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성탑으로 가는 길에 만난 도반이 내게 "심고 모시러 가?" 하고 물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온 대답이 "아니, 대종사께 이르러 가"였다. 처음 교법과 교단을 멋지게 디자인해보겠다는 서원을 세웠을 때,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이 "도와줄 든든한 '빽' 있냐?"는 것이었다. 오랜 공부를 마치고 활동을 하려고 자리 잡으려 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법신불 사은이라는 빽보다 더 큰 무엇이 보이지 않나 보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내가 잡은 대종사의 줄이 보이지 않나 보다. 나는 오늘도 소태산대종사성탑 앞에 선다. 그리고 마음의 때와 업력을 슬쩍 내려놓는다. 나의 비빌 언덕이었던 대종사와 법신불 사은 앞에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 소태산대종사성탑은 원기34년(1949)에 제1대성업봉찬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됐다. 원기28년(1943) 소태산 대종사 열반 후, 일제의 불허에 의해 공동묘역에 임시로 안치했던 성해를 6년이 지나 익산성지에 성탑을 조성하고 이곳에 옮겼다.

 
강연지 교무는 캠브리지 스쿨 오브 아트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저서로 〈A Journey To Me〉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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