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기97년 12월 26일 시작한 생명평화탈핵순례가 200차 순례를 맞아 24일 300여 명의 대중이 이를 기념하기 위해 탈핵순례길을 함께 걷고 있다.

'생명평화탈핵순례'가 200차 대장정을 매듭지었다.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성과 탈핵의 시급성을 알리는 순례단은 24일 200차를 기념하는 순례체험과 봉고식으로 이를 알렸다. 3년6개월 동안 총 4400㎞ 거리를 눈·비·바람에도 꿋꿋하게 순례 약속을 지켜낸 이들의 행보에 많은 이들이 참여해 연대발언으로 힘을 실어줬다.

이 행사에는 순례단이 이 땅에 탈핵을 이루려는 모두에게 약속한 걸음을 한 발씩 내딛을 때마다 만나고 맺어진 영덕신규핵발전소반대대책위,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종교환경회의, 예수회, 변산공동체학교, 탈핵에너지전환전북연대, 부산갑상선암소송민원단, 영광핵발전소안전성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불교환경연대,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예수살기 촛불교회 등 뜨거운 동지들이 함께했다. 이 외에도 교단 내 재가출가 교도들을 포함한 300여 대중이 순례체험에 동참했다.

영광군청 앞 '222 순례단' 기도식
순례 200차, 그리고 뜨거운 태양과 눈비를 뚫고 매주 걸었던 22㎞를 의미하는 222 숫자를 가슴에 새기며 '200차 탈핵순례'는 간절한 기도로 그 시작을 알렸다.

영광군청에서는 김인경 수위단회 상임중앙, 오정도 교화부원장, 류경주 기획실장 등 원불교 주요간부들과 대중들이 운집한 가운데 이 땅에 인류의 대재앙인 핵이 없어지기를 소망했다. 비슷한 시각에 영산성지에서는 '200차 생명평화탈핵순례 봉고기도식'이 진행됐다.

기도를 마친 대중은 모두 탈핵 문구가 새겨진 노란 조끼를 입고 "태양과 바람의 나라로! 생명 평화 탈핵! 살리고, 살리고, 살리고"를 힘차게 외치고 순례길에 나섰다.

영광군청에서 출발한 순례행렬은 영광버스터미널에서 군민들에게 탈핵 구호를 외치며 '탈핵순례 200차 현장'을 알렸고, 시내의 많은 군민들은 하던 일들을 잠시 멈추고 긴 순례행렬을 보며 호응하기도 했다.

영광스포티움 광장에 도착한 순례단은 노란우산을 나눠들고 '탈핵'글자를 만들어 구호에 맞춰 퍼포먼스를 펼쳤다. 구호에 따라 노란우산을 펴고 접는 단합 모션으로 탈핵 운동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다짐했다.

태양과 바람의 공원
매주 영광군청 기도식을 시작으로 생명평화탈핵순례를 펼쳐온 이들에게 홍농교당은 소중한 휴식의 거점지였다. 자연에너지의 상징인 '태양과 바람'은 탈핵의 상징이기도 했다. 이날 200차 순례에 참여한 대중은 영광스포디움에서 버스 등 차량으로 홍농교당으로 이동했다. 영광교당에서 준비한 점심과 함께 수완교당 김미현 교도의 바이올린 연주, 종로교당 주무아행 교도의 기타 연주를 들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대중들은 홍농교당을 출발해 마을을 지나는 동안 지금까지 생명평화탈핵을 위한 순례길을 묵묵히 걸었던 이들의 노고와 땀이 결코 만만치 않았음에 비로소 공감했다.

변산공동체학교 김희정 교장은 "오늘 뜻 깊은 200차 탈핵순례체험에 함께하기 위해 21명의 학생들과 동참했다. 매주 빠짐없이 22㎞를 걷는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체험했다"며 "지난 부안 핵폐기장 반대 투쟁을 통해 핵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아이들과 함께 공부했고, 올해 4월에는 학생들과 히로시마에 견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탈핵과 자연에너지 활용에 대한 교육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촛불교회를 운영하는 최현국 목사는 "이웃 종교인으로서 원불교가 영광핵발전소 문제를 제기하며 지금까지 지속해온 순례길에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200차순례를 맞아 핵발전소의 위험성과 그 문제들이 여러 곳에 많이 알려지고 한국사회 안전에 함께하는 이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순례 감상을 전했다.

 

▲ 탈핵난장 사회를 맡은 김선명 교무, 이태은 교도.

너와 나의 탈핵난장
한빛원자력발전소 앞에 도착한 순례팀은 커다란 원을 만들어 서로 마주보며 대한민국 안전과 탈핵을 위한 심고와 사배를 올렸다. 이후 탈핵난장이 펼쳐졌다. 첫 무대는 영광교구 교도들로 구성된 난타팀이 문을 열고 원불교환경연대 김선명 상임대표와 이태은 사무처장이 사회를 맡았다.

