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땅이 살고 소비자가 사는 길'
자연농업 고성참다래농장 25년
전 생산과정 친환경재배 시스템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이름인 참다래는 키위 새처럼 생겼다고 해서 영어 이름이 키위다. 전국 유기농 매장 홈페이지에서 10kg 한 상자에 4만~5만 원에 판매돼 일반 참다래보다 비싸지만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상품이라 불티나게 팔리는 제품이 있다. 고성에 있는 '자연농업고성참다래'다.

참다래원 서종현(69·법명 현중) 대표를 만나기 위해 경남 고성군 거류면으로 들어섰다. 따뜻한 날씨와 탁 트인 들판에서 향기로운 흙내음에 젖어갈 무렵, 난데없이 시원한 바닷바람이 상쾌하다. 농업과 어업이 공존하는 곳이 바로 고성이다. 그의 이력도 고성과 닮아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잠깐 교편을 잡았던 시절도 있었으나 그는 주로 어업 관련 사업을 했다. 몇년 간 축양장을 했으나 실패하고, 과수원을 해야겠다 고민 중에 참다래 농장을 하는 친구의 권유를 받았다. 처음에는 자금이 없어 농사짓던 땅에 쇠파이프를 사다 날라서 직접 구조물 설치를 했다. 등짐을 지어 나르고 손수 시멘트 작업을 해서 얼기설기 참다래 재배를 시작한 것이 25년 전이다.

"처음에 묘목을 심어놓고 잘해보려고 나무 밑에 거름을 잔뜩 넣었어요. 그런데 나무는 겨울이 끝나갈 무렵 수액이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성장이 너무 빠르다보니 꽃샘 추위 때 동해를 입어 다 죽어버렸어요. 경험부족으로 인해 묘목을 적당한 정도로 키워내는 감을 익히기까지 4년이 걸렸습니다. 전 재산을 들여 설치해놓은 구조물이 아까워 포기를 못한 것이 오늘에까지 이르렀네요."

그러다 8년 전에 무농약 친환경 농업장려 정책으로 자연농업 고성참다래연구회 영농법인(이하 영농법인)이 생기면서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1500평에 정식으로 비닐하우스를 지었다. 그때부터는 과거에 하던 방식을 모두 버리고 완전히 무농약, 친환경으로만 작업을 해오고 있다. 영농법인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친환경농산물인증(유기농)을 받았는데, 관리가 매우 엄격하다. 영농법인은 50여 소속 농장을 관리하고, 수확한 열매를 저온저장고에 저장해 11월부터 다음해 6월까지 가격이 좋을 때 공동으로 판매한다.

유기농법은 농약이나 화학 비료, 성장호르몬제 등의 화학합성 자재를 전혀 사용할 수 없다. 생산의 전 과정이 완벽한 친환경재배 시스템이다.

"특수한 과정이 필요한 약제들은 영농법인에서 사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농장에서 직접 만들어 씁니다. 참다래는 성장이 매우 빨라요. 수정이 끝나는 6월 한 달에 50%가 자라고, 7월까지 80% 성장이 끝납니다. 이 때 어린 열매를 따서 액을 뽑아 동자액을 만들고 소 젖에서 증식시킨 유산균과 함께 성장촉진제를 만들어 뿌려줍니다."

과일의 당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수확하기 직전인 8월에 바닷물을 30대1, 50대1 등으로 희석해 뿌려준다. 바닷물에는 영양분이 매우 풍부해 염분 농도 조절만 잘하면 과일의 당도를 올리는 데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병충해 방제를 위해서는 자연약초인 고삼, 자리공뿌리, 은행잎, 황토, 지장수 등으로 농장에서 직접 만든 균을 자연방제하고 있다.

참다래 재배에 방해가 되는 대표적인 벌레로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가 있다. 참다래가 익어 가장 맛있을 때 빨대주둥이로 과즙을 빨아먹기 때문에 과실에 흠집을 내 수확에 지장이 많다. 농약을 뿌리면 편하겠지만 대신 그는 트랩을 설치해 잡는다. 페로몬이라는 호르몬제를 넣어두면 암수 노린재들이 상대방의 호르몬 향기를 찾아 트랩에 모여들어 나오지 못하고 그 속에서 굶어 죽는다.

"여름에 무성한 풀도 베지 않고 바닥에 그대로 둬서 썩게 만들어 지력을 키웁니다. 농약을 사용하는 편한 길도 있지만 나는 이 자연농법을 선택합니다. 내가 살고, 땅이 살고, 소비자가 사는 길입니다."

농장에 들어서면 굵은 쇠파이프들이 사람 키 높이로 빽빽하게 설치돼있다. 대부분의 작업을 사람 손으로 직접 하기 때문이다. 잎이 떨어져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한 농장이지만 요즘이 가장 바쁠 때다.

"다음해 농사는 11월말부터 시작입니다. 수액이 오르기 시작하는 2월 전까지 쓸모없는 가지를 모두 쳐내야하기 때문이지요."

지난해 두 번의 태풍으로 비닐이 찢어져 복구하는데 3천만원이 넘게 들 예정이다. 25년이 넘으니 나무도 오래 되고, 그의 나이도 많아서 비닐하우스를 새로 설치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그다. 이제부터는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 비바람을 맞으면서 재배해보자는 마음이다.

그는 고성교당에서 교도회장, 부회장을 20년, 경남교구 교의회 부회장 4년, 원덕회 회장 4년을 역임하고 현재는 경남교구 농림사업단 일에 보은 정진하고 있다.

"원기53년에 입교하면서 '현중'이라는 법명을 받았습니다. '검을 현'자가 마음에 걸렸는데 대산종사님이 내 이름에 대해서 화두를 내려주셨어요. 검다는 뜻은 밝고 밝아서 더 이상 밝을 것이 없다는 것, 한 물건도 없는 본성 자리, 애착 탐착이 다 끊어진 자리에 대해서 계속 연마 중입니다. 이 삶이 다할 때까지 끝없이 해야할 공부 길을 밝혀주셨으니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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