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枕輕安진晩 眼中靈境妙圓光 誰知夢覺元無二 蝴蝶來時日正長
苽 花離落粟風光 住在玲瓏恍惚光 富貴神仙饒一轉 炊煙漫敎枕頭長
松風分外占恩凉 攝轉葡萄現在光 特地家鄕成尺咫 靑山一髮未曾長


베개머리 편안하고 저녁에 서늘한 바람 부니 / 신령스러운 눈 속에 둥근 빛이 신비롭네 / 누가 알리, 꿈꾸는 것과 깨어 있는 것이 둘이 아님을 / 범나비 날아 올 무렵에 해도 길어지네 // 산수국 꽃은 떨어지고 조 이삭에 부는 바람 서늘하여 / 영롱하고 황홀한 빛 속에서 살고 있네 / 부귀와 신선의 꿈에 한 바탕 취하여 / 밥 짓다가 부질없이 베개머리 늘여본다 // 은혜로운 솔바람 분수에 넘치게 서늘하여 / 지키고 변하여 포도는 지금 빛깔 띠고 있네 / 특별히 내 고향이 바로 지척이니 / 청산의 한 자락이 먼 게 아니네

'낮잠(午睡)'-김정희(金正喜 1786년-1856년 조선 후기의 실학자)

김정희의 본관은 경주, 충남 예산 출신으로 호는 완당(阮堂), 추사(秋史), 금석학, 유교의 경전, 불교에 조예가 깊은 실학자였으며 추사체를 창안하고 문인화를 강조하여 조선 후기의 화단에 큰 영향을 끼쳤다. 문집으로 '완당집' 등이 있다.

까다로운 위 시는 꿈꾸는 것과 깨어 있는 것이 둘이 아니라는 장자의 나비의 꿈이 중심이다. 즉 추사는 부귀와 신선의 꿈을 꾸었지만 실은 가까이 있는 고향이 낙원이고 이상적인 세계라는 것이다. 당연히 이 시는 실학파의 실사구시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요즘도 뜬 구름 잡는 도사들이 우리 주변을 어지럽히는 것은 이 세상이 헬 지옥이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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