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뜻이람? '이 천지가 성주괴공이 될 때에는 무엇으로 되나이까. 과거 부처님 말씀처럼, 수화풍 삼륜(三輪)으로 되어지나니라.' 앞뒤 맥락도 없고 주술관계도 애매해서 꼭 난해한 번역본 문장 같다. 원본을 보는 느낌을 담아 다시 글귀를 맞춰보니 이런 뜻으로 이해된다. '이 천지는 무엇에 의해서 성주괴공이 되나이까. 수화풍 세가지 힘에 의해 성주괴공이 되나니라' 일단, 이렇게 이해해 놓고 풀어보자.

무엇인가를 움직이게 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천지 우주만물이라는 일체의 존재물들을 태어나게도(성) 성장하거나 유지하게도(주) 무너지게도(괴) 사라지게도(공) 하는 엄청난 힘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혹은 무엇이 그렇게 하는가를 묻고 있다. 궁금할 법도 하다.

답으로, 천지만물을 작동 변화시키는 그 어마어마한 동력은 바로 수·화·풍이란 말씀이다. 이 세 가지 요소가 갖는 공통점이 있다. 전력, 즉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바로 그것이다. 수력발전소 화력발전소 풍력발전소를 떠올리면 쉽다.

알다시피 온 천지 허공에는 수·화·풍이 가득차 있다. 더 정확히는 없는 곳이 없다. 수화풍이 온 천지만물 허공법계에 가득하다고 해서 그 자체로 에너지가 되지는 않는다. 머물러 있는 물 불 바람은 에너지라 할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움직여야 동력이 생산된다. 묘하게도 수·화·풍은 스스로 움직인다. 삼륜(三輪)이라 이름한 것이 그 이유다. 륜이란 바퀴, 돈다는 뜻이다. 수·화·풍 세 요소는 끝없이 돌아(輪) 에너지를 발생시켜 천지를 바꾸는 원동력이 된다. 온 우주가 수력발전소 화력발전소 풍력발전소, 상상도 할 수 없는 거대한 삼륜발전소인 셈이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흔히 말하는 지수화풍 사대(四大)에서 지가 빠졌구나. 지수화풍 사대는 허공과 일체를 구성하는 요소인데 왜 빠져있을까?

지는 바탕(質), 만물 자체이지 에너지가 아니다. 일체만물(地, 質)은 수화풍 무한 순환(輪)으로 만들어진 에너지(氣)에 의해 변화된다. 천지의 성주괴공, 춘하추동, 생로병사, 생주이멸은 수·화·풍 세가지의 무한 순환에 의해 이뤄진다. 만물에는 사람도 있고, 나무도 있고 사슴도 있고 별도 있고 허공도 있다.

이쯤에서 의문 하나가 다시 꼬리를 문다. 그렇다면 누가, 혹은 무엇에 의해서 수화풍이 돌아 천지만물인 지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일까? 영(靈), 본성, 밝음, 천지의 식(識), 일원이다. 본성 자체가 영령하게 살아있어서 일체만물을 일시에 변화시키고 있다. 그 자원은 우주에 가득한 수·화·풍이며 그 바탕(質)은 지이다. 수화풍(氣)이 지(質)를 싣고 성주괴공, 생로병사, 생주이멸, 춘하추동으로 변화를 거듭하게 하는데, 이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주인이 본성(靈)이다.

삼륜 발전소는 가동을 멈추는 때가 없다. 에너지 대란도 고장도 자원의 고갈도 없다. 우주는 다함이 없는 에너지, 무한동력으로 충만하다. 무한동력의 주인은 나다. 이 무한동력에서 플러그를 빼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자성을 떠나지 않는 삶이다. 다 내 것이니 마음대로 가져다 쓰면 될 일이거늘, 플러그 꽂을 지점이 보여야 말이지.

/송도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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