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세명 기자
성숙한 시민의식의 위대함이 광화문을 다시 빛냈다. 12일, 광화문과 시청 앞 광장 민중총궐기대회에서는 100만여명의 시민들이 운집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상 최대의 평화시위는 전국 각지로 이어졌으며, 성난 민심은 분노를 넘어 서늘하기까지 하다. '최순실 게이트'는 온 국민을 불신과 좌절의 트라우마로 내몰고 있다. 그러나 연이은 지도자들의 타락에 대한 위기감은 오히려 민주주의 성장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국민은 더욱 힘있게 성장해가고 있다.

'오직 백성을 사랑하라'는 애민(愛民)정신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지도자가 가져야할 최상의 덕목임에 틀림없다. 광화문, 금빛 곤룡포에 온화한 미소로 정좌하고 있는 세종대왕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세종은 '애민' 하나로 기득권 세력과 불평등적 관행을 타파해온 성군(聖君)이기 때문이다.

흔히 세종대왕을 순탄하게 승승장구해온 왕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의 리더십은 권력의 위계에서 오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천민과 노비를 등용시켰으며, 기득권 세력들이 내미는 타협의 유혹을 철저히 뿌리친 놀라운 결단의 역사였다.

특히 세종은 조선의 역대 왕들 중 가장 많은 199건의 기우제를 올렸다. 재위 32년간 매년 6번의 국가적 대사를 치루면서 진심으로 민심을 다독였고, 백성들의 고통과 함께했다.

"삼라만상은 가뭄에 시달려 고사하기 직전이옵고, 억조창생들이 하늘을 우러러 단비를 갈구하기 어느덧 반년이옵니다. 임금된 자가 덕이 없으면 삼재팔란(三災八難)으로 나라를 괴롭힌다 하였으니 혹 이 소자 도(세종의 이름)의 부덕으로 인한 벌책을 내리시옴인저. 여기 염천(炎天)에 면륜관·곤룡포로 벌을 서옵나니 일체 허물을 이 한 몸에 내리시고 단비를 점지해 주옵소서." 세종5년 7월13일 세종이 올린 기우제 축문의 내용이다.

지도자의 인덕과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의 힘이 하늘을 감동시키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천인감응(天人感應)을 증명해 낸 것이다. 이러한 자세를 우리 시대 지도자들은 닮아가야 한다. 민주적·자주적 국권회복을 위해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정책결정과는 과감히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있는 지도자를 우리는 원한다.

광화문(光化門)은 '빛이 사방을 덮고 교화가 만방에 비친다'는 함의를 가지고 있다. 지도자의 선정덕치와 백성들의 태평성대를 바라는 '빛의 문'을 상징한다.

광화문의 촛불이 더 거세지길 두려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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