영광핵발전소안전성확보를 위한 원불교대책위원회 위원장인 김정심 상임대표는 "오늘같은 폭염이나 차가운 눈바람 속에서도 순례는 이어졌다. 때로는 김밥 한줄로 점심 끼니를 때우며 꿋꿋하게 순례 행보를 이어간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감동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며 더불어 "200차 순례체험에 함께해 준 여러분에게 감사하다. 우리 모두가 생명을 살리고 환경을 살려서 탈핵이 되는 그날까지 이 발걸음을 잊지 말자"고 관심을 독려했다. 이어 광주전남교구 장덕훈 교구장 격려사와 더불어 원불교 탈핵순례단 구동명 단장, 영광교당 이성광 교도가 순례감상을 전했다.

이후 이웃종교인과 단체장들의 탈핵난장이 이어졌다. 종교환경회의 양재성 목사는 "새만금반대 삼보일배 오체투지 이후에도 종교환경회의는 전라북도 GMO문제를 가지고 매년 여름 2박3일씩 생평평화 순례를 펼쳐오고 있다"며 "원불교 탈핵순례단이 환경과 탈핵을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을 펼쳐온 것이 참 고맙고, 원불교가 있어서 참 든든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김준한 신부, 영덕신규핵발전소반대대책위 박혜령 상임대표,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법일스님, 예수회 조현철 신부, 탈핵에너지전환전북연대 한상렬 목사, 영광공동행동 황대권 선생이 환경과 탈핵문제에 대한 용기와 격려의 말을 이어갔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주고 뜨거운 동지애와 믿음을 나누는 자리였다.

굿바이 핵발전소
2011년 후쿠시마 핵사고가 일어나 독일을 비롯한 유럽 대부분 국가들은 탈핵선언을 했지만, 대한민국은 핵의 안정성을 강조하며 여전히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2012년 영광핵발전소 정전사고 등 크고작은 문제가 이미 몇 차례 발생했지만 핵발전소 측은 이를 은폐하기 바빴다. 이에 '영광핵발전소안전성 확보를 위한 공동행동'이 결성되고 이를 회피하는 영광핵발전소 본부장을 결국 만나 안정적 운영과 재발방지 약속을 받았다. 하지만 영광핵발전소는 그 뒤에도 계속되는 사고를 일으킨다.

더 이상 영광핵발전소를 믿지 못하게 됨에 따라 '영광핵발전소안전성확보를 위한 원불교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2012년 11월26일부터 '생명평화탈핵순례'를 지속적으로 펼치게 된다.

초창기 탈핵순례팀에게 군민들은 핵 위험성에 대해 듣기보다는 '며칠이나 가겠나?'하는 조소와 '너희는 전기 안 쓰냐?'는 야유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그 작은 움직임이 100차를 맞고, 200차를 맞이하다보니 이제는 그 진정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금은 월요일마다 걷는 순례팀 인원이 몇 명인지 관심을 갖는 택시기사들, 땡볕에 땀 흘리며 걷는 순례팀에게 음료수를 건네는 사람들, 차를 타고 가다가 경적으로 순례팀을 응원하는 운전자 등 영광시내에서는 '잘 알려진' 순례팀이 됐다.

더불어 생명평화탈핵순례 이후 착수한 '햇빛교당 만들기 100 프로젝트'는 단순한 반대를 넘어 대안까지 제시함으로써 국내외 여러 시민단체의 귀감이 되고 있다.

생명평화탈핵순례를 최초 제안한 강해윤 교무는 "이번 200차를 맞아 감회가 새롭다. 생명평화탈핵순례는 탈핵운동의 일환으로 지금까지 발생한 핵발전소 사건사고를 계속해서 기억하고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이다"며 "지금까지 원불교뿐만 아니라 이웃종교인, 각종 시민사회단체, 환경단체에서 참여했고, 독일이나 일본 등 그 뜻을 함께한 운동가들도 함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핵발전소가 영원히 안전하게 유지되고 있는가에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하고, 노후된 핵발전소는 차례차례 불을 꺼가면서 이 땅에 핵발전소가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핵발전소 현황과 문제, 그리고 탈핵운동의 대안을 알아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아울러 고준위 핵폐기장 건설과 영광 한빛원전 폐기물 처리 문제에 대한 위험성 등을 짚어본다. '핵발전소, 사후 대책은 없다'를 주제로 4주에 걸쳐 탈핵전문가 특별인터뷰와 기고의 글을 싣고, 원불교 탈핵의 역사와 현장을 찾아가봤다.

1주 탈핵전사 김익중 교수 특별인터뷰
2주 황대권 대표의 핵폐기장 건설 문제점
3주 원불교탈핵의 역사와 미래대안
4주 200차 탈핵순례현장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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