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 도매로 특화, 성장의 블루오션 찾아

▲ 전주보화당은 전주한옥마을 활성화와 전라감영 복원 공사가 들어가면서 다시 원도심 상권으로 주목받고 있다.

초기 교단 역사에서 보화당이라는 브랜드는 빼놓을 수 없는 위치에 있다. 〈교사〉에 의하면 "원기19년(1934) 8월 익산에 보화당한약방을 합자 회사 형식으로 창설하니, 이것이 후일 새 회상 수익기관의 으뜸을 이루는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한의원, 건재약방의 대명사로 '보화당(普和堂)'은 지금도 유효하며 그 생명력을 넓히며 '영육쌍전 이사병행'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공부하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공부하자'는 전주보화당의 사훈은 창립을 이끌고 초대사장을 역임한 예산 이철행 종사가 직접 내린 법문이다. 사상선의 터전이었던 전주보화당은 3층에 마련된 법당에서 매일 새벽좌선으로 전 직원이 아침을 열었고, 저녁공사와 심고로 하루를 마감하는 고된 수행을 이어갈 정도로 계문과 계율을 중시했다. 지금이야 시대가 변했고, 상황이 다르지만 창립 이후 2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전통이었다.

전주보화당의 역사

원기61년(1976) 8월29일에 창립한 전주보화당은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로 32번지에 위치해 있다. 원래 자리는 길 건너편인데 2006년 확장 이전하면서 이곳에 자리 잡았다. 교단의 보화연합회(한약·한의원 연합체)를 이끌던 예산 종사는 익산 역전보화당이 순조롭게 궤도에 오르자 익산보다 상권이 큰 전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이때 한의원과 건재약방을 함께 하는 '다가동 전주보화당'을 구상한 것이다. 초대 사장에 이어 송성찬, 정경훈, 이태성 사장이 봉직하면서 한의원과 건재약업사를 꾸준히 성장시키며 오늘의 전주보화당을 만들어 왔다. 전주보화당이 자리한 다가동 사거리는 한때 전주 약전거리를 형성할 정도로 성행했지만 한약의 퇴조와 맞물려 원도심의 자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주한옥마을이 활성화되면서 위성지역으로서 다가동이 다시 주목받고 있고, 전라감영 복원(옛 전북도청 자리)이 추진되면서 근거리에는 전주보화당도 부활의 호기를 받고 있다.

이동희 전주보화당 대표는 "지난해 서울 제기동에 있던 (주)원광약업사와 보화한약도매가 통합하면서 매출이 커지고, 영업이익도 증가했다"며 "매출은 지난해보다 20%, 영업이익은 300% 정도 올라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으며, 전문 인력이 흡수되면서 경영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은 경영의 효율화 덕분이다.

교단 유일의 한약도매

전주보화당은 (주)보화한약도매와 보화당한의원·보화당(한)건재약업사·건강기능식품판매업을 주 종목으로 하고 있다. (주)보화한약도매는 원광약업사와 통합하면서 물류비와 영업비용이 절약됐고, 교단의 유일한 한약도매 사업으로 원광대학교 한방병원 등 판로를 개척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한약재 시장은 옛날처럼 건재상 중심이 아니다. 예전 한약도매업은 한약재를 생산지 혹은 수입상을 통해 구입해 세척, 건조, 법제, 포장을 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약국 시스템과 같이 운영된다. 생약(生藥)이지만 제조 및 포장을 제약사만 할 수 있게 법이 바뀐 것이다. 그래서 더욱 중요해진 것이 한약재 시장의 시세정보다. 당귀, 산약, 산수유 등 우리에게 익숙한 한약재를 저렴하게 매입한 후 창고에 저장, 가격이 오르면 시장에 유통시켜 이익을 내야 하는 것이다.

