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익중 교수는 탈핵의 대안은 원전을 줄이고 전기수요를 관리하면서 재생가능 에너지를 늘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과연 방사능으로부터 안전지대인가? 핵발전소 현황과 문제, 그리고 탈핵에 대한 대안을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김익중(반핵의 사회 운영위원, 경주환경운동연합 연구위원장) 교수에게 들어봤다.

- 정부는 신고리 5호, 6호기 추가건설을 추진 중이다. 우선 우리나라 핵발전소 현황이 궁금하고, 추가건설이 필요한지 묻고 싶다.

현재 우리나라는 25기의 원전을 운영 중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약 30%정도의 전기가 남아돈다. 물론 약 10%정도의 전기는 여유분으로 남겨둬야 한다. 이를 '예비전력'이라고 부르는데, 이 예비전력을 제외하고도 약 20%정도의 전기가 남는 것이다. 따라서 전기 생산을 위해서는 더 이상의 발전소를 지을 이유가 없다. 유럽과 미국은 지난 30년 동안 50기 이상의 원전을 줄여왔고 그 대신 아시아 개도국에서 그 만큼의 원전 개수가 증가했던 것이다. 원자력은 사양산업이다. 아니, 사양산업이었던 것이다.

- 우리정부와 한수원은 한국형 원자로는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형 가압경수로가 후쿠시마 원자로 직접방식보다 안전하다는 것인데, 과연 안전한가.

일본은 원자로에서 직접 물을 끓이는 방식인, 소위 '비등형 경수로'인 반면 우리나라는 중탕 방식으로 물을 끓이는 '가압형 경수로'인 것이 두 원전의 가장 기본적인 차이다. 세계적으로 가압형 경수로가 비등형 경수로보다 더 안전하다는 증거는 없다.

원전 사고는 원전의 종류와 상관없이 발생해왔다. 쓰리마일 사고 원전은 우리나라와 같은 가압형 경수로였다. 체르노빌 사고 원전은 흑연 감속로였다. 후쿠시마 사고 원전은 비등형 경수로였다. 어떤 종류의 원전도 사고 발생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미국, 소련, 일본은 모두 원전 개수가 많은 원자력 선진국이었음을 주목해야 한다. 원전 개수가 많은 나라에서만, 그것도 많은 순서대로 사고가 발생했음에 더 주목해야 된다.

- 한국의 핵전문가들은 한국은 후쿠시마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다고 하면서 그 판단의 기준으로 방사능의 인체 허용기준치를 제시했다. 인체 허용기준치 등 의학적 안전기준이 존재하는 것인가.

분명히 다시 말하지만, 방사능의 안전 기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방사능 기준치가 의학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 기준치가 나라별로 천차만별인 것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과 우리나라의 방사능 기준치는 12배의 차이가 난다. 2013년 후쿠시마 오염수 사건이 일어날 당시 우리 정부는 국내 여론을 감안하여 기준치를 약 4배 정도 낮춘 바도 있다. 이렇듯 방사능 기준치는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며 각 나라의정부가 나라 사정에 따라 정하는 수치일 뿐 의학적 안전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 우리나라 환경부는 원자력안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우리나라에는 원자력 안전위원회가 2011년 후쿠시마 핵사고 직후 설립됐고 법적으로는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도록 독립이 보장돼 있다. 문제는, 법적으로 보장된 독립성이 실제로도 그렇게 유지되느냐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원자력 안전위원회는 위원회의 회의록(속기록)을 살펴보면 독립성이 잘 유지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청와대, 산업부, 미래창조 과학부 등 원자력을 추진하는 기관으로부터 충분히 독립되어 있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규제 위원회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라고 보여진다.

- 우리나라에서도 원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가. 만약 원전사고가 일어난다면 어디가 유력한가.

전술한 바와 같이, 원전 사고는 원전이 많은 나라에서 많은 순서대로 발생했다. 즉, 원전사고는 확률대로 발생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원전 개수가 세계 5위이며, 앞으로 울산, 울진, 영덕, 삼척 등에 14기 정도의 원전을 더 건설할 예정이므로 20년 후에는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이다. 세계 3위의 원전 개수는 세계 3위의 사고 확률을 의미한다.

