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이장경〉은 원불교 7대 교서 중 하나인 불조요경에 수록된 불경으로 중국 후한 때 인도 사람 가섭마등(迦葉摩騰)·축법란(竺法蘭)이 번역한 것으로 불경 중에서 최초로 중국에 전해진 경전이다.

〈사십이장경〉의 법문구성을 보면 먼저 애욕(色)에 대한 주의를 요하는 법문이 12개로써 가장 빈번하게 보여지며, 재색명리에 대한 주의, 계문준수와 정진을 요하는 내용 등으로 간단하고 단편적인 법문으로 구성돼 있다.

소태산 대종사는 대각을 이루고 "장차 회상을 열 때에도 불법으로 주체를 삼아 완전무결한 큰 회상을 이 세상에 건설하리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이제는 우리가 배울 바도 부처님의 도덕이요, 후진을 가르칠 바도 부처님의 도덕이니 그대들은 먼저 이 불법의 대의를 연구해서 그 진리를 깨치는 데에 노력하라"며 불교 교리의 수용에 대해 말씀했다. 불조요경은 이 말씀을 통해서 볼 때 부처님의 도덕을 수용한 실례(實例)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불조요경에 실려 있는 8편의 경론을 보면 소태산 대종사가 불교의 어떤 부분을 수용하고 싶어 했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십이장경〉을 포함해 현재 불조요경에 실린 불경 등을 원기20년~24년 사이 서대원 대봉도가 원불교의 기관지인 〈회보〉에 소개했고, 원기25년 소태산 대종사가 불교정전에 〈사십이장경〉을 실을 것을 하명했다고 한다. 왜 소태산 대종사는 이 경을 〈불교정전〉에 실도록 했을까?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교단이 점차 출가수행자 위주로 정착되어가는 과정에서 그들을 통제할 규범 등이 필요했고, 또한 초학자들에게 재색명리에 대한 경계 및 공부에 대한 정진 등 번거하지 않고 핵심만으로 이루어진 부처님의 경전이 공부하는 학인들에게 가르칠 만한 좋은 교재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즉, 이 경에서는 수행자들을 가르치기 위한 수행위주의 내용을 담은 남방불교 사상과 보시, 이타, 수희공덕, 보살행 등의 북방불교에서 중요시하는 가르침이 공존하는 것이 원불교의 가르침과 일치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사십이장경〉을 공부하려고 할때 이 경의 진위문제를 접하게 되면 당황하게 된다. 바로 불교사상이 중국에 수용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위경(僞經)이라는 설 때문이다. 경의 유래, 여기에 얽힌 설화, 설화속의 인물들의 역사적 불일치 등이 이 경을 불신하게 만들 수 있다. 불교가 들어오기 전에 중국에는 도교가 상당히 퍼져 있었는데 이미 다른 믿음이 있는 가운데 들어온 불교는 당시 중국에 맞는 불교의 옷을 입게 된 것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그리고 위경이라는 말이 거짓 경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십이장경〉을 위경이라고 하는 것은 경전이 일관되게 하나의 주제로 이루어지지 않고, 필요에 의해서 부처님이 설하신 여러 경전에서 중요한 법문을 모아 일반대중도 쉽게 공부 할 수 있도록 결집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전의 진위문제는 전문학자나 역사가들에 맡기고 공부하는 수행자인 우리는 진위문제에 집착하기보다 경문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진심으로 내 공부에 비춰서 공부한다면 아마도 부처님과 대종사님의 본의에 어긋나지 않는 공부인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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