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는 성자 혼 체받는 곳입니다"

성주성지를 대가람으로 변모시키고
기도·활불·교육도량으로 자리매김

성주성지관리사무소 보산 김원명(58·譜山 金圓明) 교무를 만나기 위해 성지를 찾았으나, 재가출가 교도들의 성지순례와 성주평화교당 기도회, 대책회의 등으로 인터뷰 시간을 잡기가 어려웠다. 덕분에 성지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마당 가득 푸른 잔디와 잘 다듬어진 소나무들이 빙 둘러 있고 정성스러운 손길이 군데군데 배어있는 성지는 감동이었다.

시골 농부처럼 검게 그을린 얼굴, 손마디가 툭툭 튀어나오도록 거칠어진 손, 바쁘게 오가는 발걸음을 보니 지금의 성지 모습을 갖출 때까지 16년 동안 쏟았을 그의 땀과 정성이 눈앞에 훤했다.

"성지 교무로 사령받아 오니 대각전, 생활관, 원불당만 덩그러니 있고 나머지는 전부 논밭이었습니다. 풀을 벨 줄도, 농사도 모르는 완전 초보인데다, 성지라는 인식도 없고 낯선 외지인이 와서 농사 짓는다고 다니니 마을 사람들도 배타적이었죠."

처음에는 벼, 고추, 감자, 마늘 농사 등 뭐든 다 했고, 땅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소나무, 철쭉과 같은 조경수들을 심었다. 지금의 성지를 아름답게 만들고 있는 나무들은 모두 모종을 심어서 키워냈다. 비용을 절약하자는 뜻도 있지만 사소한 것도 손수 키워서 성지를 만들고 싶은 뜻이었다. 강에서 돌을 실어오고 고속도로 공사장에서 흙을 얻어오는 등 도량을 만드는데 돌 50트럭, 흙 1800트럭이 들어갔다.

"나는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이것이 스승님 뜻에 맞을지 늘 연마했죠. 마음 속에 스승님 창고를 따로 마련해두고 스승님이 아니다 하시면 언제라도 돌아갈 준비를 했습니다. 건물 하나를 지을 때도, 나무 한 그루를 심을 때도 그냥 한 것이 아닙니다."

풀을 뽑고 나무를 심고 땅을 가꾸는 등의 하드웨어보다는 성지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채우기 위한 기도를 더 많이 한 그는 원로 법사 초청 법회를 열었다. 정산종사와 주산종사 추모담을 듣는 법회를 10년 넘게 개최해 두 분 성인을 추모하며 사상을 재조명했다. 당시 그의 마음속엔 미국과 이라크 간의 전쟁으로 '평화'가 자리잡았다. 평화라는 명분으로 죽은 생령들은 과연 어디에서 위안을 받아야 하는가 생각이 들어 많은 사람의 염원이 하나로 모이는 진리불공을 해야겠다 싶어 천일기도를 시작하게 된 그다.

그렇게 기도를 하면서 성지를, 인류의 대 기도도량, 종교대의와 근본예절을 바루는 교육도량, 정법정신의 대 활불도량으로 만들자는 목표를 정했다.

"제일 먼저 특별천도재를 지냈습니다. 천재지변으로 희생된 영가, 전쟁으로 희생된 영가, 정법을 찾지 못한 영가, 도량 주위를 떠돌고 있는 유주무주고혼 영가를 위한 천도재를 시작했죠. 대종사의 완벽한 정법을 만났는데 이런 영혼들을 그냥 두는 것은 양심에 가책이 돼서 안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성심으로 특별천도재를 지냈습니다."

'평화'를 화두로 잡고, 정산종사의 삼동윤리 사상을 바탕해 평화를 생산하는 도량으로 가꾸기 위해 삼동평화대학을 시작한 그는 일반인과 교도들을 대상으로 일과득력을 목표로 3개월 코스 교육을 7년간 진행했다. 교리실천도해 등의 교리공부와 조석심고, 좌선, 참회 기도를 통해 삶의 주인공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했다.

"성지는 성자의 혼을 체받는 곳이어야 합니다. 정법에 바탕해 본래 갊아 있는 자성불을 깨워 내면에 회오리를 몰아치게 해 체질화를 시켰습니다. 그때의 졸업생들이 지금은 다 교당의 주인이 되어 있습니다."

성지를 일궈오는 과정에서 신앙체험도 여러 번 했다. 당시 좌산종법사가 원기100년을 앞두고 "정산종사 고향에 교당 간판이라도 걸어야 한다"는 말씀을 받들어 땅을 매입하고 건물을 짓기까지 7년여의 시간을 오롯하게 공을 들여 초전교당을 열었다.

적당한 땅을 찾았지만 주인이 팔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주인 할머니가 위독한 바람에 땅을 팔게 됐다. 등기이전 처리가 끝나고 나니 할머니가 씻은 듯이 나았고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다. 정산종사 성안이 두 번이나 나타나 "내가 숨겨둔 땅이다"고 했단다.

"초전교당 땅을 사게 됐을 때, 이제 울타리를 쳤으니 됐구나. 성지에 맞는 옷을 입혀야 하는데, 이렇게 구상 중에 사드 문제가 터진 겁니다. 평화의 성자 정산종사께서 태어나고, 구도했던 성지이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성주성지가 세계 평화를 이끄는 성지가 되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를 통해 교법이 더욱 드러날 것입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진리에 대한 관심으로 방황을 많이 했다. 길을 가다 지나가는 교무를 만났고 뭐하는 사람인가 싶어 교당에 따라 들어가서 경전을 읽어보는데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라는 말씀을 읽고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그동안의 방황에 대한 답이 거기에 있었다. 그 자리에서 출가를 결심했다.

"다음 생 서원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대종사님 가르침에 푹 젖어서 그대로 늙어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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