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경주 교무/교정원 기획실장
초임교무 시절 면소재지에 있는 교당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서 출가교화단회를 하던 중 교무님이 오늘 단원들이 오기 때문에 신경을 써서 청소를 했지만 평소에 언제 교도님이나 지역 사람들이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도량을 청결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몸도 불편하고 특별히 말씀이 능한 것도, 교법에 대한 해석에 뛰어난 것도 아니지만 마음과 행동으로 늘 준비하는 모습은 교역에 임하는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깨우쳐준 감동의 시간이었다.

교단은 한국사회의 근대화와 민주화 과정 속에서 지역사회와 호흡하며 많은 역할을 해오며 성장해 왔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성장은 정체되고 저성장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성장은 성수기, 저성장을 비수기에 비유한다면 각각의 시기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여행을 계획하다 보면 성수기와 비수기 요금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성수기는 상품이나 서비스업의 수요가 많은 시기이므로 요금이 올라가고, 비수기는 반대로 수요가 많지 않은 시기이므로 요금이 내려가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기업이나 서비스업계에서 비수기를 맞으면 재고관리와 수요창출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게 된다. 이런 개념을 교화와 연계해서 생각해본다면 새로운 돌파구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교단은 교화의 성수기를 경험해 왔다. 그 성장의 시기를 지속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성수기에는 교화 콘텐츠를 다양화해서 수요자들의 필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변화에 대한 대응을 민첩하게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인재발굴과 양성에 대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해 해야 한다. 교화의 영역들이 넓어지고 확장되는 시기임으로 분야별 전문인재 발굴과 양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단위 교당에서는 교도들의 수요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프로그램화할 수 있는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성수기와는 반대로 비수기에는 더 많은 관심과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외형에 대한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조직이나 제도에 대한 점검을 통해 환경의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노후화된 건물은 리모델링을 하거나 보수를 하는 것처럼 조직은 교화성장을 위한 교화구조의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

교화구조는 교단의 인력운영과 무관하지 않다. 성장이 정체되는 시기에는 확장되어 있는 교화기관을 점검하고 제한된 인력으로 효율성과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과제이다.

사회변화에 따른 교단의 구조를 인력과 조직운영의 최적화로 성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구조로 변화시켜 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구성원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구성원들의 역량은 곧 교단의 역량이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은 열정을 가진 집단이며, 목적을 공유하고 있는 조직이다. 그러나 성공에 대한 경험이나 열정에 대응하는 결과물들이 성장이라는 열매로 이어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지쳐갈 수밖에 없다. 이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동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신앙하고 수행하는 신행공동체이다. 재가와 출가가 신앙과 수행에 대한 신념과 공부심을 살려 낼 수 있어야 한다. "실력이 최상이다"고 했다. 교단의 구성원들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2세기 결복교운의 동력은 초심으로 돌아가 교단 창립의 시기에 보여줬던 교법에 대한 신념과 공부심을 살려간다면 비수기는 결복교단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써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할 것이다. 다행히 교단은 초창기에 교육과 훈련을 통한 성장의 씨앗들을 만들어 왔던 좋은 기억들이 있으므로 이를 거울삼아 교역자들의 역량을 키우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실강화다. 성장기에는 보이지 않았던 누수부분이나 동맥경화 증상들은 없었는지를 살펴서 해결하는 시기로 삼아야 한다. 기관과 법인 운영의 적절성과 교법실현을 위한 목적성 그리고 인력운영의 효율성을 점검해보고 그 대안을 찾아가야 할 때이다. 100년 동안 이어온 교단 운영의 시스템 속에서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을 찾아 해결해 나감으로써 결복교단의 기반을 조성해 가야 할 것이다. 대종사는 준비없이 때만 기다리는 무리를 이른바 낮도깨비라 경계했다. 성장을 위한 준비는 저성장의 시기에 선택해야 할 필수요건이라 할 것이다.

원불교 2세기를 시작하는 이 시기에 준비없이 시간을 보낸다면 저성장의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으므로 비수기에 준비해야 할 것들을 적극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시골교당의 교무님이 교도와 지역주민을 위해 교화공간을 청결하게 준비했던 정신을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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