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빛내는 정전

▲ 김준영 교무/벤쿠버교당
벌써 10년 전의 일입니다. 원불교선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원불교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불교학적 지견을 가진 지인에게 내가 쓴 논문과 교전을 보여주며 '원불교 선'에 관한 의견을 물었죠.

그 때 그 분의 대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원불교에는 '법위등급'이라는 것이 있네요. 선을 실제로 수행한다는 것이 참 막막하고 어려운 면이 있죠. 원불교는 경전에 이렇게 수행정도를 단계별로 밝혀놓았으니, 이 법위등급과 원불교 선을 결부시켜 정리를 해보면 좋은 논문이 되겠어요."

맞습니다. 원불교에는 '공부인의 수행정도를 따라 여섯 등급의 법위' 가 있죠. 보통급, 특신급, 법마상전급, 법강항마위, 출가위, 대각여래위가 그것입니다. 자신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본인의 수행정도에 따라 목표를 세운 후, 공부를 해 나가며 그 수행정도를 스스로 또는 지도인의 지도를 통해 점검해 나가면 훨씬 추진력 있는 수행이 될 것은 자명하죠. 문제는 관심입니다. 얼마나 절실한가 말이죠.

보통급은 입문자의 단계로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처음으로 불문에 귀의하여 보통급 10계문을 받아서 공부를 시작'합니다.

특신급은 특별한 믿음이 시작되는 단계죠. '모든 사업이나 생각이나 신앙이나 정성이 다른 세상에 흐르지 않는 사람의 급'입니다. 삶의 모든 관심사에 획기적인 전환이 일어나 세속적인 성공이나 욕망의 충족보다는 진리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영성적 삶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시작합니다.

법마상전급은 '법과 마가 싸우는 단계로 천만 경계 중에서 사심을 제거하는 데 재미를 붙이고 무관사(無關事)에 동하지 않으며 세밀한 일이라도 반수 이상 법의 승(勝)을 얻는 사람의 급' 입니다.

말하자면 진리의 등불을 밝혀 사사로운 욕심을 제거하고 불필요한 일을 줄이며 부당한 행위를 멈추고 정당한 행위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단계죠.

그렇게 공부를 하다보면, '육근을 응용하여 법마상전을 하되 법이 백전백승하며, 우리 경전의 뜻을 일일이 해석하고 대소 유무의 이치에 걸림이 없으며, 생·로·병·사에 해탈을 얻는' 법강항마위.

'대소 유무의 이치를 따라 인간의 시비 이해를 건설하며, 현재 모든 종교의 교리를 정통하며, 원근 친소와 자타의 국한을 벗어나서 일체 생령을 위하여 천신만고와 함지사지를 당하여도 여한이 없는' 출가위.

'대자대비로 일체 생령을 제도하되 만능(萬能)이 겸비하며, 천만 방편으로 자유롭게 교화하되 대의에 어긋남이 없고 교화 받는 사람으로서 그 방편을 알지 못하게 하며, 동하여도 분별에 착이 없고 정하여도 분별이 절도에 맞는' 대각여래위에 이르게 됩니다.

여러분의 수행정도는 어디쯤 자리하고 있나요? 남들이 알아주든 몰라주든, 스스로 공부해가는 재미는 무엇으로 삼고 있나요? 그 맛은 어떤가요?

법위등급은 수행인으로 하여금 초범입성(超凡入聖)하고 견성성불(見性成佛)하도록 표준을 정하여 지도해나가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법위 승급자에 대한 예우가 이 가운데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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