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세명 기자
7월29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폴란드 오시비엥침에 있는 아우슈비츠 제1수용소를 찾았다. 역대 가톨릭 수장으로선 세 번째다. 무려 110만명 이상 학살된 수용소에서 교황은 지하 감금시설에 홀로 앉아 기도를 하며 '눈물의 침묵'으로 그들의 고통을 함께했다.

이는 나치의 극악함에 대한 용서의 기도일 뿐만 아닌 교황청의 역사적 원죄를 씻는 의미도 있다. 2차세계대전 당시 비오 12세 교황은 참혹한 세계전쟁으로 몰고 간 나치에 대해 중립을 표방했으며, 그 결과 죄 없는 수많은 이들은 물론 가톨릭 사제들과 수녀들이 죽임을 당했다. 가톨릭은 그들의 학살을 방관하고 침묵한 것이다.

교황은 추모관 방명록에 이렇게 써 내려 갔다.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주여 이토록 잔혹함을 용서하소서."

'용서해내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가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교황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증오의 시대'라 규정하고, "우리에겐 진정한 참회와 용서의 용기가 필요하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용서할 줄 모르기에 고요와 평화의 즐거움을 잃고 비탄과 증오를 품고 살며 자신과 타인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고 설파했다.

이는 '용서'라는 자기 성찰적 화두를 넘어, 사회 지도층들과 권력자들이 범하기 쉬운 '잔혹한 무지'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기도 하다.

교단에서는 지난 4월25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대한민국 근·현대 100년 해원·상생·치유·화합의 특별천도재를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 열린마당으로 진행했다. 원불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가 본래의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회심운동이었으며,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산업화, 민주화, 각종 재난·재해 희생자들을 위한 진정성 있는 사회통합의 단초(端初)였다.

자발적 참여 의사를 밝힌 재가출가 200여 명의 천도독경단은 물론, 49일간 전국 교당과 기관에서 천도재가 모셔졌으며, 5억2천여 만원의 재비가 조성됐다. 사회공헌 온라인 기부플랫폼인 '빅워크'를 통해 누구나 함께 참여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사회환원의 약속까지 지켜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겐 추억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용서와 참회를 위한 대사회운동은 일회적이고 자기만족감에서 끝나서는 안된다. 될 때까지 이어져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창생을 위해 헌신봉공의 실지를 보여주신 법인절에 접부치지 못했음이 너무나 아쉽다.

적어도 재가출가 전 교도의 조석심고에 대한민국 근·현대에 희생된 영가를 위한 기도가 들어가야 한다. 이러한 힘이 차곡히 응집해야 사회통합의 저력을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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