한약재 유통은 정보와 싸움

(주)보화한약도매의 생명은 매입과 유통의 타이밍이다. 질 좋은 한약재를 매입하기 위해서는 생산지의 작황을 꿰뚫어 봐야 하고, 대형 제약사들의 재고현황과 수입 한약재의 상황도 살펴야 하는 종합적인 판단이 요청된다. 이 대표는 "한약재 종류가 수백 가지가 넘기 때문에 모두 대량으로 구매할 수 없다"며 "가령 당귀 생산지의 작황이 나쁘다면 반드시 가격이 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바로 대량으로 당귀를 구매하면 안된다. 국내 당귀가 귀해지면 반드시 수입산 당귀가 들어오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구매를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즉 당귀 생산량, 소비량, 재고량, 수입량 등을 여러 경로를 통해 정보를 수합하고, 한약재 무역업자나 큰 제약사 사장 등을 만나 고급정보를 얻은 후 단일 한약재 혹은 복수 한약재를 매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번 판단을 잘못해 대량으로 한약재를 구매하면 판매나 재고 문제로 큰 손실을 입게 된다"며 "약재 유효기간이 있다보니 손해를 보면서 유통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예측에 필요한 정보를 하급, 중급, 고급으로 나눠 수합하고 있다고 전했다.

▲ 한약재를 포장 진열하고 있는 3층 약재창고.
질 좋은 한약재 매입과 거래처 관리

요즘 한약재는 수입산은 물론 국내산 모두 농약 잔류와 중금속 허용 검사를 제약사에서 빠짐없이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약재에 대한 의구심을 안 가져도 된다. 제약사가 포장단위로 한약재를 유통하고 있어서 생산자, 생산일자, 한약성분검출, 제약사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 한약재는 농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농약, 중금속 검사를 유예했지만 제약사 중심으로 한약유통이 재편되면서 사각지대가 사라졌다. 이진국 전무는 "관리가 어렵고 변질이 잘 되는 한약재는 2층에 있는 대형 저온창고에 진열하고, 3층은 포장된 한약재를 보관하는 약재창고가 있다"고 말했다.

주문전화가 오면 3층 사무실에서 거래명세표를 작성해 약재 창고로 전달한다. 약재창고에서는 전달 받은 명세표 목록과 수량을 확인하며 한약재를 분류한 후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약재를 이동시켜 지하 승합차에 싣는다.

승합차로 거래처에 약재를 보급하고 있는 효자교당 장세현 교도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요일별로 출장지역이 정해져 있어 약재를 배달하고 있다"며 "한약재를 배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처 관리도 해야 하기 때문에 거래처의 영업상황이나 약재 재고 현황 등을 꼼꼼히 살피고, 실무 담당자와 소통하며 거래처가 원하는 가려운 부분을 해결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전주를 포함해 광주, 익산, 정읍, 강경, 순천 등 거래처가 있는 곳이면 그의 발길은 어김없이 닿는다. 영업 분야는 도매업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영업 사원을 잘못 두면 거래처가 끊기는 것은 물론 한의 업계 신뢰도에 문제가 발생되기 때문이다.

보화당의 과제

한방산업이 대체로 사양길을 걷고 있다. 매출이 높은 한약을 먹는 인구도 줄어들고, 건강식품이 한약의 영역을 잠식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이 대표는 "한약도매업만 놓고 보면 기존 거래처 관리를 강화하고, 새로운 거래처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며 "더불어 약재관리 시스템 확립을 통해 미리미리 약재를 매입하는 기획구매를 해야 한다. 또한 구성원들의 교육과 역량개발로 전문인재양성, 대학 한방병원에 한약재 80% 공급, 안정적이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1년 단위 유통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약, 한방산업의 파이가 점점 줄어들면서 이에 대응하는 전주보화당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 전주보화당은 (주)보화한약도매·한의원·건재약업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동희 대표(사진 가운데)와 직원들.
전주보화당한의원

한의원은 김용길 원장이 치료를 맡고 있다. 워낙 전주보화당이라는 브랜드가 높아서 전주지역 재가출가 교도나 일반인들의 발길이 한여름인데도 끊이지 않고 있다. '보화당'이 주는 신뢰는 원불교가 운영한다는 것과 좋은 한약재를 쓴다는 것, 그리고 거짓 없이 정성껏 치료해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창립 초기 단골들이 지금까지 떠나지 않고 찾아오고 있다. 휴게실 같은 한의원을 지향하는 전주보화당한의원은 물리치료실과 원적외선치료실, 왕뜸, 황토방 시설 등을 갖추고 환자들을 맞고 있다. 인테리어 자체를 환자들이 편하게, 진료만 받아도 효과가 있는 것처럼 설계했다. 특히 출가교역자를 위해 따로 진료실(4인실)을 마련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진료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출가자들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로 전신 물리치료기를 구비해 치료를 돕고 있다. 환자의 완치에 정성을 다하고 있는 김용길 원장과 간호사들은 오늘도 고객의 몸짓 하나, 숨소리 하나를 체크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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