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심고를 끝내며 하루 일정을 머릿속으로 체크를 해봤다. 오전에 주어진 일, 2시에는 병원 예약이 있고 7시30분에 육일대재라 교당에 가야 된다.

그런데 오전 일을 끝내고 대문을 들어서는 순간 너무도 황당한 일이 눈앞에 보였다. 화장실에서 내려오는 하수구가 터져서 밀려나온 것이었다.

아범에게 전화를 했더니 급히 달려왔고 남편도 합류해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가만히 있는데 마음이 두 마음으로 나누어져 싸움을 시작한다. 한 마음은 교당을 향해가고, 한 마음은 아니다. 오늘 교당 안 갔다고 사람이 죽고 사는 것도 아닌데… 또 한 마음이 생긴다.

"좀 늦으면 어때 늦게라도 가자." 마음이 잡았다 놓았다 흔들었다 요란하기 시작했다.

샤워를 끝내고 식탁에 앉으니 식사준비를 차려 놓고 그때야 "나 교당가도 돼?"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그래 갔다와!" 하고 아범도 "걱정마시고 다녀오세요." 그 소리가 얼마나 기쁜지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대문을 나서면서 시간을 보니 7시10분.

빈 택시가 눈앞에 보인다. 빠르게 잡아 올라타고 "저 시간이 바쁘거든요. 원곡동에 있는 원불교까지 가요" 했더니 "원불교가 어디 있어요" 하는 것이었다. "아저씨! 원곡동 터줏대감인 원불교를 모르세요" 핀잔을 주고나니 좀 민망하기도 해서 "오늘 제가 확실히 알려 드릴 테니 잘 봐두세요" 하니 사람 좋아 보이는 기사 아저씨가 "예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해서 우리는 서로 웃었다.

달리는 차속에서 오늘을 정리해보았다. 내가 오늘 취사는 잘했나 못했나…. "아저씨 저기 원불교 글씨 보이는데서 내려주시고 우측 길로 들어서면 원불교 아치가 보입니다. 그 마당으로 들어서면 됩니다. 다음에 시간 내서 매주 일요일 오전10시부터 법회가 시작하니깐 한번 들려보세요. 아저씨에게 뭔가는 마음에 와 닿는 도움이 되실거에요. 감사합니다"하고 교당에 도착하니 정확히 7시30분. 후~ 한숨을 돌리며 자리에 앉으니 시작을 알리는 부교무님 죽비소리가 대종사님의 자애로운 성언(聖言)으로 "너 오늘 참 공부 많이 했다" 라고 하는 것처럼 들렸다.

안산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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