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법인(法認)의 달이 지나가고 있다. 유달리 폭염이 계속된 달이다. 소태산 대종사와 구인선진은 이 무더운 여름철에 법인기도를 올렸고 마침내 백지혈인(白指血印)의 이적(異蹟)을 통해 허공법계의 인증을 받았다. 중앙총부와 국내외 전교당에서 법인기도를 올리며, 회상 창립 당시의 숭고한 무아봉공, 일심합력, 사무여한의 정신을 체받고자 정성을 다했다.

지금 원불교 교단은 원기 100년대에 들어와서 수많은 도전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교화 확산이 뜻처럼 희망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일본 치바법인 문제는 결국 해결하기가 용이치 않은 난맥상을 드러냈다. 한국 원불교와 다른 일본 원불교가 생겨나 교단과는 일체 무관하게 장묘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책위가 움직이고 있으나 소송이라도 불사해야할 만큼 사태가 심각하다. 치바법인 문제를 야기한 당시 책임자가 발벗고 나서서 해결 방안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큰 문제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문제이다. 성주성지 뒷산이 제3의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정산종사와 주산종사 형제 여래의 탄생가 뒷산, 그러니까 탄생가로부터 모퉁이를 돌아가면 골프장이 있는데, 바로 그 곳이 국방부가 욕심을 내는 새로운 사드 배치 예상지역으로 부상한 것이다. 방송과 신문에서 연일 보도가 되고 있다. 교단은 관계자들을 통해 정부에 그곳이 원불교 성지임을 알리고, 만일 그곳에 사드를 배치코자 한다면, 거교적인 반대운동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알린 것으로 안다.

과학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도덕문명은 퇴보하는 것인가. 전쟁을 수행하는 무기체계도 갈수록 무서워지고 군비 경쟁은 멈출줄을 모른다. 미국과 중국은 신 냉전시대로 치닫고 있다. 북한은 핵 미사일 역량을 하루가 다르게 정비하고 있고, 이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대응으로 남북관계는 불통 그 자체이다.

정산 송규 종사는 "빼앗고 빼앗기는 것과 주고 받는 것이 그 차이가 천양같나니, 빼앗고 빼앗기는 것은 한과 원수가 맺혀서 불안의 종자가 숨어 있고, 주고 받는 것은 은혜와 인정이 화하여 평화의 건설을 얻게 된다"고 했다. <정산종사 법어> 국운편 22장.

오늘날 국가와 교단은 원불교 창립기의 법인정신이 절실한 때이다. 법인정신은 도탄에 빠진 창생을 구하는 정신이요, 일제의 식민치하에서 국가를 건지는 구국운동이었다. 창립기 선진들은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을 따라 법인정신을 생활 가운데 발휘하여 교단을 발전시키고 민중들을 선화(善化)해 왔다. 국민들의 지적 수준과 의식은 많이 개명되었다. 오히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기 보다는 정권 야욕에 혈안이 되어 있다.

정의이거든 죽기로써 실천하는 정신이 바로 법인정신이다. 사드는 국익을 위한 것이라 말하지만, 실상인즉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의 패권주의에 합력하는 어리석은 행위일 뿐이라고 식자들은 말한다. 성주성지에 사드는 결코 용납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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