다.

남한강 사건이라는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원불교 서울회관이 원불교 100년기념관으로 재탄생돼 교도들이 먼저 동참하고 불사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제3의 창립역사가 되길 간절히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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