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 백인보수층 성향, 고립주의로 한반도 외교에 난항이 예상된다.
막말 트럼프, 그를 지지한 바닥민심
환율조작국지정, FTA재협상 등 난항
불투명한 한·미 군사외교 불편한 동맹

트럼프 카드를 선택한 미국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289명의 선거인단 확보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218명 선거인단 확보에 앞서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 됐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다수당의 위치를 확보하며, 백악관은 물론 의회권력까지 차지한 공화당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클린턴은 주류정치인데 반해 트럼프 당선자는 정치인이 아닌 기업인이며 한·미공조와 유색인·진보층 성향, 동맹주의를 강조하는 클린턴과는 달리 트럼프는 한국에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 백인·보수층 성향, 고립주의로 둘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대선초반에는 클린턴 47.3% 트럼프 41.6%의 지지율을 보였다. 모두가 클린턴의 우세로 생각했던 미국 대선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면서 2016년 국제사회의 대이변으로 기록됐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엔 거침없는 그의 말에서 진솔함이 드러난다는 평가가 있다. 그는 금수저 집안의 수재, 잘나가는 엘리트로서 할 수 없는 말들을 가식없이 내뱉었고, 미국 서민들은 그의 거침없는 발언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는 "불법 멕시코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담을 쌓겠다. 중국에 도난당한 일자리를 되찾아오기 위해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하는 것은 미국에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 100%를 지불해야 한다. 한국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우리는 한국에서 나올 준비를 해야 한다. 북한이 한국이나 일본과 전쟁을 하겠다면 그들이 하는 것, 행운을 빌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트럼프의 말에 미국인들이 하고 싶은 말을 속 시원하게 대변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치공학에 빠져 있는 민주·공화 양당의 엘리트들이 간과해온 미국 중산 노동계층 유권자들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데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들이 통한 것으로 보인다.

10일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정책공약보다는 통상·대외전쟁·외국인 노동자들에 반대하는 '선언'을 통해 지지자들을 끌어 모았다. 좌파·우파 모두로부터 조롱을 받고, 정치 엘리트들로부터 외면을 당하면서 그는 자신의 추방자 신세를 백인계층의 분노와 일치시켰다"고 평가했다.

미국인들은 기존정치에 실망이 컸다. 2007년~2008년 일어난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계 인사들과 정치인들이 부를 축적하고 일반 서민들은 가난해지는 결과를 낳아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졌다. 그러한 금융위기로 기성정치인에 환멸을 느낀 백인 저소득층의 분노는 기득권을 밀어내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의 고립정책에서 나온 공약들이 과연 어떻게 진행될지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가 289명의 선거인단 확보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앞서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 됐다.

대대적 무역제재와 FTA재협상 가능

트럼프는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대대적인 무역제재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조작국이란 자국의 수출을 늘리고 자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인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국가를 말한다. 말하자면 시장자율에 맡겨 운영하지 않고, 정부가 시장개입을 통해 환율을 통제하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얄미울 정도로 환율 안정성을 유지하는 나라다.

미국은 우리나라에 제품수출국이 아니라 자본수출국이다. 자본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키워야 한다. 달러가 탈출하면서 주식시장을 망가뜨리고, 다시 달러를 공급하면서 주식시장을 상승시켜야 자본 극대화를 할 수 있는 원리다. 미국은 원/달러 환율의 약세(절하)와 주식시장 약세에 돈을 걸고 싶은데, 한국정부가 원/달러 환율의 밴드를 시장개입을 통해 안정적으로 관리하자 이것이 불만으로 터진 것이다.

또한 트럼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실패한 협정이라고 말한 바 있어 한·미FTA의 재협상이 예상된다. 미국의 한·미FTA 탈퇴를 비롯해 한국의 대미수출품에 대한 보복적 수입관세 부과의 위험성도 있다. 이럴 경우 자동차, 철강 등의 분야에 큰 타격이 우려돼 한국 수출경제는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트럼프의 신고립주의, 보호무역주의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에 대해 '한·미FTA 등을 재협상하겠다는 얘기는 선거용일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우선주의의 핵심 타깃은 중국이므로, 한국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안보 무임승차론과 박 대통령과의 통화

트럼프가 우리나라를 겨냥 '안보 무임승차론'을 운운하며 한국이 지금보다 분담금을 많이 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해온 만큼 주한미군 주둔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심지어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공격받아도 무조건 개입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줄곧 주장해왔다.

또한 미군의 외국 주둔 문제를 비용과 연관된 협상용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이른바 '돈을 적극적으로 내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보여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과 동맹국 간의 안보정책에 큰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대서양조약기구에도 회의적인 트럼프는 한국·일본 등과 맺고 있는 상호방위조약도 다시 조정해 방위비 분담금을 100%까지 늘리겠다고 경고했다.

지난 9월7일 트럼프는 '군 최고사령관 포럼'에서도 "나는 앞으로 독일·일본·한국·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나라들에 대해 개별적으로 미국이 제공하는 막대한 안보에 대한 대가를 더 지불하도록 요구할 것이다"고 재차 강조하며 증액 요구에 응하지 않는 동맹에 대해서는 주둔 중인 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번 트럼프의 당선으로 자국 우선주의가 강하게 득세하면서 향후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2018년 새롭게 시작하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부터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10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서 두 나라가 긴밀히 협력하자"는 박 대통령의 말에 트럼프는 "100% 동의한다. 한국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고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며 "북한은 매우 불안정하다면서 방어를 위해 한국과 굳건하고 강력하게 협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 방문을 희망한다고 제안했고, 트럼프는 만나길 고대한다고 화답했다. 이 같은 트럼프의 메시지로 본다면 현재 한·미동맹에 큰 변화가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서도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의 행보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현재로써 미지수다. 그의 공약대로 미국우선주의의 고립정책을 펴내며 그가 말한 하나하나의 조항들을 그대로 실행한다면 큰 혼돈이 예상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트럼프 특유의 막말일 뿐 그의 미국우선주의와 고립정책이 서로의 합의점을 찾아 시너지 효과를 내는 정책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이 선택한 트럼프 카드가 과연 미국과 한국, 세계사를 어떻게 써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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