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 박세진 교도/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
세상 어렵고 힘들수록 우리 봉공정신 발휘돼야
원불교 2세기, 적공하고 부처되는 한 해 되길


원기102년이 밝았다. 지난해 우리 교단은 오랫동안 준비한 원불교100년기념성업을 마무리하고 기념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룬 기쁨을 누렸다. 후반기에는 성주성지 근접지역에 사드(THAAD) 기지 배치가 결정되면서 성지수호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새해에는 전 교도의 합심합력으로 원불교 2세기를 힘차게 열어가고 사드 배치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기원해본다.

사회적으로 지난해는 격동의 한 해였다. 몇 주에 걸쳐 수백 만 명이 참가한 촛불시위 끝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가 국회에서 의결되어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진행 중이다. 그 결과에 따라 조만은 있을지언정 새해에는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있을 것이다. 어느 때보다도 많은 이들이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이미 했거나 곧 할 것으로 보인다. 매우 치열한 선거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 선거에서 어떤 사람이 뽑히느냐에 우리나라의 장래가 달려있다. 지난해에 우리는 지도자가 지도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국민의 신망을 잃었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목격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뽑는 선거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는 지도자다운 지도자인가? 소태산은 〈정전〉 최초법어 '지도인으로서 준비할 요법'에 서 지도자는 지도 받는 사람 이상의 지식을 가져야 하며, 지도 받는 사람에게 신용을 잃지 말아야 하며, 지도 받는 사람에게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지 말아야 하며, 일을 당할 때마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을 대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 대통령을 뽑을 때에도 국정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족한 것은 배워 활용할 수 있는 지적 호기심과 능력, 거짓말하지 않고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지는 자세, 일원 한 푼도 사리사욕을 채우지 않으려는 청렴함, 국정운영에 신중함과 진지함을 갖춘 후보자를 선택하기 위해 눈을 크고 밝게 떠야 하겠다.

경제적으로 지난해는 쉽지 않았다. 경제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계속되는 세계적 경기 침체로 조선업과 해운업 등 무역거래량에 민감한 산업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고 내수 부진과 급증하는 가계 부채 등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아직도 우리 경제에 큰 짐이 되고 있다.

경기침체는 직·간접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 그러나 그 영향의 정도는 고르지 않다. 경제적 약자, 예를 들어 구직자, 저임금근로자, 임시일용직근로자, 영세자영업자, 빈곤층은 안정된 일자리를 갖고 있거나 튼튼한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 부유한 사람에 비해서 경기침체에 의해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 감소로 생활의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나라 경제가 어려울수록 우리 교단의 자선과 봉공정신이 빛을 발하는 새해가 됐으면 한다.

원불교 교도로서는 원불교 100년의 흥분을 뒤로 하고 거기에 쏟았던 정성을 돌려 더욱 성장하는 새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특히 경산종법사는 신년법문에서 밝혔듯 성자되기를 서원하며 마음에 공을 들이고, 그 일 그 일에 공을 들이고, 만나는 사람마다 공을 들이는 교도, 부처로 진급하는 교도가 돼야 하겠다. 원기101년은 우리가 원불교를 세상에 드러내는 데 노력을 기울인 해였다면 올해는 경산종법사님 말씀대로 적공하는 데, 부처되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해가 되도록 하자.

원불교 2세기를 시작하는 원기102년이다. 대종사가 회상을 펴기 시작했던 백여 년 전 즈음에 이 땅에 새로운 종교단체가 많이 생겨났다가 그 뒤에 사라져갔다. 그 가운데 우리 교단만큼 성장하고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게 된 곳은 드물다. 물론 갈 길은 아직 멀고 어려운 일도 많지만 대종사가 이 땅 한 구석에서 구인 선진들과 언을 막아 정관평을 만들고 구인선진이 기도를 다닐 때에 품었던 포부와 경륜이 하나하나 실현되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전 교도가 오만 년의 대운을 실현하는 발걸음을 다시 힘차게 내딛는 정유년, 국가와 세계가 난관을 뚫고 진급과 발전의 길로 다시 나아가는 정유년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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