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형래 교도 / 서울교당 /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최근 드라마 '공항 가는 길'이 방송되고 있다. 공항로는 6번 국도의 다른 이름이다. 6번 국도는 인천에서 시작해 서울을 동서로 가로지르고 강원도를 지나 동해바다와 만난다. 6번 국도는 서울에서 공항로, 양화로, 신촌길, 새문안길, 종로, 왕산로, 망우로로 불리다, 망우리고개를 넘어 경기도에 접어들면 서울에서 강릉가는 길, 경강로가 된다.

6번 국도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고,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최근 핫플레이스가 돼버린 홍대입구, 합정역, 신촌길이 6번 국도다.

1987년 6월 항쟁을 촉발시켰던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 행렬 역시, 연세대학교에서 6번 국도, 신촌길-충정로-새문안길을 지나 시청광장으로 향했다.

6번 국도는 광화문 사거리에서 종로가 된다. 정태춘과 박은옥의 노래 '92년 장마, 종로에서'는 현대사 종로의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6번 국도는 90년대 초, 웬디스 햄버거로 대표되는 젊은 첨단의 문화와 탑골-종묘 공원으로 이어지는 옛 풍경을 양편에 거느리고 흥인지문(동대문)으로 향했다. 종로는 국빈관과 같은 고급 음식점의 풍경도 담고 있다. 이곳을 배경으로 김두한으로 대표되는 일제강점기, 근현대사의 한자리를 차지하는 정치깡패들과 이들과 결탁한 정치인, 기업인들의 어두운 그림자가 머물렀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의 권력자들은 종로의 그림자를 감추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1968년 겨울, 전격적으로 당시까지 최대 집창촌이었던 종로3가 일대를 강제 철거했다. 당시 언론보도는 "새벽 5시부터 시작된 작전으로 250여 가구 1400여 명을 청소했다"고 전하고 있다. 또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건달, 깡패들에게 목줄을 걸고 종로통을 줄이어 걷게 하기도 했다. 또 청계천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화려한 종로 뒤편에 묵묵히 자리해 있던 청계천길 상가들을 서울 외각으로 반강제로 철거하고 이주시켰다. 데모를 많이 한다는 이유로 종묘 공원 광장에 나무도 심어졌다.

종로 피맛골은 조선시대 종로통에 오가는 지체 높은 양반 가마를 피하기 위해 양민들이 붐볐던 곳이다. 최근까지 피맛골은 오래된 맛집들이 싸고 대중적인 음식들로 근처 직장인들을 붐비게 했지만, 높은 빌딩이 들어서면서 그 자취를 감췄다.

6번 국도는 조선시대 육의전부터 우리나라 최고의 화려함과 그만큼 짙은 그림자를 남긴 종로를 지나, 흥인지문 너머서부터 왕산로가 된다. '왕산'이라는 길 이름은 조선말 고종 강제퇴위에 항거해 의병을 이끌고 서울로 진격했던 허위의 호다. 허위와 '13도창의대진소'는 흥인지문 인근에서 일본군에게 막혀 퇴각하고, 허위는 이듬해 서대문형무소에서 처형됐다.

왕산로는 떡전교 사거리, 시조사 삼거리 같은 옛 지명을 많이 품고 있다. 서울의 관문이었던 청량리역 인근, 떡전교에는 예부터 떡집이 많았다고 한다. 시조사는 인근 삼육대학교 재단인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출판사다. 홈페이지를 통해 100년이 넘은 역사와 함께, 1932년 조선총독부 <조선통치연보>의 영문 출판을 한 바 있다고 밝히고 있다.

6번 국도는 망우로가 됐다, 망우리고개를 넘어 춘천가는 길(경춘로)로 이어진다. 남양주2청사 도농교차로부터 강릉가는 길(경강로)이 된다. 6번 국도는 두물머리를 지날 때까지 남한강변 구비길이 된다. 그러다 도둑머리고개 넘어 강원도로 들어서면 높다란 고개길이 이어진다.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황재, 횡성 둔내면에 들어서는 해발 520m 고개길이다. 둔내를 지나면 잠시 남한강의 발원 가운데 하나인 주천강 상류를 거슬러 오르며 잠시 숨을 돌린다. 그러다 다시 맞닥뜨리는 고개길이 태기산이 정상이 눈앞에 잡힐 듯 보이는 양구두미재다. 이 고개길은 둔내에서 그리 많이 올라가지 않는 듯하지만, 대관령보다 높은 920m 높이를 자랑한다.

이어 6번 국도는 오대산 싸리재-진고개 구간에서 백두대간을 넘는다. 960m 높이의 진고개를 지나면 6번 국도는 동해로 흐르는 홍정천을 따라 강릉 바다로 향하다, 동해안을 따라 달리는 7번 국도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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