게다가 우리나라 원전에는 원전 비리와 연루된 불량 부품들이 아직도 수만 개가 제거되지 않고 있다. 중고부품, 시험성적서 조작부품 등 수십만 개의 비리 부품들이 대부분 제거됐으나 아직도 수만 개의 문제 있는 부품들이 제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원전 개수로 계산한 사고확률로 보나 원전 비리와 연루된 불량 부품으로 보나 원자력 사고의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나라가 아닌가 판단된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사고가 난다면 부산, 울산, 경주, 울진이 위치하고 있는 영남 지방이 가장 확률이 높다고 판단된다. 이 지역은 원전 개수도 많고 그중에 수명이 30년 넘은 노후원전이 3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 원자력 발전이 위험하고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그만큼 값 싼 에너지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교수님의 〈한국탈핵〉에 따르면 원자력은 절대 싸지 않다고 하는데, 어떤 근거인가.

우리나라는 '원자력이 경제적이며 안전하다'라고 주장하면서 원전의 개수를 증가시키고 있다. 원자력의 경제성에 대한 분석을 하려면 그 근거 자료들이 공개돼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원자력 경제성 관련 근거자료는 공개되지 않는다. 이 자료들은 시민단체가 정보공개를 요청해도 나오지 않고,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를 위해 요청해도 나오지 않는다. 근거 자료는 공개하지 않으면서 정부(산업부)는 '원자력이 경제적이다'라는 결론만 내놓는 것이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원자력이 비싸다'라는 증거들이 충분히 공개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의 원자력 경제성에 관한 주장은 반드시 근거 자료와 함께 국민들 앞에서 입증돼야 한다. 그래야 선진국에서 비경제적이라고 평가되는, 그래서 사양산업이 된, 원자력의 경제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탈핵운동의 절실함이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 '탈핵전사'로써 원자력의 위험성을 국민에게 어떤 이해와 설명으로 접근하고자 하는가.

'탈핵전사'라는 별명은 내가 스스로에게 붙인 것인데, 이렇게 인정을 해주니 기쁘다. 탈핵전사의 운동 목표는 오직 하나,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방향전환이다. 정책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당들의 정책이 바뀌어야 하고, 정당 정책이 바뀌기 위해서는 국민 여론이 바뀌어야 한다. 따라서, 탈핵 운동권은 어떻게 국민 여론을 바꿀 것인지 지속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원불교가 탈핵운동에 앞장서 줘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 가장 중요한 핵심 질문이라고 생각하는데, 탈핵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가.

탈핵의 대안은 이미 선진국들이 수 십년 간 충분히 보여줬다. 원전을 줄이고 전기 수요를 증가시키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재생가능 에너지를 늘리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일은 어느 한순간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선진국들처럼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이루어져야 하고 또한 그것은 가능할 것이다.

어차피 원자력은 사양산업이다. 원자력 발전은 지구상에 영원히 존재할 수 없다. 이 사실은 원자력 전문가들도 모두 인정하고 있다. 원자력은 어차피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문제는 그 '탈핵'의 시점이 사고 이전이냐 사고 이후냐 하는 것이다. 핵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탈핵을 완성하는 것이 내 탈핵 운동의 현실적 목표이다. 시간 싸움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핵발전소 현황과 문제, 그리고 탈핵운동의 대안을 알아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아울러 고준위 핵폐기장 건설과 영광 한빛원전 폐기물 처리 문제에 대한 위험성 등을 짚어본다. '핵발전소, 사후 대책은 없다'를 주제로 4주에 걸쳐 탈핵전문가 특별인터뷰와 기고의 글을 싣고, 원불교 탈핵의 역사와 현장을 찾아가 본다.

1주 탈핵전사 김익중 교수 특별인터뷰
2주 핵폐기장 건설의 문제점
3주 원불교탈핵의 역사와 미래대안
4주 200회 탈핵순례현장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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